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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먹어 안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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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하다 보면 가장 속 상할 때가 욕심으로 인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이다. 첫날 배려와 양보를 하지 않으면 팀간의 문제 때문에 불편하고 짜증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서로 욕심 부리지 말고 투어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욕심이란 두 단어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동유럽 발칸 5국 9일 내가 힘들어 하는 투어 중 하나이다. 동유럽 국가인 체코와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거쳐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까지 바쁜 날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서로서로 양보를 강조하면서 투어를 계속 하고 있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었다. 오늘의 숙소는 크로아티아 사이에 끼어 있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아드리아 해의 작은 도시 보스니아의 네움. 유고 슬라비아를 잘 이끌었던 티토 라고 하는 대통령이 유고슬라비아 중 다 종교 다 문화 다 인종인 보스니아를 화합의 상징으로써 바다가 없는 보스니아에게도 바다를 내어 주자는 명목으로 생겨 나게된 네움. 24키로 정도 되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해안선 중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도시인데 우리에게는 국경을 두 번 더 통과해야 해서 불편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바다를 배경으로 잠시 쉬면서 하루 묵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네움 호텔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하나 뽑자면 바로 숙소에서의 방 배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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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객실에서 바다 보이는 방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첫날도 이미 공지가 나간 상태였고 매일매일 호텔을 갈 때 마다 이날 호텔 얘기를 자연 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렇게 호텔에 거의 다다를 때 였다.

“첫 날도 살짝 기억 나실 겁니다. 이 호텔에 대한 안내를 그리고 매일매일 호텔에 갈 때마다 넌지시 드렸던 말씀 기억하시죠? 그래서 이번 숙소 배정은 제비 뽑기 입니다. 알아서 스스로 방을 뽑아 가는 것이니 우선 순서를 뽑도록 하겠습니다.”


위험 하지만(다시는 이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버스 안에서 얼른 순서를 정하기 위해서 1에서부터 6까지 써 있는 종이(인원은 20명 정도 되었지만 팀이 6팀 이었다.)를 숫자가 보이지 않게 접어서 하나 하나 손님들이 뽑아 가기 시작했다.


“먼저 뽑는 분이 가장 마지막 숫자인 6을 뽑을 수도 있고 나중에 가지시는 분이 1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순서는 신경 쓰지 마시고 앞에서부터 뽑아 갈께요. 1을 뽑으신 분이 제일 먼저 안 좋은 방을 뽑을 수도 있고 마지막 6번으로 뽑으시는 분이 제일 좋은 방을 가져 가기도 하니 불 공평 하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전에는 그냥 나누어 주라는 분도 계셨지만 그래도 말이 나와서 제가 고심 끝에 고안한 방법이니까 이대로 진행 할께요. 그리고 이후에는 불평 불만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나누어 드린 것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가 뽑아 가시는 거니까요”


그렇게 번호를 나누어 가지게 되었고 1번부터 순서대로 방을 뽑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호텔의 특징은 아무래도 바닷가 이다 보니 바다가 보이는 방이 있고 보이지 않는 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방은 들어가면 바로 정면에 바다가 보이고 어떤 방은 차가 지나다니는 길이 보이는 방이 있는가 하면 어떤 방은 주차장이 보이기도 하는 4면에 모두 방이 배치 되어 있는 호텔이었다. 그렇게 방을 뽑아가고 마지막 팀만이 남아 있었는데


“에이 18 이게 뭐야 그냥 바다가 보이든 말든 붙여 주면 될 것을 귀찮게 시리. 방이 죄다 떨어 졌잖아.”

일행 중에 나이가 제일 지긋하신 부부 3쌍이 온 팀이 었는데 갑자기 일행 대표가 욕을 하면서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 와중에 저렇게 짜증을 부리는 거야? 연세도 제일 많으신 분들 같 같은데 왜 그럴까? 설명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참.’

가끔 연세가 많으신 분 들이 자기 제어를 못하고 소리를 치거나 자기 분노에 못 이겨 하는 행동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절대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갑자기 소란 스러워 지니 호텔 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무슨 문제가 있으냐고 묻는다. 문제는 문제지만 우리의 문제니까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고 어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금일 저녁 식사는 부페 식으로 호텔에서 제공 되는 것인데 오늘은 내가 손님들께 음료나 주류를 대접 하기로 한 날.

기분 좋게 다같이 식당에서 주문을 받고 건배 한 번 하고 저녁을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이미 기분은 별로다. 왜 그런 걸까? 사람 기분 나쁘게..


저녁 시간이 되어 모든 분들이 식당으로 나오셨고 한 분 한 분 음료 및 주류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와인 맥주 주스 등등을 주문을 받기 시작 했는데 이번엔 그 팀 차례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엇을 드실지 물어 보게 되었는데

“6분은 어떻게 주문 하시겠어요?”

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 배정할 때 욕을 하셨던 그 분이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른다.

“안먹어!!!”

“네?”

“안 먹는다고!!!”

“선생님 안 드시는건 좋은데 반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그럼 안 먹어요!!이럴까?”

“뭐라구요? 선생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다른 분들은 생각 안하시는 거에요?”


순간 식당 안은 방을 배정 할 때 보다 더 썰렁 해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저 분은 다른데 가서도 마찬 가지로 저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반말을 하시는 거에요? 반말 하실거면 저 이제부터 말 안합니다. 분위기는 여러분 스스로가 만들어 가시는게 여행이에요”


이렇게 말하고는 다른 분들 주문을 받는데 다른 분들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으로 미소를 날려 주신다. 그냥 이해 하라고 가이드님이 참으 시라고 하지만 잘 하셨다고. 그 당시는 몰랐지만 그 분이 욕을 하셨을 때 조금 불편 하셨다고 여행이 끝나갈 즈음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게 주문은 끝이 났고 다같이 즐겁게 식사를 하는데 그 분 포함한 부부만 맹물을 마시고 있었다. 6분이 앉은 자리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도대체 왜 저러실까?’

나중에 같은 일행을 통해서 얘기를 들었는데 차에서 가방을 꺼내는 순간에 전날 비가 온 흔적이 있었는지 버스 가방 꺼내는 곳에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모른 기사가 그쯤에 버스를 세워 놓다 보니 가방을 꺼내다 물이 튀어서 기분이 나쁘셨다고 했다. 게다가 방까지 그렇게 되니 기분이 많이 나빠서 그랬다고 일행분이 얘기를 해주시긴 하셨다.(하지만 이 분은 10분 정도 지난 뒤 따로 맥주를 시키긴 하셨다. 나는 그 맥주를 시켜 드리곤 보이지 않게 살짝 나만의 미소를 띄워 호텔 직원과 다른 분들 께 나만의 방식으로 내 마음을 전했다). 아무래도 발칸 음식이 느끼하고 짜기 때문에 맹물과 먹기는 불편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일이 있은 후 우리 일정은 어느새 마지막이 되었고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다. 그 분도 나도 서로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서로 말은 하지 않은 채 마지막 날이 되었는데 저녁 식사가 끝나자 그 분이 갑자기 나를 붙잡고 한 잔 하자고 하신다. 하지만 나도 그 분에게 서만은 아직 용서 라는 무기를 쓰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테이블에서 다른 분들과 먹고 있었던 것을 애기하며

“네 선생님 말씀은 감사 한데요. 저 여기서 많이 마셔서 그만 마시겠습니다.”


그러고는 같은 테이블에 있는 분들과 조금의 맥주를 더 마시게 되었고 작고 아담한 호텔에 머물러 있던 우리 팀은 그날 그 호텔에 있는 모든 생맥주(일반 호프집 호프로 두통)을 다 마시게 되었고 (맥주가 저렴하기로 유명한 체코의 체스키 부데요비체- 버드와이져의 원조 지방이기도 하다.)한 잔의 60센트(우리나라 돈으로 약 800원)의 비용으로 저렴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까지 그 분과 나는 어색함을 풀지 못하고 공항에서 마지막 악수로 서로를 보내주게 되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기분 좋게 맥주 한 잔 하면서 보내 드릴 걸 아쉽기는 하다.


여행쟁이의 팁 : 양보와 배려가 첫 번째가 되어야 하는게 패키지 여행이다. 항상 하는 생각 이지만 대부분의 인솔자는 손님이 불편 한걸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다 보니 오해가 가끔 생길 수 있는데 오해가 생기면 먼저 소리부터 지르는 것이 아니고 차근 차근 왜 문제가 생기었는지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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