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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Jun 03. 2023

커플에 대한 애도-1

- '난 아직도 그대를 사랑해.'라는 착각 속의 나에 대한 애도




유월의 첫 날, X가 톡을 보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대출을 그의 명의로 했기에 매달 그에게 이자를 보내줘야 하는데 자동이체를 해 놓은 통장의 잔액 부족으로 5월 이자가 안 나갔던 모양이다.

바로 송금 완료한 뒤 톡으로 '송금완료. 미안해 다음부터 신경쓰지 않게 할게.' 라고 전송했다.

그는, 마음 넓던 그는, 그럴 수도 있으며 자기도 좀 조들려서 이런 톡을 보낸다며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부드러운 무드에 힘입어 '밥, 차, 술 중 하나 하자~ 당신이랑 수다를 떨고 싶은데~'라고 톡을 보냈다.

요 며칠 그가 많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와 나누던 대화가 그리웠다. IT에 관한 자극을 팍팍 받는 이야기를 듣고 묻고 배우고 싶었다.

고민을 하는지 답톡이 늦게 왔다.

'나중에 시간되면 연락할게.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

그 답을 받기 전에 나는 마음이 졸려서 '아직 때가 아니면 다음으로 미뤄도 돼~'라고 보냈다.

그리움이 큰 나는 약자였다. 미리 쭈구리 모드로...

인생은 한 치도 알 수 없다는 말, 진부하지만 진리 아닌가.


다음날 그가 전화를 했다. 생전 전화도 톡도 안 하는 사람인데...

이름 석 자만으로도 가슴이 쿵쾅쿵쾅....

"혹시 모모(냥이, 현 17세, 우리가 헤어지기 전 13년 동안 함께 살았음.) 좀 키워 줄 수 있을까?"

집주인이 냥이 키우는 걸 알게 돼 계약 위반이라며 나가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사 갈 집을 알아봤는데 요즘은 애완동물 금지 조항에 사인하도록 되어 있어 쉽지 않다는 말과 함께. 나 역시 전세 계약을 할 때 그 조항이 있었으니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그래. 당신이 삼 년 혼자 키웠으니 나도 책임을 져야지."

그는 우리가 19년 동안 키우던 두 마리의 고양이를 혼자 키웠다.

작년에 23세였던 냥이 토토는 저세상으로 갔고, 그 얘기를 아들을 통해 들은 나는 혼자 애도했다.

남은 냥이 모모는 내가 맡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답을 했던 것이다.

다음 날 오전에 그가 냥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만남을 피하거나 미루던 사람이 결국 우리집에 온다. 설렘으로 잠을 설쳤다.

다음 날은 나의 소설 마지막 합평일이기도 해서 어떤 신랄한 평을 들을까 각오해야 했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에게 실망을 안겨드릴까 미리 염려스럽기도 했을 정도로 그야말로 대망의 '마지막 합평일'이었다.

그런데 '그가 오는 날'이니 메인 테마가 바뀌었다. 그만큼 그의 방문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세대 차량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올 때 나는 화장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온다.


(다음에 계속)




브런치의 글 동무님들, 안녕하셨어요?

위 글은 6월 1일부터 시작한 '거룩한 글쓰기'(100일 동안 매일 쓰기) 시즌 7에서 쓴 글입니다.

이번 시즌은 '애도하는 글쓰기'로 49일 동안 가기로 했어요. (100일 쓰기가 좀 식상해져서 약간의 변화로)


제가 사월과 오월에 브런치를 끊었어요. 볼링도, 술도, 사람도 다 끊었어요.

다른 작가님들의 글집에도 일절 눈을 돌리지 않기 위해 안대를 하고 지냈죠.

알림이 때마다 얼마나 괴롭던지요.

실은 갑작스럽게 4, 5월 운영되는 소설창작 교실에 들어갔거든요.

2018년까지 꾸준히 하던 소설 습작을 중단한 지 5년만이었어요. 소설을 읽지도 쓰지도 않은 지 5년.

모든 만남과 취미 생활을 멈추고, 소설 창작에 집중!하려고 했죠.

그런데 단편소설을 한 달에 한 편씩, 두 달에 두 편 내고 합평을 받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더라고요.

물론 작가님이 따뜻하고 세심하고 꼼꼼하게 봐 주셨고, 참가자 열두 분의 열정과 실력이 대단했기에 비록 나는 실력도 못 미치고 도움도 못 되어도 계속 하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렸어요.

소설을 찐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그 에너지가 어마무시했죠.

지난 목요일 드디어 저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합평이 끝났고, 브런치로 돌아왔습니다.

두 달 동안 두문불출하는 와중에 생긴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의미들이 적지 않았어요.

차근차근 올려보려 합니다. 우선 냥이와의 동거 이야기. 아, 제가 털 제거법을 검색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여러 글벗님들께도 방문할게요.

아참, 내일부터 이박삼일의 남해, 순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수요일부터 두루두루 방문하도록 할게요.

내내 평안하시기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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