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
혼미해졌던 정신을 잡고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온몸의 뻐근함이 쏟아져 나왔다. 뒷 목에서부터 발목까지 관절에 기름이 덜 칠했는지, 쌕쌕거리면서도 돌아가는 선풍기처럼 전신이 삐그덕 거렸다. 아무래도 사고의 후유증이겠지.
"한동안 안보이더니, 어디 갔다 왔어?"
"다이빙하러~
"또 외국? 이번엔 어디로?"
"그냥 나만의 휴양처!"
절친 철우와는 반토막 짜리 대화를 나누었다. 짧은 대답과 질문의 연속에도 서로 어색함이 없었다.
"요새 SNS에 난리던데, 무슨 일 없었어?"
"응~ 뭐가?"
"해외에서 코로나랑 비슷한 전염병이 다시 유행하는 거 같던데..."
"내이버나 너뉴브 한번 켜봐!"
여행 동안 SNS나 뉴스를 잘 보지 않는 성향을 알고 있는 철우는 갑자기 진중한 목소리로 평소와 다르게 말하며 말 끝을 흐렸다. 그리고 나의 요청에, 그의 휴대폰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뉴스 내용
"현재 태평양 아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의 해안에서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UN 산하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유 증상자의 치사율 77.8%로 역대 어느 질병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각별히 외부와의 접촉을 조심하시고 마스크 착용과 손 세척 및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전파 인자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전파율이 기존 코로나19와는 다른 양상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유사 증상이 있으신 분은 전용회선 국번 없이 118로 신고 바랍니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여러 뉴스 채널에서 보도를 하고 있었다.
"으~~! 코로나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왜 또 이래!"
"그니깐, 진짜 세상 종말이라도 오려고 그러나?"
"혹시 이번에도 중국에서 발발한 건가?
"아니, 그것은 아닌 거 같은데. 중국도 한국처럼 유사 증상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가 봐"
"또 지난번 코로나처럼 내부적으로 봉쇄하고 언론 통제하는 거면?"
"그럴 수도 있긴 하지, 그래도 아직은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깐."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지난 코로나 19를 떠올리면서 얘기를 이어갔다.
"주변에 평상시 보다 동작이 느려지거나 갑자기 수면 시간이 길어진 사람이 있으면 바로 신고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시고, 유무선 연락이나 메신저 등을 통하여 건강 안부를 확인 바랍니다."
라이브 방송은 같은 내용을 주문처럼 계속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 해외 갔다 온 지 얼마나 되었어?"
"이제 한 달 반 넘었는데? 이 질병은 발생한 지 2주 밖에 안됬다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너도 조심하고 관련 증상 있으면, 난 찾지 마라! 훠이~ 훠이~" 철우는 가느다란 팔이 바람에 펄럭이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내보였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야! 이미 해당되면 역학조사해서 질병관리본부에서 연락 왔었겠지."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대답했지만, 철우의 말 몇 마디에 다소 불안감은 있었다.
' 요즈음 잠이 좀 쏟아지긴 하는데, 요즘 오히려 체력도 늘고 더 건강해졌으니깐 나랑은 상관없겠지!'
퇴근 후,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강변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모이고 있었다.
"자~ 오늘도 무리는 하지 마시고, 열심히 달려 봅시다. 다음 달에 광주 하프 마라톤 대회가 있으니깐 불태워 봅시다."
러닝 크루장의 스타트 신호에 각 페이스 그룹별로 모여서 뛰기 시작했다.
어릴 적, 단거리 육상 선수로 뛴 적도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달려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러닝 붐으로 다시 뛰고 있는데, 그 재미가 쏠쏠했다. 날씨가 살짝 선선해지는 저녁에, 바람을 가르며 뛰고 나면 심장 박동 소리가 귓속에 들리는 듯했다.
'벌써 적응이 어느 정도 된 건가?'
얼마 전까지 소속된 페이스 그룹에서 가장 뒤에서 겨우 쫓아가기 바빠 초보티가 팍팍 났었는데, 이제는 해당 그룹에서 오랫동안 뛴 베테랑 같아 보였다.
어느새 마지막 트랙을 돌고 출발지점으로 도착했을 때, 마침내 다 돌았다는 기쁨이었을까? 시원한 바람이 콧잔등을 스치는 동시에 온몸을 관통하는 그 짜릿함을 느꼈다. 그때 낯익은 누군가 다가왔다.
"회원님, 예전에 선출이었어요? 들어온지 얼마안된 크루들 중에서 이렇게 잘 달리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아, 그래요? 어릴 적에 잠깐 했었긴 한데, 너무 오래되어서요"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있을 때, 러닝 모임 스탭이 와서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