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쩌다 절뚝>


27.jpg

출장 3일 전이었다. 오랫 만에 보는 후배. 지금은 같은 인솔자를 하고 있지만 이 후배는 전에 터키에서 가이드를 했던 친구 였다. 점점 여행 상품이 저렴해 지고 시장이 망가지다 보니(경쟁 회사가 많다 보니 저가 덤핑으로 인해 동남아에서 가격 형성을 하던 사장님 들이 많이 터키로 진출하는 그런 해였다.) 많은 터키 가이드들이 짐을 싸가지고 다른 나라를 가던지 아니면 나 처럼 인솔자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터키에서 버스 사고를 당해 마음 고생도 많이 했던 그런 친구였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근무 장소가 한국이 아니다 보니 한국에선 좀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날 연락이 되어서는 시간이 된다고 해서 보신각 근처 이자카야 에서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종각역으로 향했다. 일산에서 거주 하는 후배도 거의 도착을 했고 오랫만에 반갑게 만난 우린 짧은 인사를 나눈 후 맥주를 마시러 이동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목이 아파 왔다.

' 왜 이러지? '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고등학교 시절 심하게 발목 부상을 당한 적이 있어서 조금 당황 하긴 했지만 별거 아니 겠지 하고 이동을 하는데 다리는 계속 절뚝 거렸다. 하지만 이동을 하고 걷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어 별거 아니겠지 하고 후배를 만나 1차 2차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는 집으로 왔는데..


상태는 크게 나빠 진것 같지 않아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2일후 출장이 예정이 되어 있어서 내일은 사무실에 가고 모레 공항으로 가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출장 당일이 되었고 혹시 다리가 불편 하게 손님들에게 보이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압박 붕대를 발목에 감고 공항에 가보니 언제 아팠냐는 듯 보통의 걸음 걸이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약간은 거만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시 프로야 프로’


이러면서.. 하지만 이후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고난이 나에게 닥쳐오고 말았는데....

비행기는 어느덧 열심히 달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리고 있었고 이제 또 다시 긴장의 연속인 시간이 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가장 긴장할 때가 바로 비행기가 곧 착륙을 할 때 였다. 가장 많은 변수가 있는 시간이 공항 미팅 하는 순간 이다. 손님들도 가장 피곤한 시간이고 한국과의 시차가 있다 보니 예민하기도 한 시간이다. 그 만큼 인솔자들 에게는 민감한 순간이기도 했고 손님들의 짜증이 극도로 달 하는 순간이 현지 공항에 도착 하는 순간이었다. 컨디션도 다 다르고 상태도 다르니 말이다. 게다가 나에게는 몇 일전의 부상이 있었으니 더욱더 신경이 쓰이는 상황 이었다.


물건을 다 챙기고 가방을 둘러메고 미팅 장소를 어디로 잡을지 생각을 하고 위에 얹은 작은 캐리어를 끌고 앞으로 나아 가려는 순간

‘어?’

똑바로 걸을 수가 없다.

‘다리가 갑자기 왜 이러지? 이게 어떻게 된거지?’


그랬다. 압박 붕대를 감고 있던 발은 공항에선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장시간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발에 이상이 없어도 발이 부어서 가끔은 신발 신기가 불편 할 수 있는데 다친 상태에서 압박붕대를 감고 있었더니 이게 더 많이 부었는지 발이 처음 부상 당했을 때 처럼 똑바로 걸을 수가 없었다. 아주 난감한 순간 이었다. 공항에서 멀쩡한 척 했던 다리가 이제는 처음 상태로 되돌아 온 것이다. 그래도 손님들이 불안 해 할 수 있으니 우선은 얼럴뚱땅 쥐가 좀 난거 같다고 하면서 둘러댔다.


우선은 미팅을 해서 다른 팀들 보다 빠르게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어찌 되었든 공항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게 하는 것만은 피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팀은 바로 호텔 이동이고 호텔 안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동 시간이 짧다. 호텔 까지 15분 이면 도착을 한다. 그래서 신속하게 수속을 끝내고 이동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런던 공항 시스템은 공항 직원에게 버스를 불러 달라고 해야 하는 시스템 이므로 입국장에서 시간이 길어 지면 호텔 이동 시간은 짧은데 다른 데서 시간을 많이 허비 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얼른 서들러 다행히 두 번째로 줄을 서게 되었고 크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버스 미팅을 하고 호텔로 이동을 하였다. (1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으니 무난한 편이었다.) 도착후 팀 별로 방 키를 나누어 드리고 다음날 안내 사항과 호텔내 주의 사항 및 안전에 관한 안내를 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호텔 방으로 왔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잠을 청했는데……

잊고 있었던 통증이 몰려 오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아프다. 정말 잠을 잘 수 가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마땅히 약도 없고 가지고 온 거라곤 압박 붕대 하나 뿐인데 그건 이미 발목에 감겨져 있고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우선은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 잠을 청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발이 아픈 건 처음인데? 왜 이렇게 아픈거지?’


정신이 없다. 정말 발이 너무 아프다. 이러다간 밤을 꼬박 세울 것 같다. 사실 시차 때문에 깬 것도 있지만 조금 더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가 않다. 점점 아파 오는 발 목. ㅠㅠ


미치겠다. 지금 쯤이면 손님들도 시차 때문에 일어 나실 시간인데 나는 아프지만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다른 방에서는 부스럭 소리에 샤워하는 소리에 많은 소리가 나지만 나는 아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정말 그랬다. 하지만 통증은 계속 되기 시작을 했다. 점점 고통이 심해지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았다. 이른 새벽 이었지만 로비로 내려갔다. 새벽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을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근처에 병원이 있느냐 물었더니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다고 했다. 택시를 불러 주겠다고 했다. 가능한한 빨리 불러 달라고 했다. 곧 택시가 도착했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을 했다. 병원에 도착하고 나니 병원이 굉장히 한가하고 조용했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 병원은 나중에야 알았는데 바로 9년전쯤 ‘피고인 수건 ‘의 주인공인 그 분과 함께 왔던 병원이었다. 차비 때문에 보험회사 직원과 싸운 그 에피 소드 말이다.)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는데 그렇지 않고 굉장히 조용하고 병원 같지 않고 무슨 도서관 갔다고 해야 할까? 너무나도 차분한 분위기 였다.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혹시나 싶어 주변에 걷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찾아 봤으나 눈에 보이지 않았다. 혹 휠체어나 이런 것들이 있나 싶어서 돌아 보았는데 아무것도 없었고 발목을 보여 주기 위해서 양말을 벗고 신발을 접어 신은 채로 이쪽 저쪽 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영 불편한게 아니었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보통 정형외과 가면 누군가가 옆에서 조금 부축은 해 줄텐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경험한 것들을 말하는 텥레비젼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가 굉장히 친절하고 잘 되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한 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이런 것에서부터 차이가 나는듯 했다. 나는 계속 절뚝 거리고 있었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 끝에 x-ray 촬영을 하고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아무래도 조금 부은 것 같다는 진단. 그렇게 1시간 여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접수 한 곳으로 다시 갔다. 처방전을 주며 여기서는 비싸니 나중에 시중에 보이는 편의점이나 이런 곳에 가서 진통제를 사 먹으라는 것이다.


‘엥? 여기는 비싸니 다른 곳에서 사서 먹으라고?’

절대 우리나라 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이 상황. 아마도 모든 소비적인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에서는 그곳과 관련이 있는 곳에서 사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병원에 접수처에 있는 직원은 나에게 이렇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는 자연 스럽게 수납 창구를 찾았는데….

‘맞다 여긴 영국이지. 지난 번 투어 때 런던 가이드님이 말했었지.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병원비가 무료라고’


이번에 처음 느끼는 그런 상황 이었다. 병원에서 치료 아닌 치료를 받고 그냥 나가려니 우리 말 그대로 뻘쭘한 상황이 조금 벌어진 것이다. 아무튼 어색했다. 그런데 무슨 방법이 있으랴. 여기는병원비가 무료인 상황을..

그렇게 병원 치료를 마치고 다시 호텔로 이동을 하니 아침 조식 시간이 거의 다 된 듯 했다. 낳아진 것은 하나도 없고 그냥 아픈채로 계속 절똑 거리면서 팀을 따라 다니고 있었다.


(2편에서 계속)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형~ 형~ 일어나세요. 얼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