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한 문장이었다. 때로는 한 줄의 글귀가 힘이 되곤 한다. 이것이 글의 힘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힘겨운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시인의 말처럼 그렇다고 길이 없어진 것도 아니요.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이 시를 보다 보니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내 마음속 가장 넓은 길을 마주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자,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 막막함이 '벽'이 아니라 '문'이었다는 발견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제가 설국열차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송강호 씨가 옆을 가리키면서 '이게 너무 오랫동안 닫혀있어서 벽인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문이다.'라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올 한 해 벽인 줄 알고 있었던 여러분만의 문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 영화감독 박찬욱
완벽을 좇다 보면 벽을 만나게 된다. 반면 과정을 즐기다 보면 그 벽에서 문을 찾을 수도 있다. 계속 시도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과정에 대한 즐거움과 기쁨, 몰입은 그래서 필요하다.
요즘 내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몰입을 주는 일은 무엇일까?
지금 하고 있는 게 바로 그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과 말, 이야기를 모아서
글을 쓰는 것이다.
사실 요즘엔 강의에서 느끼는 재미와 의미가 많이 줄어든 거 같다. 비슷한 강의들, 비슷한 피드백 속에서 큰 재미와 의미를 찾고 있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우연히 채널십오야에서 응답하라1994 멤버들이 10주년으로 모이는 영상을 보았다.
그 당시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정우에게 신원호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내가 너한테도 백번 얘기했어. 그니까 그전에도. 야 어떤 직장인이 맨날 회사를 가면서 '오늘 난 최고의 회사원이 될 거야! 나는 진짜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원이 될 거야.' 이러면서 누가 그렇게 출근하냐. 제발 연기자라는 직업을 너무 그렇게 숭고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너무 매일매일을 그렇게 최고의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래서 자기 스스로를 힘들게 말라는 거지."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라는 일을 너무 숭고하게, 진지하게 생각했던 배우 정우가 그 당시 힘들었던 것처럼 나 역시 강사와 코치라는 직업을 너무 숭고하게 생각했었던 거 같다. 매일매일 최고의 강의, 코칭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이제는 조금 가볍게, 더 재미있게 가보련다. 내가 좋아하는 글과 말, 이야기들을 잔뜩 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