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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Sep 20. 2023

지금 나한테 필요한 말

'누군가 어떤 결정을 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거룩한 글쓰기 시즌 8 -2023년 9월 20일 (21일차)




누군가 어떤 결정을 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까닭에 제가 심리적 영역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은 '임신부 식성론'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간단한 얘기입니다. 임신 후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음식은 현재 내 몸에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내 몸에 필요한 것이 자동적으로 당기는 것이지요. 그걸 먹으면 됩니다. 그게 지금 나와 태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니까요. 자기 결정에 불안해하고 그 결정을 확인받고 싶은 간절함에 외로운, 모든 이들에게 무한의 지지와 격려를 보냅니다. 당신이 늘 옳습니다. 정혜신, 이명수 <홀가분>


위 글은 얼마 전 '펨' 카페에서 사 온 책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몽돌)에 인용된 글이다. '누군가 어떤 결정을 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게'를 읽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요즘 내 눈물샘이 다시 터졌나 보다. 어제도 매일글쓰기 멤버들 글을 보다가 찔끔거렸다. 아마도 가을이어서 그럴 것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센티멘털해져서 눈이 빨간 날이 많았던 나지만, 올해는 이사 준비로 담담한 가을이라고, 너무 씩씩하다고 며칠 전에 썼던 것 같은데...

내가 처한 상황보다 가을이 힘이 훨씬 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계절 탓으로 돌리고 싶다.

그게 아니면 "나오면 정글이에요"라고 협박인 듯 예고인 듯 친하지도 않은 누군가가 남긴 한 마디에 나의 중심이 계속 흔들리고 있는 건지도...


어제는 합평 모임인 '수글수글 밴드'에 '나의 성(性)'이라는 글감으로 합평작을 올리는 마감날이었다.

'믿음의 크기만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놓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센 언니 페미니스트, 그러니까 우리 합평 모임올해 프로젝트 '페미니즘 글쓰기'를 선도하는 화숙이 댓글을 남긴 게 보였다. 첫 줄 읽는데 눈물이 흐르기 시작해 멈추지 않았다. 

기 전 '성'을 들춰낼 자신도 없고 미련과 후회로 울적해질까 봐 우려하여 몇 날 며칠을 미루다가 마감이 되어 쓰기 시작했던 글이다. 다행인지 상하리만큼 담담한 상태로 완성을 하긴 했다.

그런데 글벗이 내 글에서 숨은 마음을 들여다 봐주니 복받쳤던 것이다. 보이고 싶지 않은 내밀한 우리 부부의 성의 역사를 끄집어 내고 글로 쓰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알아주니까. 

지난 몇 달 동안 몸살을 앓으며 여성의 글쓰기를 해 오는 동안 동지애로 다져진 글벗의 위로 한 마디가 차가운 마음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이불 같았다.




거룩한 글쓰기로 매일매일, 수글수글 밴드의 합평 모임으로 꽤 자주, 아프던 허리는 어떤지 톡으로 물어주는 지인들과 새로 만나 영감을 주는 사람들. 우리는 서로 힘을 주며 토닥이며 모든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이왕이면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를 대하고 그들을 대하며 웃음이 함께하기 바란다.




어제 이정연 작가님이 100일 글쓰기 챌린지 글을 공유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 읽고 나도 의지가 불끈 솟았다.

실은 발행용 글을 고르고 고쳐쓰다 보면 일주일에 한 편도 발행하지 않는 식의 자기 검열이 나를 괴롭혀 왔기 때문이다.

발행할 글을 선정하지 못할 만큼 내 글이 형편없다는 자괴감은 고사하고 나 자신까지 비루한 존재로 만드는 날이 계속돼 오고 있었다. 그걸 멈출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리하여 오늘부터 매일 글쓰기에 올린 글을 여기에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발행을 누르기 쉽지 않지만... 용기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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