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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Apr 21. 2024

러닝에서 발견한 것들

  요즘 건강을 위해서 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많이 뛰는 것도, 자주 뛰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1~2번을 뛰는 정도다. 근처에 천이 있어서 20~30분 정도 가볍게 뛴다. 오랜만에 뛰다 보니 예전과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몇 년 전 태풍이 심하게 와서 천의 산책길이 망가진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그 구간은 잠깐 폐쇄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그리고 공사를 통해 회복을 했다. 태풍으로 인해 떠내려온 나뭇가지와 기타 쓰레기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곳이 있었다. 오랜만에 그곳을 지나가는데 말끔하게 치워진 것이 아닌가.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에도 '태풍'과도 같은 시기가 있구나 하는. 바로 일어설 수 없을 때가 있다. 구간을 폐쇄하고 공사를 시작하여 회복한 산책길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시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마치 뼈가 부러진 곳에 수술을 하고 깁스를 하는 것처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나를 돌보아야 할 시기가 있다. 


  평소에 산책했던 길이 아니라며 망가진 길을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다면, 그 망가진 길을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어보겠다며 그대로 걷기만 한다고 해서 회복이 되는 건 아니다. '시간'과 '일상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보고, 바라보지 못했던 부분을 바라봐주기도 하고, 나를 돌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망가진 산책길에 다시 복구하는 전문가 분들이 오는 것처럼, 골절을 회복하기 위해 부러진 다리를 진단하고 수술하는 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는 혼자서 일어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연결'이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너무나도 불안하고 두렵고, 무기력하다면 심리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약을 처방받고, 자신에게 좋은 것들을 주며 자기 돌봄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예전의 산책길과 똑같지는 않을 수 있지만, 상쾌하게 걸어 다니며 뛰어다닐 수 있는 길이 다시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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