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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책방 May 29. 2019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매일 가는 카페가 아니라






태어나서부터 줄곧 나는 나만의 방을 가지고 살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어린 시절부터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잠깐잠깐씩 자취를 하게 되면서 나는 가족과도 공유하지 않으며 오롯이 나만의 공간에서 지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현재 다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요즘, 나만의 공간을 잃어버린 듯 하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집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쓰던 내 방 크기에 비하면 지금은 그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크기 탓만은 아니다. 내 방은 주방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또 1층에 있다. 방문 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다.

가게 또한 마찬가지다. 공간의 운영자라면 그 공간을 개인공간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곳은 늘 공적인 공간이며,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간이다. 사적인 사유와 행동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내 공간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곳은 내 속으로 향하기 어려운 곳이다. 항상 소음이 있고, 타인이 있다.
 



최대한 익명 상태를 유지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카페를 찾는다. 이곳에도 물론 다른 사람들과 다른 소리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른다.

적절한 온도와 편안한 자리, 약간의 마실 것을 소비한다. 어디에서도 편안하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재화이다.


되짚어보자면, 안정적으로 머무를 공간이 없이 떠돌게 되면서 머릿속 생각들도 둥둥 떠돌기 시작한 것 같다. 이쯤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자기만의 방이다. 지금은 카페에 몇 시간 머무르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내 속에 집중할 여건이 만족스러운 그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늘 염두에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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