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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글어게인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 소수빈

by 창창한 날들




홀로 눈 뜬 이 밤 그대를 안고

지새우는 이 방 공기는 얕고

지나가는 시간 어디로 가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함께 눈을 뜨는 아침은 밝고

개어오는 하늘 햇살은 맑고

흘러가는 시간 머물러주오

그대로 머물러주오

머물러주오

날 안아주오

한순간이라도 완전할 수 있도록

오 그대여

유난히도 힘든 시간은 가고

선물처럼 발견한 것들도

잡고 있다가도 놓아야겠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머물러주오

날 안아주오

한순간이라도 완전할 수 있도록

오 그대여

유난히도 힘든 시간은 가고

선물처럼 찾아온 것들로

한동안 또 나는 살아가겠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대로 머물러주오


https://youtu.be/SydqBOCXiDQ?si=QVh7vYtT615ASj-h



12월부터 목요일이 오기만 기다린다. 싱어게인 3가 방영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번 목요일엔 드디어 자기 이름을 내 건 7명의 가수들이 파이널 1차전에 올랐다.


강성희, 리진, 소수빈, 신해솔,

이젤, 추승엽, 홍이삭




시즌 3에는 이승윤을 능가 만큼의 강렬한 가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가수로서 완성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라운드마다 좋아하는 가수가 조금씩 바뀌었는데 49호(소수빈) 가수가 <넌 쉽게 말했지만>을 부르는 순간 그의 노래에 빠졌다. X가 헤어지기 전에 차가운 얼굴을 했던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이 노래를 매일 수십 번씩 반복해 듣다 보니, 위로를 았는지 나중엔 눈물 없이 들을 수 있었다.


https://youtu.be/W880_Pt8Vzg?si=HzNxEldYh6CFG-So


두 번의 패자부활전을 통과한 소수빈은 파이널 1차전서 가수이자 프로듀서 안신애가 작사, 작곡한 신곡 <머물러 주오>를 불렀다. (글의 도입부에 소개함)


소수빈은 스스로를 '쉬운 가수'라고 소개한 49호 무명가수였다. 이널 1차전에 앞서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오래 음악을 해 오면서 악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그땐 제 음악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오디션에서 가수가 노래하기 전 역경의 서사 영상이 나오고 인터뷰를 하면 감성이 더 자극된다. 소수빈이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 역시 울컥한다. 3년 동안 브런치 구독자 수에 큰 변화가 없는 나를 떠올리며.


유난히도 힘든 시간은 가고
선물처럼 찾아온 것들로
한동안 나는 또 살아가겠지
- <머물러 주오> 중




오디션을 좋아한다. 케이팝스타, 슈퍼스타케이,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프로듀스 101, 듀엣가요제, 보컬전쟁-신의 목소리, AOMG가 주관한 사인히어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법 많이 시청하였다. 드라마니아가 라마를 버리고 디션 프로그램을 볼 정로 좋아한다.


오디션 예능의 매력은 무엇일까. 싱어게인을 예로 들어 보자.

무명 가수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라운드까지 어떻게든 올라가야 한다. 매 라운드에서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한 음 한 음 꼭꼭 눌러 부른다.


잦은 무대 공연으로 기계적으로 부르는 노래가 아닌, 단 한 번뿐이고 마지막일지 모르는 무대이기에 그들의 노래에는 유명 가수들한테서 느낄 수 없는 정성이 담겨있다.


듀엣가요제에서 박효신의 <숨>을 부른 최효인의 애절한 목소리를 더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노래방에 가면 '정승환'이 케이팝스타에서 부른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노래한다.


무명 가수들의 오디션 전 과정에는 극적인 역경의 서사가 있어 영화보다 더 감동을 준다. 제작진이 극적으로 드라마를 만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누구나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엄청난 역경과 스토리가 있므로 그들이 지나온 스토리에 이입되어 원하게 된다.


그들이 피, 땀, 눈물을 흘리며 연습하는 과정을 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십 대나 이십 대 등 어린 참가자들의 전투적인 자세를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경스럽기도 하다. 의 글쓰기 자세를 돌아보게 되는 건 물론이다.


유명가수가 되고 싶은 그들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기에 소설 속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끝내 성공하거나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된다.


방영 회차가 거듭될수록 마음이 더 가는 참가자가 생기게 마련다. (물론 실력은 기본이다.)

밝고 사교성이 좋은 참가자이거나,

른 참가자와 협업을 할 때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거나,

실력이 두드러지게 월등한데도 참신한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남다른 세계관 혹은 말의 품격을 가진 이들이 그러하다.


싱어게인 1의 이승윤, 듀엣가요제의 최효인, 사인히어의 소금, 고등래퍼의 김하온, 케이팝스타의 정승환, 미더머니의 로꼬, 이영지를 응원했던 것도 그런 요소들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싱어게인>은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에게 대중 앞에 설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부제는 '무명가수전'이다. 이미 데뷔해서 활동했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가수'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도 한 셈이다. - 출처 위키백과


싱어게인은 수년, 혹은 수십 년 가수 생활을 하였지만 아직 무명이라서 이름을 알리고 싶은 절박한 이들이 도전한다.

가수를 그만하려다가 마지막으로 도전하리라 결심한 '이승윤'이 그러했듯이.


이미 가수이지만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의 처지에 나는 늘 동화되고 이입된다.

브런치에서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아 초조하고 애달던 나.


무명가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하여 처절하게 경쟁하고 자신과 싸우는 모습을 보며 나의 글쓰기 자세를 다잡는다.

나도 지극하게 '글어게인' 하자고 다짐하며!




이름 없는 누군가가, 자신을 세상에 알리는 이야기는 다 뭉클하고 감동이다.


https://brunch.co.kr/@changada/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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