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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고 덜익고 난리다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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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여행엔 룰이 있다. 특히 팀간에 시간을 잘 지켜줘야 하는데 시간을 어겨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요즘은 손님들에게 시간을 꼭 지키라 강조를 드리지만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내가 먼저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왜냐하면 출발한지 몇 일동안은 시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식당 시간과 상관없이 손님들께 식사를 시작하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호텔 측에서는 시간 순서대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예약 순서가 맞지 않거나 인원이 많아지면 음식이 모자라는 것이다. 우리 개념으로는 상상하기가 힘들 것이다. 이유는 호텔이라 하면 우리는 기본 적으로 많은 직원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거나 아니면 호텔 조식을 생각하면 미리 준비를 해놓고 그날 손님이 오시기 전 일괄 셋팅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가족 경영을 하는 호텔 들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 준데로 오지 않으면 음식이 모자라는 경우가생기는 것이다


‘어 이게 아닌데. 혹시 다른팀이 들어오면 음식이 많이 모자라겠는데?.’

게다가 문제는 원래도 음식의 종류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되어 버리면 음식은 턱 없이 부족해 버리고 만다. 첫번째로 계란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토마토 오이 등등이 사람은 많고 음식은 없고 이런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 이게 무슨 상황이 되어 버린거지?’


그렇게 당황을 하고 있었는데 호텔 매니저급 으로 보이는 직원이 갑자기 인솔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게 되니 갑자기 해당 팀들의 인솔자들을 찾아서 상황을 파악 하려는 듯 했다. 그런데 인솔자는 나만 있었고 그 매니저는 예약 시간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이런 어쩌지? 우리 팀이 아니 내가 잘못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

확인을 마친 매니저는 갑자기 나의 손목을 잡아 끌기 시작한다.

“어 어 어”


그러더니 주방으로 끌고 가 버린다.

‘그래 주방 쯤이야 뭐. 이전에 자장면 배달 할 때 도 그랬고 피자 매니저 할 때도 일했 었는데 가자 가 들어가.’

그렇게 들어가고 나니 오이와 토마토가 들어있는 그릇이 앞에 놓이고 작은 칼이 주어졌다.

“얼른 썰어”


분명 터키 여서 터키말은 알아 듣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 하는 거라는건 누구가 알 수 있었다. 다른 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 그러면서 다 썰고 나니 다른 음식을 손에 쥐어 준다. 날 계란이 담긴 냄비 하나. 물이 가득 들어 차 있고 이걸 주더니 삶으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팀 때문에 안내를 잘못한 나 때문에 다른 팀 먹을 계란이 없으니 얼른 끓이라는 것이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바로 터키 그것도 시골마을 파묵칼레 에서 한 호텔 주방에 들어가 오이를 썰고 토마토를 썰고 계란을 삶고 있다니 정말 말이 아니다. 그렇게 토마토는 썰었고 오이도 썰었더니 어느새 계란이 거의 다 삶아 진 듯 했다. 그렇게 해서 뚜껑을 열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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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터키를 좋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바로 이런 음식 때문인데. 터키식 피자인 피데 또한 한 몫 한다. 하지만 아침에는 나오지 않아 저녁을 기대하거나 로털 식당에 가야 맛 볼 수 있다.>


‘이런 아뿔싸’

계란을 생애 단 한 번도 삶아 보지 않은 나의 실수가 여기서 나왔다. 지금은 잡채도 만들고 카레 스파게티 등등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 줄 알지만 이 당시엔 라면 외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생전 처음 계란을 삶았으니 계란이 멀쩡 할리 없었다. 뚜껑 안에서는 마치 계란 박물관을 간 것처럼 터진 계란 깨진 계란에 노른자는 익지 않아서 줄줄 세고 있었고 아무튼 처음 삶아 본 계란 들은 가장 최악의 계란이 되고 말았다. 이건 갖고 나갈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고 이 상황을 어찌 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20명팀 식사를 준비 해놓은 식당에서는 33명인 우리팀이 들어오니 난리가 난것이다. 얼른 토마토를 가지고 나갔고 오이도 들고 나갔다. 그런데 인원에 비해 준비된 것이 없으니 가져다 놓는 족족 없어지기 시작했다. 빵과 입에 맞지 않는 치즈(터키도 치즈 종류가 많은데 입에 맞지 않으니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오이 토마토 올리브 정도가 대부분이니 오이와 토마토는 금방 없어지고 그리고는 또 끌려 들어가고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손님들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이드님~~여기 토마토 떨어 졌어요.”

“여기 오이도 없어요. 왜 이렇게 양이 적은거야 여기는 우리가 사람이 얼만데.”

손님들은 나의 상황을 알리가 없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정신 없는건 나였다.

‘아 정말 어제 안내를 제대로 했었으면 이런일이 없었을 텐데. 아 왜 그랬을까?’

이러면서도 얼른 움직여야 했고 더 이상의 생각은 나에겐 지금 이상황에선 사치 였다.


계란은 계란대로 멀쩡한 것을 들고 나가려고 하는데 멀쩡한건 거의 없다. 그래도 있는 데로 가지고 나갔고 토마토와 오이도 계속 같이 셋팅을 했다.

‘제발 제발 다음팀 올 때 까지만 해결 되길 해결되길.’

내 잘못이 라고 하지만 다른팀 인솔자에게 그리고 손님들에게 까지 불만을 듣고 싶진 않았다.


정신은 없었지만 다행히도 다음 팀 인솔자와 가이드가 이 호텔 컨디션을 미리 알고 있었고 충분한 안내를 했는지 다음 팀 손님들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크게 불만도 없었고 다행히 나의 손님들은 정신은 없었지만 적당히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다음팀도 나중에 들어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충분한 식사는 이 호텔의 특성상 충분하지 않으니 대부분 가지고 오신 음식으로 해결을 한 듯 했다. 나에게는 천만 다행인 그런 순간 이었고 그렇게 또 나의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여행쟁이의 팁 : 호텔 조식을 얘기할 때 아메리칸 조식과 컨티넨탈 조식을 얘기를 하는데 유럽은 대부분이 컨티넨탈 조식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밥심으로 생활을 하는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대부분의 여행을 주도 하는 연령대가 50대 이상이다 보니 여행을 가서도 평소와 비슷하게 먹기를 원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실망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 보니 현지에 가서는 안내를 하는 인솔자와 가이드 분들의 충분한 안내를 귀담아 잘 들어서 아메리칸 조식인지 컨테넨탈 조식인지를 확인하고 현지의 음식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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