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 부부는 확실히 딩크족은 아니었구나.
160의 월세를 내며 (지금은 더 올랐을지도 모른다.) 시내의 좋은 아파트에서 지내는 커플을 보았다. 그들을 보면 각자의 삶이 있는 사이좋은 파트너이다. 그들은 월급의 대부분을 집에 쏟는다. '나의 집'이 아닌 '남의 집'에.
그들과 우리는 10년 이상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그 누구보다 친한 친구들의 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그들 또한 우리를 통해 만난 사이였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친구를 초대해 좋은 밥을 먹이고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양쪽 다 좋아했기에 항상 번갈아가며 서로를 초대해주고는 했다. 그들과의 에피소드는 항상 넘쳤다. 왜냐하면 그들은 계절별로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다. 여름에는 캠핑을 겨울에는 보드를 매주 타러 다닌다.
그들은 높은 임금을 받지도 사회적으로 유망한 직업을 가지지도 않았다. 평범하게 적당한 임금에 만족하며 각자의 행복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신기했다. 월세가 비싼 도심 한가운데에 살고 모든 취미활동을 즐겼다. 항상 나가는 지출비용이 많은데 어떻게 생활을 하고 미래를 계획하는지 궁금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나 참을 수 없던 가벼운 나의 입은 그들에게 물었다.
"집을 사지는 않을 거야?"
그들은 통쾌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리고 연이어 들린 대답은,
"우리는 돈을 모으지 않기로 했어!"였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들은 그들의 대답에 꽤나 만족해 보였다.
나도 '꼰대'인 걸까? 그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내 집을 사는 게 중요하다기보다 노후는 어찌하며 죽을병에 걸리면 어찌하나. 젊었을 때 최대한을 즐기면 노후에 최소한을 택한다는 말인데... 그게 지금의 자신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일까?
그들의 구체적인 계획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나 혼자 판단하고 내린 결론들과 추론만으로도 넘쳐흐르고 있었다. 항상 남들과 나는 다른 삶을 선택한다 생각했지만 그들의 선택은 스케일이 달랐다. 그리고 내가 넘겨짚어 생각할 수 있는 범위와 종류도 많아져만 갔다.
끝내 나는 그들에게 계획을 묻지 않았다.
그들이 돈을 모으지 않겠다는 말이 정말 그들의 통장 잔고를 0원으로 두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저 내 '소유' 이자 '물질적인 자산'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자녀가 없어도 됨을 선택한다면 차라리 나쁘지 않은 조건일 수도 있다. 노후의 연금을 생각한다면 낡고 작은 집의 월세를 충당하고 그리고 보험으로 남은 세월을 연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삶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그 누구보다 지금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으리라 말할 수 있다. 그들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긍정적이고 윤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웃음이 넘친다. 그들은 그래서 답을 찾은 걸까? 그들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답을?
우리는 집이 필요하다고 항상 말한다. 가치관이 성립되기 이전부터 우리는 교육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이게 나의 생각인지 교육을 받아 생긴 신념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안정감'이라는 항목은 여러 가지 건강한 삶으로도 충족되지만 물질로 채울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항상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끝내 집을 소유하고 개인 차를 타고 이동하며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돈을 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다면. 세상의 가치관에 맞서 싸울 용기가 있다면 가능한 걸까. 그리고 이런 신념의 여정에 든든한 팀원이 생기기에 가능한 걸까.
그들 또한 '가족'이다. 오로지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내린 결정이고 그들 나름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신중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와 내 남편도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우리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만큼 그 과정이 얼마나 길고 끊임없이 맞춰가야 하는지를 알기에 그들의 결정에 왈가불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2022년. 우리는 서로를 제발 존중해달라 끊임없이 외치지 않는가.
"그렇지만..!"이라고 시작하는 우리의 호기심과 불안을 괜히 꺼낼 필요도 없다. 이미 수차례 수만 번 넘게 그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과정을 겪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메인 사진제공: https://unsplash.com/@jpva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