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교장일기

by 이창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은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면 그곳의 규칙과 문화, 관습을 따르라는 말이다. 지역마다 정해진 규칙 또는 문화 풍습이 있다. 도시와 시골은 구성원들이 살아온 삶이 다르기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신동 초등학교가 몸담고 있는 지역은 인구 600여 명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행정구역 상으로 삼척시 신기면으로 분류된다. 신기면 안에는 여러 개의 리가 존재한다. 오늘은 고무릉리에 있는 경로당 준공식이 있는 날이다. 전부터 신기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초대장을 보내온 터라 경로당 준공식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이 있었다.



짧은 고민 끝에 초대받은 사람으로 당연히 학교를 대표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작은 화분을 준비했다. '고무릉리 경로당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신동 초등학교장 이창수'라고 리본을 달았다.



행사장이 가까워지면서 시골 마을에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공식 전에 둘러서 있는 마을 분들께 인사를 드렸다. 다행히 삼월 한 달 내내 시간 내어 인사드린 보람이 있었던 것은 익히 구면인 분들이 있어서 그분들이 나를 대신 소개해 주셨다. 한결 마음이 편했다.



드디어 준공식 행사가 진행되었다. 사회자께서 참석하신 내빈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나는 언제 내가 호명될까 과연 나를 호명해 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한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떤 행사에 참여했는데 자신을 늦게 소개해 주어 마음이 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내겐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를 호명하든 그렇지 않든 개의치 않았다. 내가 먼저 찾아가 인사드리면 될 터인데 의전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다짐했다.



시장님께서 각각 호명하고 소개하는 시간인데 드디어 나도 소개해 주셨다.



'신동 초등학교 이창수 교장 선생님 오셨습니다'



마을 속에 존재하는 학교로써 당연히 마을 행사에 학교 대표로 오는 것은 당연히 학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많은 참석자 중에 호명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학교를 알릴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학교 관계자도 마을 일에 관심을 가지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참 좋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시장님이 하시는 말씀,



'원래 교장 선생님들은 이런 행사에 안 오시는데 신동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오셨습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그래, 오길 잘했다. 학교의 대표인 학교장이 마을 행사에 와서 학교의 존재를 드러내길 참 잘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 않았나!'



신기면에 부임해 왔으니 신기면 행사에 학교의 역할을 최소한 감당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나의 이러한 학교 운영 철학은 곧 있으면 있을 마을 어르신 경로당 카네이션 떡 나눔 감사 행사에도 녹아져 있다.


#신기하고_동화같은_학교

#신동으로키울게요

#삼척_신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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