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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책방 Jul 07. 2019

선물상자 속의 스웨터

<아무튼, 스웨터>를 읽고






1.

'아무튼 시리즈'는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놓는 에세이 시리즈이다. 여러 명의 저자가 그들만큼이나 다양한 주제와 그 주제에 얽혀있는 본인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최근에는 술, 요가, 비건 등의 주제가 인기가 많았다.

내가 읽고자 꺼내든 주제는 '스웨터'이다.

겨울에 입고해두었는데 오랫동안 판매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어 미안해지려던 참이었다.






2.



좀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단어를 찾아 내 마음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내 느낌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망에서이다.

그러나 아무리 단어를 고르고 골라도 가닿는 지점에 가서는 곧게 도착했는 지 모를 일이다.

각기 다른 수신자는 그만의 다른 입력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말보다는 행동으로 직접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정확할 것이고

추상적으로 명명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말이 더 그대로 도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로 이름짓고 싶어하는 건

합의를 통해 맺어진 기존의 이름들도 여전히 대상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는 까닭이다.





3.

2부에서는 스웨터라는 단어와 엮인 다른 소재들이 이어지고,

3부에는 짧은 소설(로 보이는 글)이 실려있다.



글이 파편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스웨터'라는 큰 틀로 묶여있어서인지 통일성은 지켜진다.


'스웨터' 하면 떠오르는 것들에는 공통적으로

쓸쓸한 정서가 담겨있다.

지난 과거에 대한 아쉬움, 어떤 사람에 대한 그리움, 다른 이를 생각하는 마음,

그러나 동시에 그 쓸쓸함을 견디게 해주는 따뜻함이 있다.

실과 실이 얽혀서 만들어지는 옷은 겨울을 버텨내기에 충분하다.






4.

어쩌다 보니 시인의 산문집, 소설가의 산문집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기자나 편집자 등 다른 작가들의 글과는 달리

문학인의 특별한 시선을 따라해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일상에서 감각을 포착해내는 점,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는 점,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점, 그것을 아름다운 단어들로 엮어 표현해내는 점.

그런 시선과 표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나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여러가지의 예쁜 눈들을 모으고 섞어서 나의 눈도 더 맑게 만들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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