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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창고 Jan 23. 2019

원일아파트 사람들

아파트의 추억을 듣다 : 주민 인터뷰

아파트의 추억을 듣다 : 주민 인터뷰     


산토리니 사장님


우연히 들어섰던 유진상가 맞은 편 시원한 창을 가진 산토리니 카페. 홍제동의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어린 시절에 원일아파트에서 자랐고, 커서는 잠시 다른 곳에 이사를 갔다가 다시 가정과 함께 돌아왔다고 한다. 현재 6층에 거주중이다.  

우연히 들어선 산토리니 카페 ,  사장님의 어린 시절 추억을 들을 수 있었다.
아파트에 어렸을 때부터 자랐다고 했는데, 그때의 추억을 들려주시겠어요?

5층부터 철망이 이렇게 있었어요. 지금도 그러지 않나? 근데 그게 무슨 용도인지는 궁금하진 않았는데 그 때 거기서 막 뛰어 놀았어요 거기를…. 근데 어른들이 위험한데 뛴다고 막 혼날 때 내려오고 했는데 그게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 당시에 놀데가 많지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서 뛰고, 또 우리 아파트 옆에 보면 비상구가 있어요. 비상구 쪽 철계단이 지금은 사람이 다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위험한데 우리 때에도 어른들이 웬만하면 못 가게하고 그랬는데 저기서 놀고 그랬죠.     

원일아파트 중앙 철망

옥상 가보셨어요? 보면 이렇게 난간처럼 있는데, 지금 같으면 우리도 언니나 나도 이제 애들을 키우지만 애들이 옆으로 그걸 올라간다고 그러면 난리가 나죠. 얼마나 위험하겠어요. 떨어지면 그냥 시장으로 뚝 떨어지는 거야. 근데 우리는 거기도 올라가고 옥상 위에 또 지붕 같은 데도 올라가서 놀고 그랬어요. 이제 언니랑 하는 얘기가, 어머 우리가 미쳤지 저기를,, 세상에…     


옛날에 우리 때는 저희 엄마도 장사를 하셨지만, 원일아파트 사는 사람들 대부분 (지금도) 원주민들이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부모님들이 장사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청과, 유진상가 청과나, 인왕시장 안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이렇게 저거 위험하니까 낮에 제재할만한 어른들이 낮에 많지가 않았거든요. 그니까 우리 때는 그냥 우리끼리 노는 게 크게 위험하다는 생각 안하고 그런 데를 오르락내리락 했던 거 같아요.     

원일아파트 옥상 구조물
어릴 때 살던 데여서 아무래도 고향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쵸. 여기는 친척들도 이 근처에 많이 살고 하니까. 친구들도 있고. 주민들하고의 교류는 기존에 이제 원주민 분들하고는 아니까 인사하고 그러는데 뭐 새로 오신 분들은 얼굴을 모르니까 반상회 있을 때 나가면 한번 씩 보기는 해도 예전같이 그렇진 않아요. 우리 어렸을 때는 집에 오르락내리락 하면서도 다니고 또래들이 많았고 그랬는데 지금은 확실히 그런 것은 덜하죠.     


소꿉 친구들이 남아있진 않나요?

다들 이제 결혼하고 이사 가고 뭐. 그 부모님들이 여기 사는 경우도 잘 없고 이사를 가시고 팔고 가신 분도 계시고 이러니까 없죠.     


산토리니 카페에선 홍제동의 내부순환로, 유진맨션, 원일아파트가 훤히 내다보인다.




 아파트 동대표님


아파트 관리 소장님 소개를 통해 원일아파트 주민 대표님을 만날 수 있었다. 대표님은 홍제동이 밭으로 뒤덮여있을 때부터 이곳에 살아온 토박이시다. 이 곳 홍제동의 역사를 모두 꿰차고 계셨다. 아파트에는 88년도에 이사를 온 후, 6층에 거주하며 몇 년 째 할 사람이 없어 주민 대표를 늙은 자신이 맡고 있다고 하셨다. 아파트 곳곳에는 대표님 이름으로 붙은 안내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토리니 카페에서 대표님과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홍제동에 오랫동안 지내오셨는데, 옛날 홍제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나요?

중학교 1학년 때 여기를 들어왔어요. 아파트는 없었고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커피숍 밑이 개천이었었어요. 저 건물들도 다 개천 위에다가 지은 건물들. 그리고 원일아파트도 그 당시엔 없었죠. 그리고 저기가 전부 호박밭이고.


그래갖고 서대문에 형무소가 있을 때는 죄수들이 파란 옷을 입고 그게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본거예요. 버스를 타고 이렇게 해서 가면은 파란 옷 입은 사람이 저 밭에 많아서. 내가 물어봤어 어른들한테. 저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면 형무소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밭을 뭐 하고 저녁이면 형무소로 들어가고 그런다고 그만큼 여기가 넓고 밭이었었어요. 호박밭이라 그러나?     

출처 : 서대문구청
원일아파트가 지어지는 것도 보셨겠네요.

지금 50년 됐으니까 그 아파트가. 제가 지금 일흔 다섯이거든요. 그니까 50을 빼면 그 때(25살에) 생긴 거죠? 연도수로 보면 아파트를 지은 거는 50년 됐고 그 아파트는 한 1, 2년 있다가 유진상가가 또 생겼고. 그러면서 많이 좋아졌죠 여기가. 인왕궁아파트도 아마 그 다음에 생겼을 거에요. 원일아파트가 최초로 생겼고.     


우리 원일아파트는 그 당시에 그 아파트 짓는 이런 기술들이 없는데 우리 아파트가 좀 특이하게 지었어요. 중간에 옥상에서부터 2층인가 3층까지 공기 순환이 되게 되어있어서 우리도 보면 참 보기 드물게 지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일본 만화 같은 걸 보면은 거기 공법으로 지은 것 같으더라고. 일본서 공부를 하신 분들이 와서 지은 거 같아 그래서 너무 그 당시에는 좋은 걸로 지어서 그런지 지금도 못을 치면 안 들어가요. 균열이 어긋나는 게 없고. 오래됐다 뿐이지. 참 튼튼하고 좋은 아파트예요. 


시장이 밑에 있지 여건이 너무 좋죠 지금은 살기 좋은 데가 돼서. 불편하거나 그런 건 없고 좋아요. 제일 좋으니까 한복판에 집이 있다는 게. 고맙고. 딸만 다섯인데, 딸 가진 엄마들은 골목으로 자식들이 들어오는 게 무서운데 여긴 도로변에 집이 있어서 애들 키우는 것도 참 고맙고. 그리고 우리 아파트는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살더라고요. 시장에서 힘들게 장사하고 또 집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좋고.     


층층마다 열 집이 살고 있어요. 한쪽으로 다섯 집 또 한쪽에 다섯 집이 대문을 열고 나오면 뺑- 둘러서 이렇게 공간이 그냥 뺑뺑 돌 수도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나와서 서로 인사도 하고. 외롭지 않죠. 서로들 위로도 하고. 하여튼 아파트가 희귀한 아파트예요. 다른 아파트 같지 않고. 자부심도 있죠.     


또 대표님은 비범한 이웃을 두고 있었다. 바로 고양이들이다. 6층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집사는 대표님이셨다.

아파트 자랑을 하시던 대표님은 자연스럽게 고양이 얘기로 이어졌다. 

어떻게 고양이와 처음 만났나요?

아 제가 짐승을 좋아하긴 해도, 아파트에서 기르면 안 되죠, 욕먹고. 그런데 우리 집이 꼭대긴데, 여긴 시장이고 사람 많아서 고양이가 올라올 일이 없는데,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온 거야 아주 영악하게 생긴 고양이가. 집 앞에 와서 있어. 그다음 날도 오고, 그래서 먹이를 쪼금 줬어요. 뭐 집 앞에 온 건 아니고, 근데 매일 오더라고. 밥을 쪼금씩 줬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는 거야, 토막을 쪼셔놓고, 왜 쪼셔놓지? 혹시 새끼가 어디 있나? 하고 봤는데 우리 아파트 옆에 인디언이라고 건물이 또 있어요. 그 사이 지나다니는 비상계단이 있는데, 그 인디언에서 다섯 마리 새끼가 오더라고.     

다른 주민들은 달가워하지 않을 텐데,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요?

그니까 나도 놀랬죠. 엄마까지 고양이가 6마리가 됐으니까. 그래서 구청에 연락을 해갖고, 아파트에 주민들이 찐득거리는 걸 고양이 잡으려고 놓고 했더라고요, 그래서 놀래 갖고 안 되겠더라고. 구청에 연락하니까 새끼를 못 놓게 수술은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번식하지 않게. 그거라도 해달라고. 그래서 인제 새끼는 그걸 몰라서 수술을 했는데, 엄마는 안 되더라고.      


이제 주민들 보기가 무섭잖아. 그래서 고양이를 다른 데 놔두면 안 되냐고 하니까 수술하셨던 분들이 ‘아줌마 사시는 집에서 갑자기 다른데 살게 하면 아줌마 사시겠어요? 짐승도 살던 곳에서 살아야지. 다른 데로 보낼 수 없어요.’ 그러는 거야. 동물농장을 많이 보니까 알겠더라고. 걔네도 다 영역이 있더라고. 그래서 얘네는 시장에 못 내려가. 거기 고양이들이 또 있어서.     

그래서 이제 맨날 먹이를 챙겨줬죠. 20kg씩 사다 눴고 주민들 모르게. 그런데 여섯 마리가 크더니 (엄마가) 새끼를 또 가진 거야. 그래서 내가 (마마라고 했어 엄마를)


‘마마야 너 새끼 또 낳으면, 여기 못 살아. 또 새끼를 가지면 어떡해.’  


며칠 있다 보니까 새끼랑 아무것도 없어. 다 엄마가 어떻게 했나 봐. 그래서 내 생각에 고양이가 내 말을 알아들었나? 다섯 마리 중에도 아버지 닮은 애가 2명이고, 엄마 닮은 애가 3명이야. 근데 또 자기들끼리 싸워. 아파트 사람들이 뭐라 그러지. 먹을걸 주니까 자꾸 온다고. 쫓으라고. 근데 그게 안되더라고. 맨날 밥을 주고, 똥치고 하니까 알겠더라고. 걔네들의 살아가는 루트를.


아빠 닮은 고양이가 까만 고양이예요?

그렇지 우리 집 앞에 있는 거. 근데 또 걔 동생이 왔어.

까만데 삼돌이라고 지은 건 앞에 하얗게 이렇게 무늬가 세 줄 있어, 걔 동생은 완돌이.     



신진정육센터 사장님


다음으로 대표님의 추천을 받고 찾아간 주민은 인왕시장에서 신진정육센터를 운영하는 최희성 사장님이셨다. 대표님은 사장님이 젊을 때 의용 소방대원으로 열심히 주민을 위해 봉사하며 살았다고 한다. 사장님은 청춘 때를 떠올리며 즐겁게 인터뷰에 응해 주셨다.     


아파트 구조가 특이한데, 당시의 실제 생활 분위기가 어땠나요? 주민들 간에 교류가 잘 되었나요?

교류가 좋았지. 뭐 이렇게 같이들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었지 그때 당시에는. 반상회 같은 거도 잘 돼 있었지. 또 고기도 구워 먹고, 애들하고 저녁에 올라가서.     


원일아파트 살 때의 좋은 점이 어떤 게 있나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또 그때 있었다고. 좋은 점은 난 이제 사업을 하다 보니까 가게가 가까워서. 또 인제 날 찾는 손님이 있으면, 또 집사람이 전화하면 바로 내려올 수 있고. 그런 게 있었고 가깝다 보니까. 애들은 3층에서 우리 아들들이고 딸내미들이고 소꿉장난 놀고. 애들이 뛰어놀고 그러니까 보기가 좋더라고. 그 3층에 그 공간이. 근데 또 심한 애들은 시끄럽게 떠든다고, 올라가서 공부해야 된다는 둥 잔소리도 듣고. 그때 당시엔 그랬지 막. 


또 당시에는 연탄불 가스 냄새가 위로 다 나가고. 또 배출도 되고 환풍이 잘 돼서 좋고(위가 뚫려 있어서), 그런데 겨울엔 춥고. 또 먼지가 많이 들어와. 여기 매연이 많다 보니까 길가 옆이라서. 보통 많이 들어오는 게 아니지.     

오랜 단골들의 줄잇는 방문으로 사장님의 손은 쉴 새가 없으셨다.
아파트에서 좋은 활동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난 의용소방대를 오래 했지. 소방은 항상 안전. 우리 저 소화기라던가 소방서에서 직접 나와 가지고 교육 가르친다던가 실습 화재에 대한 거를 주로 많이 했고. 또 많이들 협조들을 해주셔서 총무를 많이 봤어. 즐겁게 했지 난. 굉장히 즐겁게. 그런 일을 남보다는 즐겁게 했어. 청춘을 그렇게 보냈다니까 내가. 25년 동안.     


마지막으로 홍제동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아주 좋아 홍제동은. 딴 데로 안가 나는. 사방팔방 살기가 너무나 좋아. 그런데 바라는 거는 빨리 개선돼야 돼. 너무나 낙후 되가지고,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낙후된 건 없어. 하루빨리 발전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나도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고. 그런 것뿐이지.     


우리가 만난 원일아파트의 주민들은 아파트에 서로 다른 생애주기에 거주하며 각자의 다른 추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얘기를 듣고 다시 본 원일아파트의 모습은 좀 달랐다. 다소 음울하고 햇빛이 옅게 비친 3층의 공간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던 옛 모습이 비춰보이고, 층층이 열 집 씩 둘러진 구조는 문을 활짝 열며 앞집 옆집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웃의 모습이, 또 옥상에는 고기도 구워 먹고 아이들이 뛰놀며 화단을 아름답게 가꾸는 도심 속 정원이 보였다.     


현대 사회에서 아파트는 삭막한 도시 문화의 상징으로 대두되곤 한다. 그러나 홍제의 오래된 아파트들을 통해 보는 아파트의 시작은 현대의 삶과 다른 삶을 의도했던 것 같다. 인구가 몰리는 도심 속에서 보다 더 인간적인,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설계되지 않았을까.    


우리의 아파트에도 삶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다.


Editor 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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