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살 때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었다. 오히려 밤 10시 넘어 밤참을 먹곤 하던 남편을 말리면 말렸지.
허기가 급습할 때 배 안에 무얼 넣지 않은 채 참으려고 버티면, 생각이 멈추고 의욕이 가라앉았다.
1, 2초의 짧은 순간이지만 살지 말고 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서워 빠른 속도로 먹을 걸 찾는다. 우유나 요플레 한 개. 우유에 바나나를 갈아먹기도 하는데, 어느 때는 그런 걸로 안 되었다. 씹어 먹을 걸 찾았다. 우유나 요플레에 시리얼이나 호두, 아몬드를 넣어 한 공기 후루룩 마시듯 먹어치웠다. 고구마에 우유, 주식으로 먹으려고 사놓은 마약 김밥을 싱크대 앞에 선 채로 먹기도 했다. 라면이나 떡볶이를 만들어서 주식인 양 먹기도 했다. 그러면 두세 시간 후에 다시 배가 고팠다. 커피 믹스 두 개를 타서 원샷했다.
이런 현상이 작년 9, 10월, 올해 1, 2월, 4월에 심각했다. 그리고 몸무게가 확 늘었다.
안 되겠다 싶어 닭가슴살로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기도 했다. 소스 듬뿍 넣어서 맛나게 요리해 먹는 것으로 식감도 만족하고 단백질만 먹는다는 안심도 얻었다. 효과는 있었으나 배고픔과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
자꾸 몸이 불어나고 미친년처럼 먹는 걸 찾는데, 먹고 나면 자괴감에 빠지는 악순환 속에서 직장일을 잘할 자신감도 떨어지고, 지인들을 만날 여유도 사라졌다.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웠다.
식탐이 왜 늘었을까. 원인을 곰곰 생각해 봤다.
1차는 헤어짐의 공복을 못 이겨서, 2차는 고독이 극강으로 밀려와서, 3차는 뚜렷한 건 모르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계속 질문하면 실마리를 찾게 된다더니,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에서 답을 얻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배고픔은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몸의 외침이 아니다. 음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종류의 요구다. 친구가 필요하다는 요구,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다는 요구, 용서해 달라는 요구, 자기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 어떤 목적이 있는 요구, 안전의 요구이다. 이런 요구만 알아차려도 끼니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되고, 때로는 걷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배고픔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실은 위의 내용에 맞게 내 상태를 알아차리기 전에, 5월부터 새로운 교육이나 만남이 생겼고, 등산도 부지런히 다니게 되었다.
특히 5월 17일부터 밴드에서 100일 글쓰기를 하게 된 후, 배고픔이 줄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