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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Jul 18. 2023

싱글연대 1

나와 너, 우리를 살리는 삶을 꿈꾸기





1. 늦은 첫인사

안녕? 싱싱들^^(뭐라고 불러야 부르기 쉽고 친근하게 느껴질지 고민... 싱연? 싱대? )

나는 창창한 날들이라고 해.


2. 나는 이렇게 싱글이 됐어

2020년 9월에 졸혼, 그 해 12월에 최종 이혼으로 싱글이 되었어.

이혼 사유는 무척 다양해. 총체적 난국이었지. 성격차이, 코로나로 인한 재정난, 병든 시부모 부양을 자기 혼자 책임지려는 착한 아들, 30년을 둘 다 성실히 일했지만 남은 건 오천 만원도 안 되는 맥빠지는 결과물.

가난한 1인 가구가 될 게 뻔한데도 X는 헤어지고 싶어 했어.

내가 혼자 사는 집에는 아직도 X의 물건들이 넘치게 남아 있어. 그가 버리라고 했지만, 나는 그가 1, 2년 혼자 살아보다 돌아올 줄 알고 구석구석에 넣어두었지. 기타, 운동복, 수영복, 이불, 내가 사용할 줄도 모르는 공구상자까지.

이혼까지 생각한 적 없는 내가 남편의 강권으로 이혼했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억울하다고, 반년은 웃는 얼굴로 우는소리로 하소연하며 지냈지. 아주 보잘것없게 말이야.


3. 혼자로 서기 위한 몸부림

여성단체인 <함께 크는 여성울림>의 회원인 나는 이혼 후 소모임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어. 또 100일 글쓰기 밴드를 만들어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며 위로를 받고 반성도 하고 건강하게 사는 길을 찾게 되었어.

그래도 약속 없는 주말이나 명절 끄트머리엔 허전함과 서글픔이 느껴지곤 했어.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정을 유지하는 친구들을 빼내오고 싶었어. 내 곁에 있어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는데, 그쪽은 그쪽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니...


4. 혼자라는 불안과 두려움

내게는 94년생 아들이 하나 있는데 너~~무 독립적이야. 나를 안 만나도 아무 문제 없이 제 삶을 즐기며 사는 아이야. 나는 그 애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게 두고 싶어. 가족을 돌보는(원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무에서 자유를 주고 싶어. 집에서 내가 쓰러졌을 때 그 애가 내 보호자 노릇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고.

가끔은 아들과 밥도 먹고 싶고 걷고 싶고 웃고 싶어서 그러지 못할 때 외로워.

그래서 연대할 사람이나 그룹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친구와는 다른 느낌이지. 게다가 가정이 있는 친구들에게는 부탁하기 어려울 때가 많잖아.

사적으로 친하면서 공적으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이 있다면?

유사시에 서로에게 법적 보호자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룹이 있다면?

그런 상상을 했는데. <페미니즘으로 바라본 돌봄과 나이 듦>이라는 강의를 듣고 아, 저거다! 싱글끼리 연대해야겠다. 준비해 나가야겠다. 마침 나의 주변에는 적어도 다섯 이상의 싱글이 있지 않은가! 앞자리에서 함께 강의를 들은 주*에게 만들자 말했어. 주*은 당연히 오케이 했지.


5. 싱글연대를 만들자!

주*, 30년 지기 셜*, 20년 지기 은*, 2년 친구 지*, 다*을 모아 밴드를 열었어.

아침 윤독 모임인 <책zoom읽자>에 싱글연대의 출범을 알렸어. *안이 참여했고, *안의 친구들인 사*과 예*이 동참했지.

단박에 아홉이라니!

근데 사*과 예* 얼굴을 한 번도 못 봤어. 다*을 한 번도 못 본 친구들도 있고.

첫 모임에서 네 명, 두 번째 모임에서 다섯 명이 모였는데 아직 얼굴을 비치지 않은 위 싱싱들에 대해 모두가 무지 궁금해하는 중이야.

61년생부터 95년생까지, 돌싱과 비혼주의자가 모인 우리 싱글연대, 너무 멋지지 않아?

놀라운 말 들려줄까? 구글에서 '싱글연대'를 검색하면 연세대 관련 글만 뜬다는 거야.ㅎㅎ 싱글끼리 연대하는 소그룹들이 많을 텐데, 왜 그렇지? 왜 없는 거지? 똑같은 이름이 없다뿐일까.

그렇기에 우리의 이 걸음이 굉장히 의미 있을 것 같아. 단순한 친구 그룹이 아니잖아.


6. 싱글연대,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

어제는 홀로 생일을 보냈다는 주*과 점심 번개를 했어. 마침 12일은 내 내생일이었고. 서로가 밥을 사 주자 했지. 집에서 쉬는 중인 셜*까지 불러서 소풍을 앞두고 기대에 찬 소녀들처럼 깔깔거리며 우리 모임의 미래를 상상했지.

공동체 주택에 대한 이야기, 돌봄의 형태를 어떻게, 어디까지 할지, 모임의 형태에 구체성을 불어넣으며 이렇게 신나는 싱글들이 있을까, 우리의 앞날을 꿈꿔 봐도 좋겠다 했어. 그러던 중 셜*이 말했어.

"우리도 행복하지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임이 되면 좋겠어. 이를테면 열여덟 살이 되면 사회에 강제로 나와야 하는 보육원 친구들과 연대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거나."

세상에! 나는 셜*의 말에 감동해서 눈물이 핑 돌았어. 이혼 6년 차인 그녀는 대학 때부터 내 친구야. 내가 이혼한 삼 년 전부터 자주 만나오다 매일글쓰기 글동무이기도 한 그 친구를 나는 무척 신뢰해. 게다가 그렇게 아름다운 상상을 했다니.   

그래. 우리는 나를 살리고, 서로를 살리고, 더 많은 여성들을 살리는 아름다운 삶을 꿈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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