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계속 내린다. 아니다. 새벽부터 계속 내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잠이 신경쓰일 정도로 새벽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그래 잘 버텼다.' 7일동안 비 1시간 정도밖에 안 맞았다는건 크게 성공한 것이었다. 그렇게 절대로 꺼내서 쓰지 않으려고 했던 우비는 드뎌 7일차 아침부터 나의 길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평소에 출발하던 것과는 달리 자꾸 게으름을 피우면서 나도모르게 출발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그랬다. 비를 맞으면서 걷기는 싫었다. 출발전 이런 변수가 당연히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막상 내눈앞에 닥치니 비를 맞으며 걷기는 싫었다. 비를 맞으며 걷는게 싫다기 보다는 젖은 신발을 신은채로 걷는게 싫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출발 시간은 점점더 지연되어 가고 있었다.
일명 판쵸우의 군대에서 사용하는 우의를 지인한테 얻어서 가지고는 왔는데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설마 이걸 쓸일이 있겠어?' 그렇게 자신만만 했던 기대는 7일만에 새차게 내리는 비앞에서 속절없이 내 몸을 두르고 말았다.
'이렇게 불편 한거였나?' 너무 덥다. 그리고는 땀이 베기 시작한다. 걷기 시작한지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더우면 어떻게 걸으라는 거지? 안되겠다. 편의점에서 얼른 물이라도 하나 사서 걸어야 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편의점을 들어가서 물을 하나 짚고 계산을 하려는데
'아이고 이런 왕짜증이네. 우비를 입었더니 지갑을 꺼내는 것 조차 너무나도 불편하네.'
갑자기 지금까지 일정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비가 불편한거 였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돈을 꺼내고 아무 생각없이 지갑을 닫았던 지나날을 생각하니 하나하나가 감사한 일 투성이었다.
그래도 걸어야했다. 그리곤 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하필 오늘이 10일 일정중에 제일 긴 날이다.
26.2km
6시간은 족히 넘는 시간이다. 비와의 사투 우비와의 사투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는 7일째 아침인 것이다.
그렇게 물을 사가지고 나와서 걷기 시작하는데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한다. 걸으면서 계속 그랬지만 일기 예보는 의미가 없다. 거의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얄팍한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얼른 그치면 좋겠다. 제발 여기 까지만 왔으면 한다. 새벽에도 그리 쏟아 부었으니. 제발 하늘아 부탁한다.'
나름 간절히 기도를 하고 하늘을 쳐다보며 계속 걸었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비가 오는게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드디어 바란데로 비가 그친 것이다.
야호~~
'그래 하늘은 날 버리지 않았어. 오늘도 나에게 희망을 주는거야 오늘도 열심히 걸어 보자고...'
그렇게 신나게 마음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덧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고 오늘 식사는 어디서 할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