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생연금' 제3화
드디어 토요일. 주말이다. 내가 하는 카페는 사무실이 많은 동네에 있어 주말 장사는 거의 포기할 수밖에 없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카페가 우아하게 돈 버는 고상한 직장이라 생각하지만 포터필터를 하루에 백 번 이상 기계에 비틀어 끼우고 빼고, 커피를 추출한 후 눌어붙은 커피 가루를 빼내기 위해 카운터에 탁탁 두드리다 보면 손목이 욱신욱신 시려 온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손목에 파스를 해야 할 정도였다. 손님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하루 종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중노동이다.
오늘은 카페 단골인 수현 씨와 만나는 날이다. 수현 씨는 주로 낮에 회사 동료들과 와서는 항상 2층에 자리 잡고 커피를 마신다. 가끔은 퇴근 후에 혼자 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한다. 어느 날, 그날따라 손님도 거의 안 오고 일하기도 싫어 빨리 카페를 닫고 싶은데, 카페에는 손님이 수현 씨밖에 없었다. 쫓아낼 수도 없고, 일하기도 싫어 수현 씨에게 술 한잔 하자고 했고, 그때 이후로 한 달에 한두 번 술을 같이 마시게 되었다. 둘 다 30대 후반이라 말도 잘 통하고, 주량도 안주에 대한 취향도 비슷해서 나름 잘 맞는 술친구다. 하지만, 주말에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얼마 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는 이야기를 하자, 축하한다며 밥을 사겠다고 해서 약속을 잡은 게 오늘이다.
약속 장소인 신용산역 1번 출구 앞에서 기다렸다. 두 사람 집에서 가까웠고, 약속을 잡을 때 둘 다 딱히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아 일단 만나서 용리단길에서 적당한 가게에 들어가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해림 씨. 주말에 보니 느낌이 새로운데요?”
수현 씨는 평일과 다르게 루즈핏 청바지와 후드티 차림이라 더 어리게 보였다.
“수현 씨야말로 평소보다 훨씬 어려 보여요.”
“그래요? 회사 갈 땐 점잖게 입으려고 신경 써서 그런가? 해림 씨는 아직도 먹고 싶은 거 못 정했어요? 그래도 축하 자리인데, 해림 씨 좋아하는 걸로 사주고 싶은데.”
“그 말에 책임질 수 있겠어요? 그럼, 한우!”
검색해 보니, 용리단길에 유명한 한우 맛집이 있어 그 가게로 향했다. 가게가 있을법한 골목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와… 리뷰에도 웨이팅 필수라고 적혀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네요. 기다릴까요?”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요? 걸어오면서 봤는데, 점심장사 안 하는 가게도 많고,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네요. 날씨도 좋은데 노들섬에 가서 배달시켜 먹을까요?”
수현 씨도 별 대안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고 택시로 노들섬에 갔다. 아직 여름만큼 푸른 잔디는 아니지만, 여름만큼 푸른 하늘과 더운 날씨로 잔디밭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30년대로 들어서면서 오존층 파괴가 더욱 심해져, 한층 더 강해진 자외선 때문에 한강을 찾는 사람이 줄긴 했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 날씨의 주말이라면 텐트칠 자리, 돗자리 깔 자리도 찾지 못할 만큼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다행히 빈 벤치가 있어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빌딩 숲이 강 건너에 딴 세상인 것처럼 펼쳐져 있고, 넓은 잔디밭에 띄엄띄엄 모여 앉은 사람들을 보니, 내가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제가 메뉴 정해도 된다고 했죠? 그럼, 치킨 먹어요. ”
“한우랑 차이가 너무 큰데요? 오늘은 정말 좋은 거 사드리려 했는데… 잠깐만요.”
수현 씨는 핸드폰을 꺼내,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손가락이 멈췄다.
“뭐, 문제 있어요? 여기 배달 안 된대요? 아까 택시 내릴 때 보니 배달존은 있던데.”
“어… 이게 잘 안되네요. 미안한데, 해림 씨 핸드폰으로 주문해 줄래요? 돈은 제가 바로 보내드릴게요.”
“그래도 상관없긴 한데, 앱이 이상할 리도 없고, 제가 해 볼까요?”
수현 씨는 순간 멈칫하더니, 크게 한숨을 쉬고는 힘없이 말했다.
“사실, 앱은 문제없어요. 제가 인생연금 가입자인데, 이번 주 배달 횟수 2번을 모두 사용했던 걸 깜빡하고 있었어요. 앱에 뜬 경고 팝업을 보고 지금 알았어요. 보통은 페널티를 감수하겠다는 확인 버튼을 누르면 계속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그 버튼을 찾을 수가 없네요,”
“아니, 고작 치킨을 위해 10번 있다는… 그 뭐라 하죠? 그걸 포기하려 했어요?”
“위반 면제권. 인생연금 규제를 10번 어길 수 있는 권리죠. 한우도 못 사드렸는데, 치킨까지 망칠 순 없죠.”
“아무튼, 10번 중 한 번을 절 위해 희생하려 한 건 영광이긴 한데, 그냥 제가 주문할게요.”
난 수현 씨가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럴 때 보면 다분히 충동적인 면이 있다. 이런 식으로 면제권을 쓰면 65세가 되기 전에 다 써버릴 것이다. 무사히 주문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앱에서는 도착 예정시간이 30분으로 뜬다.
“미안합니다. 요즘 야식 시킬 일이 많았거든요. 다음에 정말 좋은 곳에서 대접할게요.”
“말은 고마운데, 괜찮아요. 덕분에 이렇게 피크닉도 하고 좋아요. 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혼자 오기는 그렇고, 친한 친구들은 다 결혼해서 주말에 잘 안 놀아주거든요. 근데, 인생연금에서는 왜 배달 횟수까지 제약을 두는 거죠? 배달 차량의 매연 때문에?”
“그렇죠. 배달 차량이 많아지면 차량의 매연도 늘지만 도로 정체도 많아지고, 그만큼 모든 차량이 도로 위에서 소모하는 기름과 전기, 그리고 시간이 많아지죠. 그런 게 다 사회적 손실이구요. 인생연금 가입자는 새벽배송, 당일배송과 같이 시간을 지정하는 배달도 못하게 되어 있는데, 그런 배송은 물류회사가 효율적으로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못하죠. 무엇보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효과가 크구요.”
“왜 시간 지정 배송이 친환경이지 못한 거죠?”
“시간 지정이 없다면, 물류회사는 트럭이 어느 정도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트럭을 출발시킬 수 있는데, 시간 지정이 되어 있으면, 짐이 하나뿐이라도 운행을 해야 하는 거죠.”
“그렇네요. 근데, 와…. 수현 씨는 어떻게 사세요? 불편하지 않으세요?
거의 매일 뭔가를 택배로 받는 나로서는 인생연금의 제약을 지키며 살 자신이 없다.
“불편하긴 하죠. 그런데, 이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 해림 씨는 거리에서 나눠주는 물티슈 받은 적 있어요?”
“물론 있죠. 가끔 받으면 요긴하게 쓰죠. 그건 왜요?”
“예전엔 거리에서 물티슈가 아니라 그냥 티슈를 나누어 줬었죠. 사람들은 그냥 티슈를 받아도 잘 쓰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물티슈를 나누어주기 시작했고, 요즘은 그냥 티슈 나누어주는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있다고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예요. 전 배송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예전엔 다들 새벽배송 없이도 불편함을 못 느꼈었는데, 이젠 보통의 배송은 불편한 것으로 느껴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새벽배송 같은 게 혁신이고 발전 아닌가? 이런 변화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거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지상 목표인 나로서는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하는 인생연금에 대해서는 애당초 관심도 없고, 가입을 고려해 본 적도 없다.
“더군다나 물티슈는 종이가 아니라 플라스틱이라 환경에도 나쁘죠. 분해되는 대 100년 정도 걸리니까요. 해림 씨, 노들섬 참 좋죠? 이런 공간이 왜 좋은지 아세요?”
“전에는 한국에 카페가 왜 많은지 묻더니, 이번에는 노들섬? 이것도 저번처럼 건축적인 인사이트가 필요한 질문인가요?”
전에 같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수현 씨가 나에게 한국에 카페가 많은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었다. 카페 개업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에 편의점의 약 두 배나 되는 카페가 있다는 것을 듣고 많이 걱정했던 기억이 있기에 카페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커피를 좋아해서?’라는 나의 단세포적인 대답이 무안해지게 수현 씨는 건축학 개론 강의를 시작했다. 외국의 경우, 거리에 작은 광장이나 공원도 많고 벤치도 잘 정비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부족하다 보니 사람들이 돈을 내고 카페에서 쉬게 되는 것이며, 옛날에는 안마당과 차가 다니지 않는 동네 골목이 아늑한 사교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공간이 거의 없어져 카페가 그 공간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외부인이 들어올 경우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없는 한국의 아파트 구조, 이웃과의 단절로 인해 집에 외부인을 들인다는 감각이 낯설어진 현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설명을 들으면서 소주를 3잔 마신 기억이 있기에 분명 더 많은 얘기를 했던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수현 씨는 다 좋은데, 건축과 연관된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글쎄요. 그냥 탁 트여 있고 잔디가 있어 좋은데요. 어디 건축사님 강의 한 번 들어봅시다.”
“하하. 그러니까 얘기 못하겠어요. 뭐 장롱면허 건축사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어 있어서. 해림 씨 말이 맞아요. 우리가 사는 도시는 뭔가로 꽉 찬 곳이잖아요? 건물들로 시야도 막혀 볼 수 있는 거리도 몇 미터 밖에 안되고요. 도시는 매력적인 것과 보다 많은 기회를 찾아 사람들이 몰려든 곳이고,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필요한 것들을 더 채워 넣어야 유지되는 거죠. 그러니 끊임없이 더하기를 하게 돼요. 그러면 도시의 밀도는 점점 높아지고, 밀도가 높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점점 숨 막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더하기에 익숙한 우리는 이런 빼기의 공간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사랑받는 것도 같은 이유일 테고요.”
“역시 건축사님은 다르네요.”
“바리스타님, 놀리지 마시구요. 이제 바리스타도 땄겠다, 돈 벌 일만 남았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환경에는 관심도 없는데, 카페가 환경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더라고요.”
“그렇죠. 커피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작물이라 유통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긴 하죠.”
“그런 관점은 새로운데요? 역시 수현 씨는 공간에 먼저 관심이 가는 모양이네요. 이번에 바리스타 시험 준비하면서 들었는데 커피 생산의 60퍼센트 이상은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데, 기온이 올라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든대요. 커피의 70퍼센트 정도가 아라비카인데 이 품종은 고온다습한 환경을 못 견디거든요. 기온이 2도 올라가면 중남미 커피 생산의 약 90퍼센트가 줄고, 2080년이 되면 커피가 거의 멸종될 것이라고 보는 연구도 있어요. 실제로 제가 카페 처음 열었을 때보다 원두 값이 엄청나게 올라서 갈수록 돈 벌기가 힘들어요.”
엄살이 아니었다. 바리스타 자격을 딴 것도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 해외 원두 생산업자와 직접 거래해서 조금이라도 원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수현 씨,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뭐든지요.”
“요즘, 매일같이 퇴근 후에 제 카페에 와서 늦게까지 뭔가 하시잖아요? 가끔 그림도 그리고. 뭐 하시는 거예요?”
“아, 그거요. 회사에서 신사업 공모전을 하고 있거든요. 제가 성취감 중독자라 공모전처럼 상을 주는 이벤트를 좋아해서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네요.”
“거의 매일 두 시간은 앉아 있던데, 그런데도 만족할만한 아이디어를 못 찾은 거예요? 저야 매상 올라서 좋지만요.”
“스티븐 킹이 그랬대요. ‘뮤즈를 찾으러 돌아다니지 말고, 뮤즈가 몇 시에 너의 집에 가면 되는지 알려줘라’ 라구요. 정해진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야 뮤즈, 그러니까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른다는 거죠. 그래서 저도 매일 해림 씨 카페에서 뮤즈를 기다리는 거예요.”
수현 씨가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한참 몰두하고 있을 때는 내가 2층에 올라온 것도 알아채지 못하지만, 내가 일부러 조용한 음악을 튼다는 것은 알아차려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거군요. 재밌나요? 어차피 그것도 회사 일 아닌가요?”
“그냥 회사일이면 재미없죠. 숫자와 도면, 끝도 없는 계약서와 시방서. 보기만 해도 지겨워요. 그런데 공모전은 아이디어를 설계적으로 풀어나가는 면이 있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원래 제 꿈이 건축사사무소를 차리는 거였거든요. 작은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고객만 상대하는 그런 곳요. 오랜 시간 얘기하고 친해져서 집주인 인생에 부족한 걸 알아내고 그걸 채워주는 집을 디자인해 주고, 다 지으면 가끔 놀러 가서 밥도 얻어먹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학생 때 설계하던 생각도 나고, 다시 설계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내가 생각해도 수현 씨에게는 회사원보다 건축사사무소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아니 건축사사무소에 어울릴지는 알 수 없지만, 회사원이 안 어울리는 것은 확실하다. 수현 씨는 같이 술을 마셔도 회사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말한 것은 10년 이상 일하면서도 일에서 희열을 느낀 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 정도다. 수현 씨는 얘기만 들고 있으면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백수 같았고, 나이도 직업도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호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배달도 마음대로 못 부르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수현 씨를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좋은 느낌의 술친구일 뿐이다. 하지만, 40대를 목전에 둔 지금은 누구를 만나든 한 번쯤은 결혼이라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내 기억에 부부는 같이 인생연금에 가입하거나 같이 미가입 상태여야 한다. 수현 씨가 가입자이니, 결혼하려면 수현 씨가 연금에서 탈퇴하거나 내가 가입해야 한다. 앱을 보디 배달오토바이가 한강대교 북단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곧 도착하나 봐요. 그런데, 만약 수현 씨가 결혼을 결심한 사람이 매일 밤 치맥을 해야 하는 치킨 마니아라서 인생연금에 가입 못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수현 씨는 크게 웃더니,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음… 제가 나가서 사 오거나 집에서 치킨보다 더 맛있는 걸 만들어 주면 되지 않을까요?”
“요리도 잘하세요?”
“그런 여자가 생기면 열심히 연습하지 않겠어요?”
이 남자와 결혼할 여자는 이 남자의 연금을 탈퇴시킨 후 하는 게 좋을 듯싶다.
“네, 네. 그런데 왜 인생연금에 가입했어요? 뭐 신념이나 인생관 그런 건가요?”
수현 씨는 강 건너 빌딩들을 잠시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딱히 대단한 철학이 있는 건 아니에요. 프라하에 살던 카프카의 일기 중에 ‘독일이 러시아에 전쟁을 선포했다. 오후에 수영’이라고 쓴 날이 있어요. 수백, 수천만 명이 죽게 될 역사적 사건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수영 강습처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상일 수도 있는 거죠. 평균 기온이 몇 도 올랐다느니, 어느 해안이 물에 잠겼다느니, 어떤 동물이 멸종했다느니, 하는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 너무 오랫동안 들어와서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만큼이나 무감각하지만, 언젠가 사람들은 왜 그때 사람들은 저렇게 위기의 증거들이 넘쳐나는데 아무것도 안 했을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나도 뭔가를 했다고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것도 기분 좋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었어요.”
“몇 십 년의 불편함보다 떳떳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모르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아무 망설임 없이 연금에서 탈퇴할지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아는 수현 씨라면 팩트와 논리로 그 여자를 설득하려 하겠지. 만약, 내가 그 여자라면 난 설득 당할 수 있을까?
“그런 여자가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이제 슬슬 치킨 받으러 갈까요?”
“아니요, 오늘은 제가 대접하는 날인데, 제가 갔다 올게요. 우린 돗자리도 없으니까 이 벤치를 지켜야 해요.”
“그것도 그러네요. 황송한데요? 단골 고객님께서 치킨 픽업도 해주시고. 어쩔 수 없죠. 그럼 잘 다녀오세요, 이 과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