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깊이 생각하지마-김광석
나의 과거가 현재를 발목 잡을 때가 있다. 그건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나를 그렇게 발목을 잡아버린다. 안 좋은 생각들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우리를 못살게 군다. 꼬리에 꼬리를 물기에 너무 힘든 시간의 연속들이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만, 털어놓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혹시나 그 점이 나의 약점이 되어 또다른 발목이 되어버릴까봐.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오직 슬픔만이 돌아오잖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외로움이 친구가 된 지금도
아름다운 노랜 남아있잖아
그 노래로도 그리움이 씻겨지지 않으면
받을 사람 편지로도 지워지지 않으면
나는 벌거 벗은 여인의 사진을 보며
그대와 나누지 못했던 사랑
혹은 눈물 없이 돌아서던 그대 모습을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추억은 그렇게 잊혀지면 돼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어린아이들의 가벼운 웃음처럼
아주 쉽게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스쳐가는 의미 없는 나날을
두 손 가득히 움켜쥘 순 없잖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가시 돋힌 폐허 속에 남겨진
너의 평범함을 외면하진마
그 노래로도 그리움이 씻겨지지 않으면
받을 사람 없는 편지로도 지워지지 않으면
나는 벌거벗은 여인의 사진을 보며
그대와 나누지 못했던 사랑
혹은 눈물 없이 돌아서던 그대 모습을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추억은 그렇게 잊혀지면 돼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어린아이들의 가벼운 웃음처럼
아주 쉽게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김광석 4집 리마스터링앨범 3번 트랙
때론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 스마트폰을 어딘가 던져두고, 잠시 꺼놓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거나 책 속으로 들어가 나만의 고요한 내면 속에 머물러야 할 때가 있다.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흘러가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 흐름대로 흘러가야 할 때가 있다. 쉽게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기억도 쉽게 잊을 수 있고, 추억은 그렇게 잊혀진다. 너무나도 강렬한 슬픔과 아픔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될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상처 흔적 없이 지워져버린 것들이 꽤 있지 않은가.
스쳐가는 의미 없는 나날을 두 손 가득히 움켜쥘 순 없지만, 그 순간을 살 수는 있다. 일상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특별한 사람들과 비교해가며, SNS의 화려한 하이라이트들 속에서 나를 비교해가며 나의 평범함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위대함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어쩌면 내가 가진 평범함일지도 모르기에. 나의 평범함 속에 독특함이 있을 지 모른다. 그 평범함은 나에게 평범할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일상의 무거움과 초라함에 짓눌려, 나의 평범함을 그저 외면할 뿐이다. 그 평범함을 위대함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누구를 만나야할까. 그 이전에 나는 누구이고, 과연 내가 가진 평범함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아... 이런 또 너무 깊이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어쩌랴. 이 노래를 들으며 가끔씩 '그래 너무 깊이 생각하지말자'며 단순히 삶에 임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