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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교 Nov 29. 2018

새해의 첫 날

현덕사 템플스테이 (1) | 2018. 1. 1. 월요일




새해가 밝았다. 휴일을 맞아 템플스테이 왔다. 시끄러운 것들에서 떨어져서 아무 잡음 없이 조용히 지내는 날들이 필요했다.

집에가기 전 바다까지 보고 가려 한다.

강릉에 있는 현덕사라는 작은 절인데 스님 1분과 보살님 1분 밖에 안계신다.



반이 날아가버린 필름 사진




터미널에서 오는 버스 안에서 만난 어르신이 현덕사 바로 밑에 사시는 분이었다.

버스에 탈 때 기사님께 "현덕사 가요?" 물어보고 탔는데, 뒤에 앉아계시던 어르신 승객분께서 간다고 대답해주셨다. 너무 적극적으로 반가워하시길래 그냥 친절한 어르신이구나, 싶었는데 나와 같은 곳에서 내리셨다.


어르신은 정류장 근처에 주차해둔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셨고 나는 혼자 걸었다. 산 속 좁은 도로에는 내 발자국 소리와 새 우는 소리만 있었다.


올라가는 중간중간에 집이 한채씩 있었다. 현덕사에 거의 다다른 것 같았는데 왼쪽에 있는 집에 버스에서 뵌 어르신이 보였다. 인사드리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들어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하셔서 그렇게 슥 들어가 커피까지 얻어마셨다. 종이컵에 믹스커피 타 주셨다.


그 바람에 겁도 없이(항상 당시에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데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안전한 행동은 아니다) 처음보는 사람 집안까지 들어가 잠시 몸을 녹였다.

어르신은 교직에 계시다가 은퇴 후 이곳 한적한 곳에 집을 짓고 사시는 모양이었다. 아들은 미국 유학도 다녀와서 지금은 의대 교수가 되셨다. 벽에 스크랩 된 기사가 걸려있었다.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신나 자랑하셨다. 강원도 사투리가 심해서 말씀을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아무도 없는 겨울의 산사





커피만 후루룩 마시고 절로 향했다. 어르신 댁에서는 걸어서 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절에 도착해서 좀 쉬고 저녁 먹었다.

오이가 들어간 계란국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어 신기한 맛이었고, 볶음밥도 반찬들도 다 내 입맛에는 잘 맞았다.



밥먹고 어둑해지자 달이 뜨기 시작했다. 마침 슈퍼문이었다. 공기좋고 불빛 적은 절에서 보니 더 크고 밝아보여 한참 달구경을 했다. 더 어두워지자 별도 많이 보였다.

벌레 천국이라 밤에 나가는 건 엄두도 못내던 여름과 달리 겨울 스테이에서는 밤하늘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책보려고 누워있다가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왠지 모르게 피곤한 오늘, 머리만 대면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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