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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고살롱 Sep 18. 2022

창고살롱 시즌 4가 선택한 "스토리살롱" 책과 영화

시즌 4 주제: 낯섦, 내가 확장되는 시간

#낯섬 #타자 그리고 #중재(잇기)의 키워드로 본 <스토리살롱>의 구조와 맥락



창고살롱에 모인 레퍼런서들은 서로에겐 #타자입니다. 하지만, 창고살롱은 각자의 서사를 #연결#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대단한 사회적 보상이나 경제적 성과가 뒤따르는 일이 아니더라도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 자신만의 #새롭고 #낯선 시선을 시즌4 #스토리살롱에서 두 권의 책과 한편의 영화로 #당신과 함께 찾고 나눠보려 합니다.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번역가들의 일상은 “대체로 아무 교류도, 사건도 없고 마치 정지 화면처럼(p.248)” 모니터 앞에 고정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녀들은 매번 새로운 작품세계(낯선 공간)에서 생소한 표현들과 씨름합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번역해도 원문에 도달할 수 없다는 괴리와 한계를 알면서도 끊임없이 언어와 소통하려고 해요. 자신들이 책과 독자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잇기(중재) 역할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번역은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아야 하며 번역의 흔적이 사라질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모순된 작업입니다. 그런데도 외국어와 모국어 사이의 “어울림과 간섭을 탐구하는 과정, 그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조심스럽게 내 언어로 어루만져 이루어내는(p.23)” 희열이야말로 은둔형 작업의 고독함과 쓸쓸함을 이겨내는 힘이라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특히 단어 하나에 담긴 문화적 맥락과 의미를 이해해서 문장으로 옮기는 일은 마치 “탐정처럼 단어 하나를 단서로 전체 그림을 찾아내는 일”(p.106)이라고 말해요. 


스토리살롱의 시작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작은 지점들을 연결해 #뜻밖의 맥락을 만드는 일, 창고살롱에 모인 우리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일을 함께하려 합니다. 잘하려고,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바깥의 거품을 거둬 내야 서로의 진짜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노력했는데 실패하기도 하고 기대 하지 않았는데 기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오늘은 암담해 보였는데 다음 날이 되면 수월해지기도 하더라. 오늘 울었다고 해서 내일도 울라는 법은 없더라고. (p203) 


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은, 삶에서 성공이라는 단어만 지워버려도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버나뎃의 여정을 통해 들여다봅니다.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에서 번역가들이 언어의 집을 지으며 본인들은 사라지는(사라져야 하는) 세계를 구축했다면, 버나뎃은 실재하는 건축물을 만들어 자신의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천재 건축가였습니다. 짓는 건물마다 큰 성공을 거두며 젊은 나이에 명예와 명성 꼭대기에 올라선 그녀는 한 번의 실패로 완전히 미끄러지더니 갑자기 사라집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20년간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습니다. 일상의 모든 일을 온라인 비서에게 맡기고 살면서 이웃과 마찰만 일으키는 버나뎃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녀의 스마트한 남편도 결국 그녀를 병든 사람으로 생각해요. 그도 그럴 것이 버나뎃 자신조차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까지 당할 뻔한 그녀가 택한 것은 바로 #낯선 장소로의 여행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남극으로 떠난 그녀는 얼음절벽 바다에서 홀로 노를 젓다가 일면식도 없는 #타자 에게 뜻밖의 질문을 받습니다. 


“Who are you?”


이것은 이방인들이 서로를 식별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입니다. 가족끼리 던지는 질문이 아니에요. 바꿔 말하면 타자에게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과정이 곧 스스로 누구인지 알게 되는 과정과 같습니다. 영화의 흐름은 #스토리살롱의 이야기 구조와도 흡사합니다. 우리는 창고살롱이라는 #낯선공간 에서 #타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나만의 서사를 찾아가고 있으니까요. 과연 우리는 이 질문에 무어라고 대답할까요?

이렇게 떠난 우리는 마침내 <자기 앞의 생>에 도달하게 됩니다. 주인공 모모는 아랍인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유태인 로자 아줌마의 손에서 자랍니다. 로자 아줌마는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며 그들에게 울타리가 되어 줍니다. 모모의 이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종도 종교도 생계 수단도 각자 다르지만, 이들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각각의 존재를 인정하고 또 깊이 존중합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p.96) 우리의 내면은 어떤 부분이든 타인의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렇게 #타자들이 서로의 내면을 알아채고 존재를 인정해 주는 과정은 <자기 앞의 생>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이번 스토리살롱의 전체의 맥락이기도 합니다. 



무해한 #타자들이 모여 함께 읽고, 보고, 나누며 자신만의 #새로운질문을 만드는 곳,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 방향이 바뀌어도 괜찮다는 의지를 나눕니다. 혼자서는 연약하고 두렵고 불안한 개인이지만 우리 함께 깍지를 끼면 삶을 똑바로 응시하는 시선과 용기를 다질 수 있으니까요. 


나중으로 미뤄지거나 환상으로 가려진 세계가 아닌 지금 당장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이곳은 #스토리살롱 입니다. 



글 : 객원지기 홍하 언니

편집: 살롱지기 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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