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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Jul 12. 2023

타인의 존재를 알아보기

<사람, 장소, 환대>를 읽으며

타인의 존재를 알아보고, 그가 나의 알아봄을 알아볼 수 있도록 내쪽에서 존재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그의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하는 의미를 띤다. <사람, 장소, 환대> p58


위의 문장을 읽으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생각난다. 염미정, 구 씨가 서로 추앙하고, 환대하며 연결감을 가지며 각자 그리고 함께 해방으로 나아갔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의 자리를 인정해 주고 조건 없이 환대를 해보는 경험은 오히려 그에게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준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이들이 많은 것은 존재의 신호를 느끼기 힘든 환경 속에서 있어서가 아닐까. 타인에게든, 자기 자신에게든 존재에 대한 공허함과 부재, 마음의 빈곤이 서서히 죽어가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한 '나의 알아봄을 알아볼 수 있도록 내쪽에서 존재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선뜻 존재의 신호를 보내는 용기를 먼저 낼 수 있을까?


3월에 번아웃 증상이 왔을 때 모든 에너지가 소진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죽고 싶다는 마음보다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창희가 말했던 리턴 투 파라다이스의 대사가 생각났다.


"나 여기 있어! 내 눈 봐.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어!!"


살고 싶다는 마음은 내가 여기 있음을, 존재함을 온전히 아는 것이 아닐까. 존재의 신호를 보내는 건 타인이 가지고 있는 취약성과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옆에 있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의 존재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것은 곧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에고에 집착하지 않으며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대신 창밖을 바라본다면, 세상 속으로 나아가 소중한 이들에게, 소중해질 그들에게 나를 내어놓는다면 세상은 조금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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