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일기
3월 마지막 날이다. 3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살아낸 것 같다. 소규모 학교 아니 폐교 직전의 학교에 부임받아 오면서 나만의 결심은 '더 이상 물러나지 않겠다', '최선을 다해 학교를 살려 보겠다'라는 각오였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 이유는 나 혼자만 했더라도 금방 풀이 죽어 시들시들해졌을 것인데 우리 교직원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도와주기 때문에 추진력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이 지면을 빌려 신동 초등학교 아홉 분의 교직원 모두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라는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소규모 학교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수면 아래에 가라 있는 부정적인 여론이다. 금방이라도 사그라질 것 같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소규모 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곧 폐교될 것이라는 말로 퍼지고 살을 덧붙여 있지도 않은 이야기들로 점점 확대된다. 끈에 단단히 묶여 강바닥 깊은 곳에 박혀 있는 커다란 돌멩이를 건져내는 일이 우선이다.
일단 교장으로 해야 하는 일은 그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가용할 만한 구성원들이 적기에 학교장이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좋은 점도 있다. 학교장이 직접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올리는 것이 적극적인 홍보의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보통 작은 학교의 교육 활동을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게첨 하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사실 현수막 홍보가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수막들이 깨알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걸리기 때문에 가시적인 효과를 크게 누리기에는 역부족인 게 팩트다.
현수막 홍보와 동시에 적극적인 대면 만남이 중요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학교장의 의지를 분명히 전할 수 있고 듣는 이의 입장에서 생각이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아주 많다. 불특정 다수의 홍보와 더불어 한 분 한 분에게 다가가 그분들의 필요를 듣고 제안하는 방식은 다른 누구보다도 학교의 최고 결정권자인 학교장이 직접 나서는 것이 신뢰 면에서 있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마을 경로당 준공식에 참여했는데 나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학교를 홍보해 주시는 분이 계셨다.
"여기 보세요. 신동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입니다. 글쎄 말입니다. 두 명이 전학 왔대요. 오자마자 시내에서 두 명을 데리고 왔어요"
내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타인을 통해 홍보되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 마을 어르신들이 귀를 쫑긋거리며 강력한 스피커인 동네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학교 홍보는 사람의 입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전파력이 크다. 물론 이곳에는 취학 연령대의 아이들이 없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입을 통해 학교가 마을에 꼭 필요하며 우리도 뭐든 거들어 줘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학교는 탄력을 받게 된다.
소규모 학교의 두 번째 어려운 점은 온전한 학급이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두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소위 '복식 학급'으로 편성되어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다. 문제는 매년 초에 결정된 학급 편제에서 다른 학생이 전학 왔을 때 두 개 학년이 아니라 세 개 학년 또는 극단적으로 네 개 학년이 한 교실에 있어야 하는 우려스러운 점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우려가 지난주에 일어났다. 기적적으로 두 명의 학생이 전학을 왔다. 참 기쁘고 신나는 일인데 학교장으로서 고민이 더 깊어졌다. 세 개 학년이 한 교실에 있어야 하는 경우다. 이에 행정적으로 학급 증설과 교원 배치를 요구했다.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누구를 탓하고 싶지 않다. 내가 모르는 어려운 점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원칙이라는 것은 항상 예외적인 것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사람 사는 세상에 불변의 원칙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원칙 수립의 기본이다.
다행인 것은 어제부터 음으로 양으로 우리 학교의 현실을 알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속히 소규모 학교의 이 어려운 점들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내년에는 두 가지 어려움들이 해소되고 좀 더 구체적인 교육과정 실현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신기하교_동화같은_학교
#신동으로키울게요
#삼척_신동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