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살롱 레터] 살롱지기 서로인터뷰 - 현진의 멈추는 마음을 전합니다.
레퍼런서 여러분은 2022년 올 한 해 어떤 계획으로 시작하시는지 무척 궁금한데요.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기 위해 창고살롱은 새로운 실험으로 새해를 시작해요.
그리고 시즌 3를 마지막으로 살롱지기 현진이 ‘멈춤'을 선택했다는 소식도 전해드려요. 이번 창고살롱 레터에서는 ‘현진의 멈추는 마음'을 살롱지기 인성, 혜영이 함께 들어보았어요. 살롱지기 1년,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그 시간이 우리에게 준 의미, 배움, 그리고 노력을 생각해 보았어요.
창고살롱을 처음 만들며 전한 살롱지기 현진&혜영의 서로 인터뷰, 그리고 인성님이 조인하면서 살롱지기 3인 완전체로 나눈 대화에 이어 마지막 정리도 서로 인터뷰로 전해드려요.
혜영 : 창고살롱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직을 만들었지만, 기존 조직의 관리 문법인 KPI나 OKR 같은 기준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잖아요. 작은 조직이기에 가능하기도 했고, 또 레퍼런서 멤버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며 뭐든 한 땀 한 땀 엮어가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느라 표준화된, 측정 가능한 목표를 정한다는 건 애초에 잘 맞지 않았죠. 한 번에 간단히 전송할 수 있는 공지 메시지도 일부러 1:1으로 소통하면서 레퍼런서 멤버분들과 접점을 늘려갈 수 있었고 이런 대화의 총량 증가 덕분에 더 다양한 삶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조직을 1년간 운영하며 유료 커뮤니티 만들기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으니 ‘성취'를 한 번쯤은 이야기해보고 싶은데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창고살롱지기로서, 개인적으로, 그리고 함께 일한 사람이나 조직 측면에서 성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창고살롱에서
현진 : 저는 시즌 3에서 소모임을 스물일곱 번이나 하게 된 게 가장 큰 성취 같아요. 제게는 시즌 3가 좀 더 특별했어요. ‘내가 과연 시즌3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시즌 2 끝날 때만 해도 있었는데 레퍼런서 멤버들 덕분에 시즌 3를 할 수 있었어요. 시즌 3 살롱 총횟수가 55회였는데요. 소모임도 27회나! 이전보다 살롱 횟수는 이렇게 더 많이 늘어났는데 이전만큼 헉헉대며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멤버분들 각자가 ‘지기'로서 역량을 갖게 된 것 같았고,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많은 소모임을 열어본 게 성취였어요. 마지막 마무리로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혜영 : 저는 무엇보다도 창고살롱 시즌 1, 2, 3를 해낸 걸 가장 큰 성취로 생각해요. 살롱지기 현진&인성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고요. 덕질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로만 생각했던 활동을 일로써, 유료 커뮤니티 서비스로 만들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취에요.
그 시도와 시작으로 인해 머릿속으로 꿈꾸며 상상만 해본 일, 서로가 서로에게 레퍼런스가 되어 주는 일이 실제 얼마나 파워풀하고 의미 있는지 시즌 1, 2, 3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레퍼런서 분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직접 영감을 주고받으며 발견하고 시도하는 일을 응원하며 지켜볼 수 있던 경험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귀한 선물이자 축복이었어요.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라며 주변 지인에게 적극적으로 창고살롱을 소개하는 레퍼런서 멤버들에게 ‘주주' 같은 마음을 자주, 그리고 많이 느꼈어요.
인성 : 저는 '창고살롱'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사용자에게 끊임없이 설득해 가며 시즌 3까지 이어온 것을 가장 큰 성취로 꼽고 싶어요. 창고살롱이 물성 있는 제품도 아니잖아요. 아무것도 없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비즈니스로 실현해, 수익도 만들어 보았죠. 또 레퍼런서 멤버들이 창고살롱을 경험한 후 저절로 서비스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자신들이 직접 주인이 되어 간 과정도 정말 의미 있었고, 가장 좋았어요. 창고살롱 모든 시즌을 잘 운영하고, 잘 마무리한 게 살롱지기로서 가장 큰 성취예요.
개인적 성취
현진 : 시즌 3에서 레퍼런서 살롱 <쉴 줄 모르는 여자의 ‘번아웃 관통기'>를 준비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개인적으로 회고의 기회가 됐어요. ‘일과 나의 관계', ‘일과 나의 거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죠. 몸과 마음에 위험 신호가 계속 오는데, 글을 쓰며 표현하긴 했지만 레퍼런서 살롱을 준비하면서 ‘일이란 나에게 뭘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일과 나의 관계나 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삶 속에서 일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그런 걸 정리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인 것 같아요. 그게 제일 큰 성취 같아요. 변곡점이 됐어요.
혜영 : 저는 출간 계약 사인한 일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의미 있는 성취 같아요. 막연하게 생각하던 ‘언젠가 출간'이란 인생 목표에 기회를 준 출판사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고요. 새해엔 열심히 원고를 써보려고 합니다.
인성) 개인적인 성취, 정말 많은데요. 10년 만에 조직 밖에서 일하며 많은 경험을 했어요. 창고살롱 시즌 1에서 첫 레퍼런서 살롱을 하게 되면서 제 얘기를 정리해 사람들 앞에서 나눠봤고요. '여성의 일과 삶'에 대한 외부 강연이나 강의도 많이 했죠. 창고살롱 통해 새로운 연결도 많았고요. 말 그대로 세계가 확장됐어요. 새롭고 다양한 실험, 시도해보면서 제 가능성과 한계도 확인했는데요. 하고 싶은 것, 더 잘하고 싶은 것도 발견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주 잘 알게 됐죠.
파트너. 함께 일한 사람과 조직
현진 : 오늘 오전에 오마이뉴스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가 최근 출간한 책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읽었어요. 선배에게 그 책을 선물로 받았거든요. 두 번째 직장 동료이자 창고살롱 브랜드 디자인을 맡아준 태리님께도 연락을 받았어요. 제 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을 해주었죠. 그리고 오후에는 지금 우리가 미팅하고 있잖아요. 이전 인연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게 신기해요.
퇴사할 때는 저한테만 집중을 해서 주변을 돌아보기가 무척 어려운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인연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되잖아요. 그렇게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이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마지막에 이렇게 정리하고 갈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레퍼런서 멤버들도 사실은 고객인건데, 1월에 만날 약속을 잡고, 이러면서 관계의 중요함,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인성 : 현진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창고살롱 BM(비즈니스 모델) 컨설팅받을 때 생각이 나요. 우리 매출이 내부 고객들(레퍼런서 멤버)로부터 나오는 구조라고 부정적으로 평가받았었는데, 저희에겐 소중하고 긍정적인 존재라는 게 아이러니해요. (웃음) 기존 갑을 관계 파트너가 아니라 레퍼런서 멤버 같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 밖 동료들과 교류하면서 '느슨하고 단단한 연대'를 체감할 수 있었어요.
저는 혜영님, 현진님과 함께 일한 경험도 신기했어요. 이렇게 밀착돼서 같이 일하는 경험은 앞으로는 없겠다 싶어요. 전에도 이렇게 일해본 적 없고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뭘 위해 무슨 일을 할지 서로가 각자 너무나 잘 알고 있었잖아요. 같은 문제의식과 해결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일하는 연대가 뭔지 알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또 현진님 소식을 듣고 저에게 괜찮은지 연락해 물어봐 주고, 안부 챙겨준 분들이 계세요. 그것도 참 신기하고 감사했죠. 혜영님이 말씀하신 시스터 컴퍼니처럼 적극적으로 뒤에서 밀어준 누군가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굳이 다 말하지 않아도 날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정말 감사해요.
현진 : 뭔가 팔아봤다는 게 가장 큰 성장이에요. 언론사를 퇴사할 때, 구체적인 개인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더티브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수익도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은 계속 자신이 없었어요. ‘나는 못 하지 않을까?’
그런데 서비스를 만들어 팔아본 경험을 창고살롱을 통해 해본 거죠. 어린이집 엄마에게 창고살롱을 소개하며 가입 권유를 하기도 하면서. 인스타를 맡아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를 집행하면서 팔아봤죠. 콘텐츠 마케팅 일이 스트레스이기도 했어요. ‘나한테 잘 맞지 않구나’를 알 수 있었지만 브랜드나 가치에 대해 배웠어요.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 영역까지는 나는 힘들다고 생각했고요.
또, 퍼실리테이션 역량은 혜영님께 많이 배웠죠. 시즌 3가 진행될수록 얼굴이 어두워지는 게 많이 보였다고 말씀해준 멤버가 계셨어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멤버들에게는 다 보였던 것 같아요. 시즌 2 때는 제가 상태가 워낙 안 좋았던 것 같고. 시즌 3 때도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하니까 모두가 새로운 아이디어 내고 ‘뭐 해봐요~’ 라고 할 때 나는 같이 할 수 없으니까 그게 티가 났던 것 같아요.
혜영님의 진행 능력 하나만 믿고 창고살롱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서로 얼굴을 읽어줄 수 있는 상태까지 됐구나. 그런 사이가 됐구나.’ 새삼 느꼈어요. 창고살롱이 그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온라인이니까 얼굴이 더 잘 보이고 표정도 더 잘 읽히고 했으니까요. 처음에 진행은 혜영님이 도맡아 했던 건데 저랑 인성님이 배우고 또 멤버분들도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모두가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혜영 : 제가 특별한 진행 능력이 있었다기보다, 모두가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듣고 공감하고 반응해주고 그러면서 신뢰가 형성되고 창고살롱만의 안전한 판,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단 퍼실리테이션 역량뿐만 아니라 함께 기획한 프로그램, 구조화된 대화를 위해 질문을 만들고 과제를 내어 드리는 일, 그리고 인사이트를 찾아내어 적용해보고 프로그램화하는 것들도 모두 멤버분들이 흡수해서 실제 업무에, 그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나 일상에 적용해 본다고 말씀 주신 피드백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무언가 명확하진 않더라도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콘텐츠로 만들어볼 수 있구나’라는 감각을 가질 수 있던 경험, 우리가 직접 셋업하거나 의도하지 않았지만 레퍼런서 멤버분들이 스스로 영감을 얻어 적용하고 시도, 실험해 본 일을 전해 듣는 경험이 감사했어요.
저는 기업가정신(엔터프리너십)과 리더십을 성장한 역량으로 꼽고 싶어요. 조직을 만들고 동료들과 함께 서비스를 설계해 수익을 창출해 월급을 받아보는 일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만든 일이니까요. 기업가정신이나 리더십 같은 단어는, 내가 큰 기업에서 임원이 되어야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전 조직에서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을 십분 발휘해 조직에 없던 경험까지 시도해보는 출판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그리고 창고살롱을 만들고 W Plant로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하면서 깨달았어요.
브레네 브라운이 책 <리더의 용기>에서 리더란 지위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나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 잠재력에 기회를 주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어요. 우리가 창고살롱을 만들고 운영하며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본 일, 그리고 앞으로의 시도들 모두가 리더의 중요한 속성이더라고요.
인성 : 저도 현진님과 마더티브를 만들었지만 직접 수익을 내어보는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 수익을 창출해 본 게 가장 크게 성장한 역량이에요. 많은 멤버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향상됐고요. 무엇보다 살롱지기 혜영님, 현진님 또 레퍼런서 멤버들에게 정말 많은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꾸준히 피드백 받고 평가받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피드백을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이해하게 되면서 객관적인 자기 이해와 역량 평가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혜영 : 저는 역지사지(^^) 같아요. 이전의 일 경험이 대기업에서 중간관리자까지의 경험이에요. 저에게 일을 잘한다는 건 나의 전문성과 유능감을 최고로 발휘해서 최선의 결과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동료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공감하기보다 각자의 성과, 결과로 주로 판단했던것 같아요. (이렇게 글로 다시 적고 보니 창피하고 무척 반성이 되네요.) 하지만 살롱지기 3인이 함께 일 하는 방식은 끊임없이 서로를 조율하는 과정이었잖아요. 서로 다른 배경과 성향, 그리고 가치관의 다양성을 마주할 때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서로 설득하고 이해하며 다른 이의 모자를 써보는 연습이 일상이 된 것 같아요. 다른 처지에 있는 상상을 해보는 일,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생각해보게 되는 훈련을 할 수 있었죠. 덕분에 다양한 레퍼런서 멤버분들을 이해하는 폭도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인생에는 하나의 정해진 정답만 있는게 아니니, 그러고 보면 저는 창고살롱을 만들면서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인생 공부를 한 셈이네요! ^^
현진 : 저는 살롱 지기로서 멤버분들에게 안전한 울타리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여기 창고살롱에 와서는 평가나 비판받지 않고, 상호 존중을 기반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경청하려고 노력했어요. 생길 모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 보고, 멤버들이 불편감을 느끼지 않도록 여러 방향에서 생각해보며 ‘창고살롱’이란 울타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편, 여러 가지를 챙기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챙기려는 노력을 하다 보니 저 스스로나 주변에 좀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멤버들을 배려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일. 이것도 어찌 보면 감정 노동인데, 이에 대한 총량이 있는 것 같아요. 저나 가족들, 동료들에게 쓸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도통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양면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인성 : 저는 살롱지기로서 창고살롱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저희의 말과 사용자의 경험이 일치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시즌3 때는 에너지가 달려서 개인 SNS를 잠시 끊고 창고살롱에 전념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는데요. 일하며 에너지 총량에 대해 계속 고민이 되더라고요.
처음 창고살롱지기로 함께 할 때, 내 일과 삶의 가치가 일치하니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곧 매일 찾아오는 번아웃을 겪으며 가치가 잘 맞더라도 일과 삶을 경계 없이 가져가는 건 안 되겠구나 싶었죠. 에너지 레벨이 점점 전체적으로 낮아지니까 충전 속도는 느린데 소모는 너무 빨리 돼서 100% 충전이 안 되고 계속 부족한 상태인 느낌이었어요. 일과 삶, 어느 것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았죠. 그래서 일과 삶의 시간과 영역을 분리해 집중할 때를 정하고 에너지를 분배하려고 노력했어요. 업무 시간으로 정해진 시간엔 창고살롱에 집중해 일했고요. 평일 저녁, 주말에는 업무에서는 완전히 로그아웃하고 저와 가족에게 집중했죠. SNS처럼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잠시 쉬기도 하면서요. 일과 삶의 균형, 에너지 분배에 대한 주제는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혜영 : 연말 회고와 새해 작심 스페셜 살롱을 진행하며 저희 살롱지기들 이야기도 궁금해하셨잖아요. 멤버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어서 저희 이야기는 나눌 기회가 없었죠. 이 기회를 통해 전해볼까요? 현진님은 살롱지기 ‘멈춤'을 결정하고 2022년 어떤 키워드를 생각하고 계세요?
현진 : 살던 대로 살지 않기 위해서 원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늘 저는 ‘퇴사하면 뭐가 있지 않을까? 이직하면? 창업하면?’ 이렇게 생각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고, 뭔가 소소한 과정이 중요한 건데 저는 목적, 목표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난 뭘 하고 싶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궁극적인 뭔가가 없을 것 같고 계속 바뀔 수도 있고. 뜬금없는 뜨개질일 수도 있고, 춤을 출 수도 있고, 번역 수업도 들어보고 싶어요.
안 쓰던 근육을 좀 써보고 싶어요. 계속 쓰던 근육만 써 왔으니까. 내년에 서른아홉이 됩니다. 마흔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사실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아요. ‘서른 아홉들의 이야기를 발굴해보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봤어요. 일을 또 벌이게 될 것 같아서 생각만 하고 있어요.^^ ‘39세'를 키워드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창고살롱 멤버분들 중에도 올해 서른아홉이신 분들이 몇 분 계시더라고요~.
혜영 : 저는 ‘어쩌다 하노이'로 작년을 마무리했잖아요. 그래서 새해에는 ‘해외 근로자 와이프(expat wife, 일명 남편 일 따라 해외 온 여성)’들의 다양한 레퍼런서 찾기, 스토리 발굴을 해보고 싶어요.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무척 궁금해요.
인성 : 저는 새해에는 더 건강하게, 주도적으로, 마음 편히 즐겁게 살려고요.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을 기준으로 일하며 사는 건데요. 즐겁게 일하고, 사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즐겁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죠. 윤승님의 <To do의 삶에서 질문하는 삶으로> 레퍼런서 살롱 이후 ‘사랑(love)’ vs ‘두려움(fear)’의 기준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저의 20 대를 돌아봤는데요. 그때 정말 단순하고 즐겁게 살았더라고요. 그 마음을 떠올리면서 2022년에는 즐거움을 기준으로 의사 결정해 보려고 해요.
창고살롱을 떠나는 현진님께 마지막으로 물었어요.
무언가 뚜렷한 다음을 정해놓지 않고 그저 멈춤을 선택한 본인이 아직은 크게 불안하지 않은 게 자신도 스스로도 신기하다는 현진님의 멈추는 마음이 궁금했어요.
현진 : 마지막 살롱에서 이제 살롱지기를 그만둔다고 이야기 했을 때 아무도 ‘왜?’라고 이유를 묻지 않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걸 묻지 않는게!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지 알 것 같다고, 응원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창고살롱 시즌 2를 진행하면서 번아웃이 심해지면서 이제 그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난 사업을 할 사람은 아니구나.”
그룹 코칭을 받을 때 ‘창고살롱이 정말 하고 싶은 사업인지?’라는 질문이 한 동안 머릿속에 남았어요. ‘사업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창업가 마인드는 끝까지 생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쨌든 수익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끝까지 나는 창업가로서의 마인드는 장착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창업을 할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자기 인식도 좀 있었던 것 같고요.
“끊어가고 싶다. 멈춰가고 싶다. 멈추고 싶다.”
제가 그만두면 창고살롱에 빈자리가 생길 테지만 그렇다고 이걸 지속하는건 멤버분들에게 죄송하고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인 거에요. ‘내가 행복한 길인가?’ 반문하게 됐죠. 계속한다면 관성대로,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계속할것 같은데 멈추고 싶었죠.
되게 아이러니한 것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면서 시작했지만 일과 삶이 지속가능하게 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일과 삶이 분리가 안되고 워낙 제가 몰입하는 성격이기도 해서 끊어지지 않으니까 계속 힘들어지는 상황이 된거죠. 창고살롱이 너무 즐겁지만, 또 힘든 상황이 계속된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그리고 가족들도 힘들어지는 상황들도 좀 있었던 것 같고요.
“이 챕터는 여기서 끝.”
근데 제일 큰 건, 저는 이 챕터가 끝났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던 것 같아요.
오마이뉴스 다닐 때, 육아휴직 복직 후 생각했던 나의 화두 - 엄마로 살면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지와 내 일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해 동료들과 마더티브를 만들어서 콘텐츠를 만들었고, 이후 창고살롱에서 커뮤니티까지 해봤으니, ‘정말 해보고 싶었던건 다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 같아요.
물론 여기서 더 해볼 수도 있고, 더 깊이 파볼 수도 있는데, 뭔가 저는 ‘이 정도면 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 3~4년 간의 챕터를 여기서 마무리짓고 싶기도 해요.
그다음엔 다른 주제에 대해 해볼 수도 있고요. 다음 주제는 나에게서 나오지 않은 것도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냥 저는 늘 새로운 것 해보고 싶고, 다른 주제로 해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형태도 해보고 싶어요.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고요. 클래스 101 뜨개질 클래스 아침에 찾아봤고, 이번 주 운전면허 등록 해야 되고, 번역 수업도 신청했어요. 번역 수업은 계속해보고 싶었던 건데 시작을 못해봐서 그냥 그걸로 시작은 한 번 해보려고 해요. 이걸로 뭐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요. 그 동안, 그냥 해보고 싶었는데 ‘이건 당장 안해도 돼’라고 생각해서 미뤄왔던게 무척 많더라고요.
그냥 늘 저는 목표가 있었고, 그럼 그걸 해내야 하고. 제일 먼저 무얼 해야 한다는 우선순위가 생기면 그 일이 올라가 버리니까 다른 것은 그냥 다 뒤로 밀려나게 되는 거였어요. 뭔가 미뤄뒀던 것들, 우선순위 저 밑에 있던 것들을 좀 올려서, 이걸 가지고 꼭 뭘 해야 하는 건 아니고, 안돼도 괜찮고.
창고살롱에서 얻은 마음
아마 또 불안하고 그럴 것 같긴 한데, 그냥 당장은 별로 불안하지 않아서 그건 좀 좋아요. 늘, 좀 불안함과 조급함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와도 그냥 뭐.. 다행이라 생각 되는것 같고 여기 창고살롱에서 얻어가는 마음 같아요.
인성님, 혜영님과 셋이 창고살롱을 운영하면서 온갖 업무적인 부분,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멤버들 이야기 들으면서 ‘저렇게 해도 괜찮구나.’라고 용기를 얻게된 것 같아요.
혜영 : 저도 현진님의 멈추기로 한 결정을 듣고 나서 남산 워크샵때의 대화가 많이 생각이 났어요. ‘타이밍을 놓쳐서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현진님을 이제는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을 계속한다면 그 일의 성실함이나 전문성은 모자람은 전혀 없겠지만 현진님이 전혀 행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력을 스스로 내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안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또, 그 지점이 저랑은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았어요. 앞으로 제 인생에서 ‘창고살롱'은 이제 시작이거든요. 지금과 같은 형식의 커뮤니티로 창고살롱이 지속될지 또 다른 어떤 형태로 트랜스폼 될지 아직 다 알 수 없지만, 저는 제 삶 중, 일이란 화두에서 창고살롱을 빼고 생각은 못 하겠거든요. 무엇을 하더라도 항상 같이 하고 싶은 브랜드이고 함께한 레퍼런서 멤버들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돼요. 어떤 파트너가 새로운 일을 제안하거나 강연을 요청하면 저는 제가 이제 ‘창고살롱'을 떼고 전혜영으로는 설명이 잘 안 돼요. 그래서 그런 차이가 있다는 점도 좀 느낀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 시즌 1, 2, 3을 함께 만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스타팅 멤버 살롱지기 현진님 이라는 기억은 특별하게 오래 남을 거에요. 어떤 길을 가시든지 우리는 계속 연결되어 있을 거니까요.
인성 : 현진님이 '멈춤' 소식에 제가 연락을 받으니까 아이돌 그룹에서 누가 탈퇴하는 느낌이었어요. (웃음) 저희가 한 팀으로 긴밀하게 일하긴 했지만 또 각자의 서사가 있잖아요. 이 순간도 각자의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 중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대단히 끝내고, 시작하는 지점이 아니라요. 그래서인지 저는 아직 실감이 안 나네요. 마더티브를 만들 때부터 현진님과 함께 일하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또 함께 이뤄낸 성과와 성취도 많아서 앞으로 그걸 정리하는 시간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아직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니까ㅎㅎ
두 달 뒤쯤, 멈춰 본 현진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곧 또 만나서 얘기 나누면 좋겠어요.
진짜 마지막으로 오늘의 기분을 묻는 말에 현진님은 ‘후련합니다.’라고 했어요. 내일부터 아이 방학이라 자유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아 아쉽다고요. 지난 1년간 살롱지기 인성, 혜영과 밀착되어서 일 하면서 갈등도 있었고 좋을 때도 많았다고.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하다고요. 이후 어떻게 되든 멀리서 응원을 보낸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어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질문은 진저티프로젝트의 퇴사자 인터뷰 질문 일부와 창고살롱 연말 회고 질문을 활용했어요. 저희 대화에 초대 드리는 마음으로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원고정리 : 창고살롱지기 혜영
*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어 가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레퍼런스가 궁금한가요?
격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발행되는 창고살롱 레터를 구독해주세요. ;)
*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 가장 최신 소식은 인스타그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