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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무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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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잡상인 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정말 순식간에 달려드는 사람들 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뜬금 없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하신 분들도 계실 듯 한데 정말 관광지에서 기상 천외한 방법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장가계 황룡동굴 앞에 가면 동굴 들어가기 15분 전부터 관광객들을 따라 다니면서 밤을 팔려고 달려드는 어린 아이(정말 동굴 입구까지 집요하게 앞만 보면서 사람눈도 마주 치지 않고 밤을 들고 거머리 처럼 따라 다닌다.) 에서부터 신발을 직접 짠 것인지 모를 실뜨개 처럼 생긴 신발을 들고 쫓아 다니는 할머니까지 경험을 한 적이 있고,



그에 반해 더 대단한 사람은 운동화를 신은 사람에게 구두약을 바르면서 구두 닦으라고 종용하는 사람, 그러는 동안 장난 삼아 구두를 닦으려고 하면 의자를 어디서 구했는지 바로 의자를 대령하여 사람을 앉히고 난 후 운동화를 구두 닦이 약으로 열심히 닦지를 않나, 그러는 사이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달려 들어 갑자기 어깨 맛사지를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에 정말 가지 각색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었다.



장사는 중국인과 아라비아 상인 이라고 했었나? 터키에 오니 그와 비슷한 사람이 아주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가 막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비슷한 종류의 구두닦이 였는데…사실 관광객이 구두를 신은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운동화를 신고 있고 아니면 편한 샌들 정도를 많이 신고 다닌다.



특히 여름에는 더더욱 그렇다. 한 여름 8월에 구두 닦이는 나의 입장에서는 정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땀좀 흘리겠다 싶은 직업 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에는 나를 비롯하여 구두를 닦을 정도의 신발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구두 닦이는 물 불을 가리지 않았다.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보이는 대로 구두약을 바르기 시작했는데(사실 구두를 닦는게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을 상대로 그냥 구두약을 뿌리는 수준 이었다. 자진해서 구두를 닦으려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



앞에 있는 사람부터 피하기에 급급했고 일행들이 전부다 알아 차린 관계로 장사를 허탕을 치기 시작했는데…그러더니 갑자기 그 구두닦이는 전략을 바꾼 듯 했다.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이 죄다 피하기 시작하니 답이 없는 것이다.



무조건 보이는 발마다 구두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슬리퍼는 뭐든 무조건 구두약을 바르는 것이다. 그럼 구두를 닦지 않더라도 구두약 값을 지불해야 했다. 이건 뭐 거의 강도 수준이다. 그런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 팀은 계속 웃고 떠들기를 반복하며 그 구두닦이를 피해가고 있었는데 결국은 한 분이 그 구두닦이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끈질기게 쫓아 오더니 결국 한 분에 신발에 약을 바르고 말았는데 그 모습을 본 우리 일행들은 그만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 하고 말았다. 모두들 피하기 정신 없다가 갑자기 그 모습을 보니 안 안 웃을수 없었는데 이유는 바로 그 분의 신발이 crocs였던 것이다. 마치 네덜란드의 나막신 모양으로 생긴 고무 신발. 거기다가 구두약을 발랐으니 얼마나 웃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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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이 신발만 보면 그날이 생각난다.>



한 참을 웃고 나서 결국은 그 분은 어의 가 없었던지 다른 한 쪽도 내밀더니


“그래 여기도 발라라 발라. 이왕 닦는거 아주 깨끗하게 해서 한국가자. 가서 자랑이라도 하게”


라며 두 발을 모두 내밀고 말았다. 그렇게 그 급한 구두 닦이는 크록스 두켈레를 다 닦고는 5달러를 받아 유유히 사라지고 말았다. 지나가기 걸끄러운 안턀랴 구시가지의 모습 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여행쟁이의 팁 : 관광지 어디든 잡상인과 사기꾼 그리고 소매치기 등이 요주의 인물 들이다. 어디를 가든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고 가끔 그런 사람들 한테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분들도 있는데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절대로 현지 로컬 사람들에게는 함 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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