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처럼 끈질기게

교장일기

by 이창수

매일 새벽 지나가는 골목이 있다. 어두컴컴할 때에는 무심코 지나가다 해가 일찍 떠오르는 봄철 요즘에는 내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있다. 축대다. 아슬아슬하게 얼기설기 조성된 축대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요즘 건축 공법으로는 이렇게 짓지 않을 텐데 말이다. 오래전 기계의 도움 없이 아마도 사람의 힘으로 쌓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조금이라도 무리하게 힘을 가하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이지만 여태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몇 해 이곳을 지나면서 봤지만 봄여름 가을 겨울 변함없이 꿋꿋하게 제자리에 버티고 서 있다. 새싹이 움트는 요즘 우리 몸의 모세혈관처럼 돌멩이 하나하나마다 가늘고 기다란 줄기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붙어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담쟁이 줄기다. 실록이 우거지는 여름에는 돌멩이 축대가 연두색 담쟁이 잎으로 덮인다.


축대가 튼튼한 이유 중에 하나가 담쟁이가 지탱하고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돌멩이에 강력 본드를 붙여 놓은 것처럼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다. 실제로 손으로 뜯어내려고 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엉성한 돌멩이 축대가 오랜 세월 견뎌낸 것도 아마도 담쟁이가 일조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최근 한 달 동안 부임한 작은 학교를 살려보고자 동분서주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덤볐다. 학생들만 전입하면 학급 증설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원칙에 예외적인 부분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준에 벗어난 적용은 모두에게 힘들 수 있겠다 싶다. 나의 바람은 무리한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이제는 자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나의 교육적 열망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작은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소신은 굽히지 않겠다. 학생 한 명이 있더라도 학교는 마을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서 살고 있는 곳에서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시골에도 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교육받을 곳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작은 학교가 나름의 장점으로 학교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론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실 것이다.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학교의 다양성도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부분이다.


당장은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실망하지 않겠다. 담쟁이처럼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내년을 기약하며 변함없이 학교를 알리고 교육적 소신을 밝힐 것이다. 맡겨진 아이들을 잘 교육시킬 것이며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찬물을 덮어써 정신이 번쩍 든다. 나만 믿고 열심히 쫓아와 준 교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잘 추슬러야겠다.


학교 홍보에 대한 방향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전체적인 틀을 흔들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 난 것이다. 나침반 바늘이 고정되어 있으면 방향을 잡을 수 없다. 나침반은 계속 흔들려야 한다. 흔들리는 것이 정상이다.


#신기하고_동화같은_학교

#신동으키울게요

#삼척_신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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