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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책방 Oct 10. 2019

나와 일과 돈의 삼권분립

책방일기 | 2019. 10. 10. (목)



출판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에 아무리 잘 되는 것처럼 보이는 출판사나 서점일지라도 생각하는 것만큼 큰 돈은 벌지 못한다

라고 얼마전에 내 입으로 말했는데

어렴풋했던 생각이었는데 말로 뱉고 나니 정말 구체적인 것이 되었다

책의 셀렉이나 마케팅이나 서점의 운영 방식 등등 모든 것을 떠나서 궁극적으로 내가 돈을 못 버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평일 오전에 책방일을 마치고 학원으로 투잡을 뛰러 가면 그 사실은 훨씬 더 명백해진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결코 아끼지 않는 그 시장에서

아이들은 개개인이 얼마의 돈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 명의 아이가 학원을 등록하면 한 달에 몇 십만원의 매출이 느는 것이고

반대로 아이가 학원을 그만 두면 매출이 줄어든다

나는 학원의 경영자는 아니지만 원생이 줄면 매출이 줄어들 테고 매출이 줄면 강사 수가 줄어들 것이다

내가 일하는 학원으로 가는 길에도 숱하게 많은 다른 학원들이 보인다

부모가 원하든 본인이 원했든

쓸데없고 힘만 드는 지금의 입시제도 아래에서

내가 받았던 교육을 그대로 똑같이 물려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미안해진다

그러다가도 학생이 백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오면 제일 먼저

학원 더 다니겠구나, 친구들도 더 데려오겠구나, 이런 걸 생각한다


그 시장에 나는 별로 애정이 없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니는 곳이다

강의 능력을 계발하겠다고 공부를 하는 일도 없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거나 잘된 케이스를 알아보는 경우도 없다

다만 시간에 주어진 역할만 적절히 수행하고 급여를 받는다





책은 그렇게 대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한 권 한 권에 애정이 있고 글쓴이에 대한 호불호도 있다

좋은 작품은 널리널리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여럿 만난다

나는 그들과 취향을 공유하고 때로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해봐야 열에서 스무명 남짓 되는 친밀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정도로 친밀하지는 않지만 자주 찾아주는 손님들 역시 열에서 스물 남짓이다

이 작은 시장에서 그래도 매출을 올리려면 정말 여러가지 방법을 쓸 수는 있겠으나

커지는 건 무섭다는 이유는 기본이고 그와 더불어 어떤 책은 팔고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니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면 이 작은 시장에서 내가 잡고 눌러앉아있을만한 자리는 어디일까

나 개인과 책방과 돈, 세 가지의 연결과 분리가 용이한 그런 자리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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