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에 대한 재해석

by 러닝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 수상자!
한강 소설은 전국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너도나도 한강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온갖 평가들이 난무했다.

독서를 심도 있게 즐기는 지인은 한강 소설을 피했다. 연간 수백 권의 읽는 사람이 왜 읽지 않을까?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한강 작가의 인터뷰하는 모습을 봤는데 몹시 힘이 없어 보여. 가냘파 보인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지만, 조용하고 습한 느낌이 든 단 말이야. 작품은 작가의 투영세계이니깐. 감성적 일지 모르지만, 기운이 빠져나가고 어둠이 들어올 것만 같아."
그의 추측 덕분에, 한강 소설을 보지 않으려고 피해 다녔다. 내가 가진 에너지가 빠져나갈까 봐.

최근, 일터에서 채식주의자를 만났다. 그리고 즐겨보던 프로그램(나는 솔로)의 출연자, 순자도 채식주의자였다. 내 주변의 시그널이 채식주의자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회피하던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가 내 손에 들려있었다.
교보문고에서 잠시 훑어보려고 넘긴 책장은 내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지극한 평범함을 서술하던 서론은 계획된 빌드업이었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순간, 나는 도저히 <채식주의자>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근래에 읽었던 어떤 글 보다도 매혹적인 흡입력이었다. 잠시라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주인공 '영혜'의 남편으로, 나는 투영되었다. 증폭되는 궁금증으로 그녀의 꿈속을 해석하려 했다. 아니, 어떤 것이든지 채식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 속의 남편은 나와 다르면서도 비슷하였다. 내가 한강 소설을 피하려고 했듯이, 그는 의식적으로 아내의 이상한 꿈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꿈은 그에게 전달되었다.

살인을 당하고 살인을 하는 꿈.

어린 시절 키우던 개를 취식하고도 덤덤하던 과거의 영혜.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상상이 뒤섞여 살해에 대한 저항이 커져갔다.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죄의식이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채식은 저항의 수단이었다. 꿈속 그녀는, 살해에 무감각하고 무서움을 느끼는 동시에 강한 갈증이 억눌러져 있는 듯했다. 현실에서 육식을 피하고 더위를 식히려는 모습은 갈증으로부터의 도망이요, 저항선이었다.

가족의 육식 강요에 목숨을 걸고 몸부림치며 저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연. 히. 취한 육식은, 갈증에 대한 저항을 충동으로 바꿔갔다. 그녀의 저항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 따뜻한 햇볕 아래, 손아귀에 죽은 새를 쥐고 있던 영혜는 개방되었다. 억누르던 갈증은 단 한 번의 실패로 체념하고 받아들여졌다. 그녀는 채식 이전의 영혜가 아니라 혐오하는 모습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이제 그녀의 충동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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