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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이 쉰념이 되지 않게

#여전히서툰오십그래서담담하게 #50대가읽으면좋은책 #50대를위한책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웹진31호

http://webzine.kamco.or.kr/2022/vol31/view/culture_museum.html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다. 주로 나이 많고 꼰대 같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메시지다. 특히 이런 말을 듣기 쉬운 나이가 오십 대다. 보통 오십 대는 가정이든 직장이든 어느 정도 지위도 있고 연륜이 쌓여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살아보니~”로 시작해서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필요하다, ~필요 없다’로 끝나는 말을 자주한다. 이런 걸 신념이라고 한다.

신념은 우리의 행동과 선택, 성취에 영향을 준다. 어떤 사람이 얻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 이면에는 그것을 설명해주는 신념이 있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든 할 수 없다고 믿든 당신은 옳다”는 격언은 사람들이 각자의 신념대로 산다는 의미이다. 올바른 신념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 번 형성된 신념은 새로운 학습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콘크리트처럼 굳어져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 해진다. 이처럼 신념이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 될 때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런 신념을 ‘쉰념’이라고 표현한다. 사전에도 없는 단어지만 나이 오십의 ‘쉰’과 음식 따위가 상하여 맛이 시금하게 변한다는 의미의 ‘쉬다’의 이중적 뜻이다. ‘꼰대’와 ‘꼴통’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쉰념이 강한 사람들이다. 쉰념의 특징은 겉으로 표현하든 안 하든 ‘절대로’ ‘꼭’ ‘반드시’ ‘언제나’ ‘항상’과 같은 수식어를 포함한다.



나이 오십을 논어 <위정>편에서 하늘의 명을 아는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 여기서 천명이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오십이 되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이처럼 오십 정도 되면 벼가 익은 황금 들판처럼 여유 있고 풍성한 삶을 살고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관계와 소통도 미숙하고 그저 치열한 삶의 한 가운데 있을 뿐이다. 여기에 젊은 시절의 학습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신념이 유연성을 잃고 쉰념이 되어 나와 타인을 괴롭히고, 이루어 놓은 것 없는 현실에 조급증만 더 커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가 필요하다. 마음의 안정감을 깨뜨리고 관계와 소통에 문제를 만드는 쉰념을 찾아 강력분으로 빚어낸 우동의 면발 같은 탄력과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반드시’ ‘절대적으로’ ‘항상’ 같은 수식어를 붙이며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던 모든 것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반대편에 있는 나를 만나고 경험해야 한다. 또한 그런 경험에서 오는 느낌을 곱씹으며 불편한 나와 이별하고 안정과 행복으로 이끄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시도는 비단 오십 대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 괜찮은 나를 만나며 성장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신념이 쉰념이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다녔다. 정확히 말하면 운전면허는 20대 초반에 따야 한다며 내가 다니라고 시켰다. 아들은 몇 번 실기시험에 떨어진 후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았다. 아들에게 학원비가 아까우니 계속 다니라고 몰아 세우며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지 중간에 포기하면 나중에 뭘 하겠어?”라고 잔소리를 했다. 결국, 아들은 피의자가 경찰의 강압수사에 범죄를 자백하듯 다시 시험을 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들은 약속된 날짜에 자동차 면허시험을 보러 가지 않았다. 참다 못해 아들방으로 들어가 이유를 따져 물었다. “야 운전면허 시험을 보지 않은 이유를 말해봐, 도대체 이해가 안되네,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합리적으로 생각해봐 돈까지 다 내고 시험을 안보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아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시험을 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성인이 된 아들을 너무 심하게 대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이런 나의 심경을 토로하기 위해 아내에게 넌 지시 아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이야기했다, 아내는 아들이 운전면허에 관심도 없고 따기도 싫은 데다 운전하는 것이 너무 무서운데 아버지가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얘기를 대신 전하며, 그냥 하고 싶은 데로 내버려 두라고 조언했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서재에 들어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들이 운전자체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또한 자동차 면허를 딸 의지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끼는 아들에게 면허증은 이십 대 초반에 따야 한다고 밀어 붙이는 내가 합리적인가 회의가 들었다.

합리성이라는 말은 영어로 rationality인데 이 단어의 어원은 ratio에서 유래한다. Ratio는 비율 또는 비례의 뜻을 갖고 있다. 결국 합리성은 비율 또는 비례를 잘 계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는 수학적인 의미가 있지만, 관계적 측면에서 합리적이라는 것은 나의 생각과 의견에 비례하여 상대방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해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 주관적인 경험과 잣대를 합리성으로 포장하여 상대를 설득하거나 믿어 붙이기 쉽다. 오십이 되도 속 좁고 철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며 상대의 눈 높이와 입장을 반영하고 헤아릴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물론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과 타인의 생각과 관점의 비율을 맞추는 것은 진짜 합리적인 사람이 되는 길이다. 또한 그런 노력은 타인을 통해 나를 새롭게 바라보고, 더 나아가 새로운 나를 만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아들에게 운전면허 시험 보라는 얘기를 그만 두어야겠다. 아들이 미루던 시험에 합격하여 갖는 기쁨보다 미루면서 나에게 듣는 잔소리와 책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자존감의 상처가 더 크다면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출간서적]

여전히 서툰오십, 그래서 담담하게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2615052

온택트리더십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652162

더체인지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90876

노와이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56889

차이를 만드는 습관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839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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