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사유는 무척 다양해. 총체적 난국이었지. 성격차이, 코로나로 인한 재정난, 병든 시부모 부양을 자기 혼자 책임지려는 착한 아들, 30년을 둘 다 성실히 일했지만 남은 건 오천 만원도 안 되는 맥빠지는 결과물.
가난한 1인 가구가 될 게 뻔한데도 X는 헤어지고 싶어 했어.
내가 혼자 사는 집에는 아직도 X의 물건들이 넘치게 남아 있어. 그가 버리라고 했지만, 나는 그가 1, 2년 혼자 살아보다 돌아올 줄 알고 구석구석에 넣어두었지. 기타, 운동복, 수영복, 이불, 내가 사용할 줄도 모르는 공구상자까지.
이혼까지 생각한 적 없는 내가 남편의 강권으로 이혼했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억울하다고, 반년은 웃는 얼굴로 우는소리로 하소연하며 지냈지. 아주 보잘것없게 말이야.
3. 혼자로 서기 위한 몸부림
여성단체인 <함께 크는 여성울림>의 회원인 나는 이혼 후 소모임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어. 또 100일 글쓰기 밴드를 만들어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며 위로를 받고 반성도 하고 건강하게 사는 길을 찾게 되었어.
그래도 약속 없는 주말이나 명절 끄트머리엔 허전함과 서글픔이 느껴지곤 했어.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정을 유지하는 친구들을 빼내오고 싶었어. 내 곁에 있어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는데, 그쪽은 그쪽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니...
4. 혼자라는 불안과 두려움
내게는 94년생 아들이 하나 있는데 너~~무 독립적이야. 나를 안 만나도 아무 문제 없이 제 삶을 즐기며 사는 아이야. 나는 그 애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게 두고 싶어. 가족을 돌보는(원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무에서 자유를 주고 싶어. 집에서 내가 쓰러졌을 때 그 애가 내 보호자 노릇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고.
가끔은 아들과 밥도 먹고 싶고 걷고 싶고 웃고 싶어서 그러지 못할 때 외로워.
그래서 연대할 사람이나 그룹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친구와는 다른 느낌이지. 게다가 가정이 있는 친구들에게는 부탁하기 어려울 때가 많잖아.
사적으로 친하면서 공적으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이 있다면?
유사시에 서로에게 법적 보호자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룹이 있다면?
그런 상상을 했는데. <페미니즘으로 바라본 돌봄과 나이 듦>이라는 강의를 듣고 아, 저거다! 싱글끼리 연대해야겠다. 준비해 나가야겠다. 마침 나의 주변에는 적어도 다섯 이상의 싱글이 있지 않은가! 앞자리에서 함께 강의를 들은 주*에게 만들자 말했어. 주*은 당연히 오케이 했지.
5. 싱글연대를 만들자!
주*, 30년 지기 셜*, 20년 지기 은*, 2년 친구 지*, 다*을 모아 밴드를 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