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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Jul 23. 2023

길을 찾으려면 길을 잃어야 한다

어디선가 레베카 솔닛의 문장을 봤다. 


"미지를 향해, 문을 열어두는 것, 어둠으로 난 문을 열어두는 것. 그 문은 가장 중요한 것들이 들어오는 문이고, 내가 들어왔던 문이고, 언젠가 내가 나갈 문이다. 


그리고 소로가 책에서 말했던 말도 생각났다. 


"숲에서 길을 잃는 경험은 언제나 놀랍고 기억에 남고 더군다나 값진 경험이다. 우리는 길을 완전히 잃은 뒤에야, 더 간단히는 뒤로 돌아선 뒤에야 자연의 방대함과 이상함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다. 우리는 길을 잃고 세상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있는 곳을 깨우치고, 자신과 세상이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는다." 


길을 찾으려면 먼저 길을 잃어봐야 한다는 아이러니함에 이제는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길을 잃어버림으로써 걸어왔던 길을 통해서, 들어왔던 문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걸어가며 그 문을 나가게 될 것이다. 


조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을 보아도 하나의 서클을 돈다. 평범한 세계에서 비범한 세계를 향한 모험은 다시 원래 내가 있던 세계로 돌아오면서 끝난다. 그 모험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과 지혜, 보물과 동료들은 여전히 내게 남아있는 것이다. 


일생을 살면서 우리는 여러 모험을 떠난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은 사건들로 인생은 구성된다. 하나의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 바다의 끝은 육지이며, 육지의 끝은 바다인 것처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더라도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어떠한 모험을 떠나고 싶은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서로 이어져있다. 모험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며,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어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하기 힘든 때가 있다. 무수한 질문만 내게 던지며 어떠한 시도를 하고 있지 못할 때, 그때가 길을 잃어버릴 때다.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시도'가 포함되어 있다. 작은 시도를 통해서 우리는 조금씩 어두운 길에 적응해 나가며,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될 수 있다. 


길을 찾으려면 길을 잃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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