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 면허가 있지만 운전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리고 차도 별로 가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렇지만 집에서 같이 사용하는 차가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그 차를 끌고 갈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에서는 대중 교통이 엄청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운전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렇지만 서울에 차를 끌고 갔을 때의 그 스트레스란.
그래서 투어를 하다 보면 정말 기사님들이 존경 스러울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울화통터질 정도로 얄밉고 돈만 밝히는 기사를 볼 때면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고생을 하는건 사실이고 정말 매너좋은 기사님들이 나오면 손님들께 계속 기사님 칭찬을 해 줄때도 많다.
대부분 유럽 일정들이 버스를 많이 타지만 일정상 3,700키로를 다니는 스케줄을 보면 유럽을 다녀보지 않으신 분들은 아마도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경험 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사님들을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 할 수가 없다.(물론 미국과 캐나다도 코치투어라고 해서 버스를 많이 타지만 점점더 미국보다 운행 스케줄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생각지도 못한 일까지 챙겨주는 기사들을 보면 말이다.
이번 사건은 손님의 부주의로 인해서 여권을 재 발급 하러 갔어야 했을 때 일어났던 일이다.
매일매일 버스가 출발하기 전 각 인솔자 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는 항상 여권 지갑 수신기 충전기를 항상 확인을 한다. 충전기는 그리 중요한건 아니지만 요즘 디지털 시대에 맞춰 스마트 폰을 사용하다 보니 충전기를 챙기지 않으면 한국에서 처럼 사기도 불편하고 관광객이다 보니 충전하기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편리함 뒤엔 항상 불편함이 따른다고. 오로지 편함만 존재 할 수 없는게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투어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 분이 여권이 없어 졌다고 얘기를 하신다. 그런데 중요 한건 어디서 잃어 버린 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해를 못하실 분들이 있으 시겠지만 정말 이런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가방안에 있는데 어디 있는지를 찾지 못해서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큰 가방에 넣어 놓으면 안전 할 것 같아서 거기다가 넣어 놓는 경우도 있는데 나중에 에피소드 에서 언급 되듯이 차량도난 사고도 생길수 있기 때문에 여권을 항상 휴대 하는 것이 좋고 외국인이다 보니 신분을 밝힐 수 있는 신분증인 여권을 꼭 몸에 소지하고 다니는게 맞다.
게다가 요즘은 발칸을 투어 하다 보면 국경에서 여권 심사가 있기 때문에 여권을 소지 하지 않으면 아주 큰 불편함을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동유럽만 투어를 한다던가 서유럽(영국제외- 영국은 쉥겐 조약에 가입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여권 검사가 있다. )만 투어 한다면 국경을 통과하더라도 크게 여권 검사가 없으니 여권 발급이 가능한곳에서 투어를 포기하고 여권을 잃어 버린 손님하고 대사관을 방문 하면 되는데 이번 투어는 쉥겐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크로아티아가 있기 때문에 헝가리에서 크로아티아를 가기 전에는 대사관에 들려 새로운 여권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대사관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다보니 오늘 안에는 어떻해든 해결을 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금일의 일정을 보면 카를 황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카를로 비바리(카를 황제와 사슴이 놀던 곳으로 우연히 사슴이 빠진 물에서 사슴을 건졌다는 스토리가 있는곳.. 체코 전통 술인 페헤로브카 공장이 있는 온천 휴양도시)와 프라하 이 두 곳만이 남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유럽 투어를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인들의 스케줄을 보면 가끔 훈련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게다가 동유럽과 발칸 이다보니 나도 여러 번 경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침은 독일에서 점심은 오스트리아에서 저녁은 슬로베니아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각각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식사를 할 정도로 이해가 안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바뀌어야 하지만 경쟁 시대다 보니 싼 가격에 많이 가려는 성향을 가진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기 때문이다.(이번 코로나 사태가 바뀌고 나서는 제발 안 좋은 스케줄은 변했으면 하는게 나의 바램이다.) 또한 내가 지인 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싸고 좋은 여행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것인데 정말 어디에도 그렇지만 싸고 좋은 여행은 없고 비싸게 주면 그만큼 대우 받는게 많고 싸게 오면 고생하는게 진리이다.
거두 절미하고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팀이 오후에 늦게 프라하에 도착 한다는것이다. 우선 프라하에 있는 센터부터(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다 보니 각 지역 담당자가 있지만 그중 이번 여행을 담당하는 현지 여행사 중에서 가장 메인인 지역을 찾아 담당한테 연락하면서 네트워크를 찾아야 한다. 여권을 만들기 위한 대사관 방문을 해줄 직원을 찾던지 아니면 대사관과 연락을 해 줄 테니 담당자와 연락을 해보라던지)사실 모든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당연히 대사관과 직원들은 해외에서 자 국민이 불편을 겪으면 어떻 게든 빨리 자국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발빠르게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대사관이 할 일이다.
하지만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길’에서도 영화감독이 현지 대사관들이 현지에서 불편한 자국민을 위한 일은 챙기지 않으면서 정치인들 만을 챙기는 현지 직원들의 안일한 행태와 국회의원들 만을 챙겨야 하는 의전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비꼰 부분을 본 분들이라면 대사관이 그리 적극적으로 일을 도와 주지 않는 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2014년 8월31일 중국 투어중 손님의 사망 사고를 겪으면서 북경 주재 대사관의 안일한 태도를 보인 영사과 직원한테서 기분이 나빴던 나는 우선 대사관은 크게 도움이 도지 않는다 가정하에 어떻해든 여권 발급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게 중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다음 행선지인 비엔나에 연락을 해도 부다에 연락을 해도 반응은 시원 찮았고 어떻게든 체코 내에서 일 처리를 해야 했다. 근무시간은 오후 4시까지가 대사관의 근무시간.
참 도대체 자국민들의 위험한 상황이나 급한 상황에 도움을 준다는 대사관은 무슨 근무 시간이 이렇게 짧은지 도대체 무슨일을 처리 하라는 건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여기저기 알아 보기 시작했고 마음이 급한 만큼 시간을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현지 담당 자한테서는 원하는 시간만큼 빠르게 답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는데….
대사관 근무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왔다. 제발 긍정적인 답이 오기를 긍정적인 답이 오기를(사실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무조건 자국민의 불편을 해소해 주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직 간접적으로 경험 해본 바로는 대사관에서의 자국민을 바라보는 협력 상황은 그리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 했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몇 번을 대뇌었다. 기도가 통했을까? 지금 이 상황에서 최고의 답변이 왔다.
“안녕하세요? 인솔자님. 현지 담당 ooo입니다. 대사관 관련해서 연락 주셨죠?”
센터에 있는 막내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이 분들이 대사관 직원들하고 인솔자보다는 관계가 좋으니 먼저 연락을 취해주고는 우리한테 연결해 주는 식으로 진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후에 연락을 하면 아무래도 이후 진행상황이 편해지지 않을까 해서 연락 한 듯 했다.
“네. 위창균 입니다. 어떻게 연락은 왔나요?”
“네. 저희가 연락을 취했구요. 다행인건 대사관에서 시간에 구애 받지 마시고 구비 서류 챙겨신 후에 연락하고 와 달라고 하시네요. 늦게까지 도와 드리겠다면서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됐다. 우선은 시간에 구애 받지 않으니 이제부턴 서류룰 준비하러 가는 것이다. 투어를 간단히 마치고 저녁까지 함께 먹고 나니 식당 근처에 경찰서가 있다. 투어중에 경찰서를 가는 것이 처음은 아니고 한국에서도 마찬 가지이겠지만 어디서든 경찰서를 가는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렇게 손님과 함께 경찰서로 들어섰다. 그 딱딱한 분위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싫다. 또 거기서 얼마나 비 협조적이며 거만하게 굴까? 하면서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으니 한 사람이 나오더니 말을 건다.
“Can I help u?”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이 제일 많이 온다고 하는 체코( 1년에 연간 관광객이 1억명이 오는 곳이다.)그 중의 프라하 한 복판 인데(우리나라 명동을 생각하면 되겠다.)게다가 금요일 인데 다행히도 경찰서에 사람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간 관광객이 많이 오는 지역이 로마나 다른 곳으로 알고 있겠지만 통계적으로 1년에 제일 많이 오는 관광객이 있는 체코라는 나라이다. 이번 기회에 이것도 알고 가시면 도움이 될려나?
아무튼 정말 다행이긴 한데 변수는 얼마나 걸리냐는 것이었다. 물론 대사관에서는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오라곤 했지만 그래도 되도록 이면 빨리 가고 싶은게 나의 심정이고 얼른 폴리스 리포트를 받고 싶은게 우리들의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서류 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서의 자초지종이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날 상황은 손님이 여권을 어디서 잃어 버렸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매치기를 당한 상황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었다. 본인 과실에 의한 분실 같은 경우는 경찰서에서 폴리스 리포트 작성을 거부 하기 때문이다. 여의치 않게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손님이 자꾸 대답을 정확히 하지 못하신다.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려니 그게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럴수록 경찰도 자꾸 윽박지르듯이 재확인을 하고 중간에서 나만 미칠 노릇이었다. 손님은 계속 나의 눈치를 보고 경찰은 중간에 계속 맞느냐고 물어보고…
<우리와 함께한 멋쟁이 기사님..한국말을 너무 잘하신다. 폴란드 기사님>
그래도 다행히 서류 작업이 끝나고 근처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이동을 해서 우리나라 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무인 사진 촬영기속에서 사진을 찍으러 갔다. 한국에서도 잘 이용하지 않는 사진 찍는기계. 게다가 글이 영어로 써 있으니 익숙하지가 않다. 당연히 그랬다. 그래도 불구하고 동전을 바꾸어서 돈을 넣고 사진을 찍는데 사진이 자꾸 이상한 것 만 나온다. 왜 그래서 봤더니 우리와 방식이 달라서 두 번 찍어서 고르는 것이 아니고 미리보기도 하고 다른 포즈를 하기도 하고 암튼 방식이 많았다.
그렇게 우여 곡절 끝에 사진까지 찍고 택시를 타고 가게 되었다. 예상보다 늦은 시간 이었지만 대사관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여권을 발급을 받았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으니 저녁을 먹은지 4시간이 지난후 였다. 경찰서에서 마치 범죄라도 된 것 마냥 있었던 시간과 어리버리 했던 대사관 직원 하지만 어쨌든 여권을 받아서 숙소로 이동을 했다. 같이 온 일행 분들은 고생 많았다며 연신 감사 해했고 이후 일정은 무리 없이 잘 진행되다 보니 이후엔 별다른 일이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날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고 말았다.
마지막날 아침 이날은 공항으로 가는 일정 밖에 없었다. 버스 출발하기전 그날도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버스에 타자마자 소지품 확인을 하려고 하는데 기사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는다.
가끔 괴짜 같은 기사들이 있어서 손님들을 웃기곤 하는데 이번 기사도 만만치 않은 기사였다. 한국 팀과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한 기사였고 인솔자 선 후배나 동료들한테도 유명한 기사였다. 인솔자도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보니(내가 항상 하는 말이다. 초짜 기사가 나오더라도 착하기만 하고 미리미리 확인 할려고 하는 기사들 보면 그런 생각들을 한다. 나에게도 그랬듯이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 과도기를 잘 넘겨야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초짜 인솔자가 나오면 음악이나 영화를 이거이거 하라고 알려줄 정도로 심지어 한국 노래중에 70 80 CD를 가지고 다닐 정도의 베테랑 기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말로 한마디 하기 시작한다.
“요꿘 마눌아 집샤람 다 있으요?” 물론 발음은 어색했지만 그래도 버스안은 한 바탕 웃음으로 시끌벅적 해진 순간이었다.
“네~~~~” 내가 질문 할 때 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손님들은 대답을 했다. 기사가 한국말로 물어서 그랬는지 집으로 간다니까 좋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느낌으로는 다른데 보다도 목소리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자리에 앉지 않고 기사님이 일어서더니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진짜?” 라는 한 마디에 버스안은 또 빵 터지고 말았는데 그러면서 기사님이 갑자기 뭔가를 보여 주신다.
여권 하나를 들고 손님들한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들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확인을 했는데 기사님이 한국 여권 하나를 들고 있으니 다들 황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여권을 확인을 해 보았더니 대박 반전이었던 것이다.
OOO 여권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권을 분실했던 그분 나와 함께 프라하에서 경찰서 지하철역 대사관을 돌며 고생하신 그 분의 여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인가 알아보니 기사님이 청소를 하시던중 매~~~~~앤 뒷자리 의자 밑에서 발견을 한 것이다. 순간 나도 그분도 …온 다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 이었다. 그 여권을 보는 순간 경찰서 가기전의 그 긴장 상태와 약간은 음산한 프라하 지하철역을 사진을 찍으러 가는 그 과정 컴컴한데 있는 한국대사관(물론 택시를 타고 가고 있었지만 대사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띵~~~~~~
뭐 그래도 중요한건 없다. 일정을 다 끝났고 무사히 투어도 마쳤고 어쨌든 그 분 여권이니 그분에게 전달을 해 드렸고 그분한테 조심스럽게 한마디 해 드렸다.
“선생님 여행 또 하실거죠?”
“그럼요 다른데도 또 다녀야죠.”
“네 그럼 지금 드린 여권은 무효 처리 된거구요. 저번에 만든 여권은 단수 여권으로서 1회만 사용하실수 있어요. 그러니 한국 도착하시고 나면 제일 먼저 여권과에 가서 다른 여권을 따로 만드셔야 합니다. 이건 기념으로 가지셔도 되고 폐기하셔도 됩니다.”
“네 네”
저랑 같이 고생하신 그분 한국 도착하시고 나서 여권을 재 발급 하시면 그분은 우리나라 최초의 단 기간에 여권 3개를 가지신 분이 되시는 것이다.
여행쟁이의 팁 : 아주 기본적인 부분을 말씀 드린다. 여권 분실에 대비해서 많은 분들이 예비용 사진을 가지고 오시는데 그걸 또 여권 커버를 이용해서 여권안에 다가 넣어 놓으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순간 아닌가? 지갑인 수첩을 이용해서 꼭 다른곳에 보관하기를 부탁 드린다. 의미없는 다리품을 팔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