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어 경건하게 무언가를 그리는 그의 어깨 너머엔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너무나도 팬시하고 기교없는 그림에 약간 허탈했지만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무슨 그림이든 어떠랴.
방구석에 앉아 졸라맨 한번 그리고 집어치운 나보다는
그가 바로 예술가인 것을.
지워지고 말 파스텔화가 마음에 오래도록 걸렸던 건,
사랑도 곧 지워지고 말 거라는- 그 때의 내 시니컬한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2009.5.3 런던 내셔널갤러리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