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마지막으로 클레이 샌더 사장님이 아빠랑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찾아왔다. 그날 하루만큼은 모두들 일손을 놓았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는 날이었다.
아빠 동료들이 찾아와서 반가웠다. 더러는 나보다 더 볼품없는 옷을 입고 온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찾아온 거다. 아빠를 묻는 일을 도와주려고 왔다. 아빠를 존경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찾아왔다. 좁은 집에 사람들이 꽉 들어찬 걸 보니까 아빠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부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았다. 아빠는 언제나 당신이 가난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과장이 아니었다. 아빠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로버트 뉴턴 펙/사계절/ 148쪽
"하루 일이 끝나면 씻고 또 씻는데도 돼지 냄새가 좀처럼 떠나질 않아.
그래도 네 엄마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어.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내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단다.
언젠가 내가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지."
"그러니까 엄마가 뭐랬어요?"
"엄마가 말하길, 나한테서 성실하게 노동한 냄새가 난다더구나.
그러니 창피하게 여길 필요가 없대."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로버트 뉴턴 펙/사계절/ 1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