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청춘을 관조하면서 (3)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이젠 한 끗씩 자라났던 밤들을 일일이 수놓을 수 없다. 클수록 알게 되는 세상은 넓고, 알게 된 만큼 나는 다시 작아지고 유약해져만 갔다. 이 이상한 상관관계는 나를 자주 어린아이로 퇴행시켜 놓는다. 알수록 더 많이 알고 싶었고, 더 많이 알수록 나는 세상으로부터 점점 소실되어 가는 셈이다. 몰아치는 것들에 쉽게 휩쓸려 나갈 만큼,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작아지는 날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시선과 발걸음의 방향이 같았던 날들을 훑다 보면, 분명 잘 나아가고는 있는데, 지니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되곤 했다. 난 어느새 이만큼 와있는데, 언제, 그 무엇을, 어디에다 두고 온 건지. 그게 뭐든 이젠 찾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서, 두고 온 게 많은 나는 지난날의 시선들을 자주 곱씹는다. 원체 그리움이란 자국에서 파생되기 마련이라, 그럴 수 있었고 그랬었던 지난날의 모습들을 자꾸만 회상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여전히 그럴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어린 날의 습관처럼,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생각한다. 나는 얼마큼 알게 되었고, 얼마만큼 작아져 있나. 세상은 어느새 이만큼 커졌는데, 이전에 머금고 있던 수많은 마음들은 당체 다 어디로 간 건지. 또 어떤 마음을 얼마나 어딘가에 내버려 두고 나아가게 될는지. 미간을 좁히며 골몰하고 있다. 의구심으로 범벅이 되어버린 나는, 더 많이 알기 위해서 또다시 어딘가를 향해 걷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그럼에도 여전히 자라나고 있다는 것. 한 뼘, 한 끗, 그저 손톱만큼씩만 자랐다고 해도 어제와 오늘이 동등하다는 등호는 성립되지 않는다. 알지 못하는 게 많은 만큼, 아직은 괜찮을 만한 것도 많다는 것. 그 사실을 망각해선 안된다. 같은 풍경만이 반복되는 길이라도, 결코 제자리걸음은 아니었음을. 그러니, 우리의 자라남은 일생에 있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나아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