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기르는 일

애착 대상이 필요하다

by 창창한 날들



혼자 사는 아파트 거실에는 책장, 테이블만 심플하게 놓여 있다.

좀 삭막한 것 같은데, 생명체를 놓아야 하나.

마침 로컬푸드 매장에 갔다가 프리지어 묶음이 3천 원이기에 사다 꽂았다. 거실의 분위기가 한결 화사해지고 눈길이 자주 그리로 갔다. 방문하는 지인들이 꽃을 보고 좋아했다. 그 뒤로 백합, 튤립을 이어서 꽂다가 매장에 갈 시간이 안 되고 3, 4천 원도 만만치 않아 아예 화분을 사기로 했다.

식물을 키우다 연속된 실패로 다시는 집안에 화분을 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나인데, 화분을 다시 생각하다니. 이래서 사람 일 섣부르게 장담하면 안 된다.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는 아이비 화분을 2천 원 주고 샀다. 넝쿨로 자랄 때까지 키울 수 있을까. 반 뼘에서 시작한 줄기가 두 뼘을 넘었다. 아직 넝쿨로 뻗기엔 부족하지만 다행히 7개월 넘게 녀석은 살아 있다.




6월 초에 지인이 '꽃기린'이라는 선인장을 넘겼다. 줄기가 온통 가시투성이다. 코끼리 선인장이라고도 부른다는 다육 식물인데, 손톱만 한 붉은 꽃이 2개 피었을 때 가져와 지금은 열 송이 넘게 피었다. 검색해 보니 1년 내내 꽃이 핀다고 한다.

반전은 꽃잎인 줄 알았던 붉은 잎의 이름이 ‘포’라는 것. 꽃잎은 그 위에 좁쌀만 하게 핀다. 그러니까 포가 꽃잎 행세를 한다 해야 하나.


이렇게 해서 화분이 두 개가 됐다. 남들은 쉽다고 하는 분갈이를 나는 몇 번 실패했는데, 이 두 화분은 성공한 것 같다. 유튜브를 보고 분갈이를 따라 한 건데, 둘 다 푸르고 옅은 잎이 계속 나온다. 꼼지락거리며 올라오는 연둣빛 이파리를 보다가, 만지작거리다가, 고양이를 키울 때처럼 부드러운 느낌에 눈을 스르르 감고 취한다. 사랑스럽다.




반려 생명을 키우는 사람의 심리는 어떤 걸까.

타인에게서 상처 받은 사람일수록, 타인을 장악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애착 형성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반려 생명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반려식물, 반려동물은 정성을 들인 만큼, 사랑을 준 만큼 배신하지 않는다.

전에는 열이면 열 화분을 죽이던 내가 이제는 정성 반 무심함 반을 조절하며 식물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이 우연은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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