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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Apr 28. 2021

<아 왜 우리만 구석이에요?2>

‘아니 어디가 무섭다고 그러시는 거지? 그리고 무슨 맘에 안 들게 한 게 어디있다고 우연의 일치 일 뿐인데’

가끔 소설을 쓰시는 분들이 있다.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내가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말이다.

“아니 방이 왜 이리 멀어요?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고 우리만 이렇게 구석에 놓으면 어떻하란 거야? 우리는 깍두기처럼 이 모임도 아니라서 아는 사람들도 없는데 그래서 그런거에요?”.


경기도 안산의 모 여성 산악회 분들이 오셨는데 그 중 아는 분들의 소개로 합류하신 분들 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스스로 소외를 당한다고 생각하신 듯 했다. 

게다가 이날은 일정이 힘들어서 그런건가? 그 두분중의 한 분이 나를 엄청나게 쏘아 붙이기 시작했다. 


‘아 참 방을 .둘러 본다고 둘러 봤는데 이런변수가 생길 줄이야. 그렇다고 방을 다 둘러 볼수도 없었잖아. ㅠ.ㅠ’

방을 되도록이면 일행들과 멀지 않게 드렸는데 이렇게 구석진 방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 그래요? 이런 그럼 잠깐만 확인을 해보고 오겠습니다”


가기 전부터 나는 이미 예견했다. 다른 방으로 교체를 해 드리려고 시도를 하러 간 것인데 지금은 8월 여름 성수기 남은 방이 있기 만무했다. 게다가 이 호텔은 체스키 부데요비체 광장 한 복판에 자리잡은 이 동네에서는 위치와 시설이 최고인 그런 호텔 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호텔 여직원에게 물어 보았지만 방이 있을리 없다. ㅠ.ㅠ


얼른 내 방이라도 확인을 하고 바꾸어 드리려 했지만 이미 내 방은 싱글 침대 하나라서 두 분이 주무시긴 불가.

그렇게 다시 방으로 올라 갔는데 짐도 안 풀고 밤새 데모를 할 기세로 인솔자의 이런 저런 회유에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방법이 없다. 얼른 해결 하고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저녁을 먹지 못했다.)

어떻게든 손님들을 달래고 가야 하는데 빈 방도 없고 해결이 잘 되질 않으니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쏘아 붙이던 한 분이 내 방을 한 번 봐야 겠다며 같이 가자고 하신다. 


(가끔 가이드들은 비행기도 비즈니스를 타고 방도 좋은 방에서 자는줄 아는 분 들이 있다. 자격지심 인지는 몰라도 그런 분들이 가끔 있다.)


그래서 같이 내 방으로 가보기로 하고 같이 가게 되었는데, 가는 중에 일행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것 처럼 방 구조가 일직선이 아니고 구불 구불 되어 있다보니 방이 잘 안 보이는 곳이 많았다. 그러고선 아는 척을 하게 되었는데.


“oo엄마 거기야? 방이?”

“응 우리 방이 여긴데 우리만 구석 인가봐?”

“아니야 우리도 구석이야.”

“아 그래? 여기 오래되었다 그러더니 방 구조가 정말 희한해 이런 호텔도 다 있네.”

“어 그래? 우리만 구석이 아닌거야? 여기 전체적으로 이런 구조가 많구나”

‘어 웬걸?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맞다. 방 확인을 한다고 거기에 정신이 팔려 방 구조가 전체적으로 특이 하다는걸 파악 못했구나. 그래도 다행인걸?’


그러다 보니 이 분들이 이제 본인들만 구석이 아니란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말을 바꾸신다.

“가이드님 오늘보니 방이 우리만 그런게 아닌 듯 하네요. 아까 괜히 흥분을 했네. 이걸 어쩌죠?”

“아닙니다. 첫날 말씀 드린 대로 오래된 건물이 많다보니 우리 상식으론 생각지도 못한 곳이 많으니 이해해 달라는 말씀 기억 하시죠? 지금이라도 이해해 주시니 제가 감사할 따름이죠.”

“참 가이드님 저녁은요?

“아직 먹지 못해서 '바'라도 내려가서 먹으려구요.”

“아 호텔 올 때 설명 하신 것 들었는데 이 호텔 맥주가 그렇게 맛이 좋다면서요. 버드와이져의 본 고장이라고 하시니 내려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정말 듣고 싶던 한 마디 였다. 얼른 일을 끝내고 맥주한잔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인가?’


“두 분 괜찮으시겠어어요?”

“그럼요. 그리고 방이 구석이니(?) 맥주 마시면 무섭지도 않고 잠도 잘 오겠네요. ㅎ ㅎ 아까 한 말은 잊어주세요~~”

그리고는 일행 분께 한 마디를 더 하신다.


“언니!! 어때 내려가서 맥주 한 잔 할까? 언니 맥주 좋아하잖아. 유럽 와서 제대로 된 맥주도 못 마셨다고 투덜 대기도 했으니 맥주 마시면 되겠네.. 어짜피 시간도 이르고 할일 도 없으니 맥주한잔 하고 와서 자는건 어때? (일행 중 한 분이 맥주 마니아 이신 듯 했다.)

“그럼. 마음 고생 하셨으니 맥주는 제가 사 드리겠습니다. 제가 말씀 드린데로 정통이 있는 곳에서 맥주를 드시는 거에요. 정말 정통이 있는 곳 에서요.”


휴~~~다행이다. 그렇게 두 분에게 잠깐의 시간을 드리고는 남아 있는 나머지 방을 확인을 하고 기분 좋게 로비로 내려갔다. 물론 늦게 가게 된 방에는 이런 저런 상황이 있어서 늦게 된 경우를 꼭 말씀 드리고 말이다.


담배 연기 자욱한 조금 불편한 그런 곳이 었지만 그 중에 담배 피는 사람이 적은 곳(현재는 모든실내 바가 금연으로 지정이 되어 담배를 필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시골 바에서는 담배를 피는 분들이 많이 있다.)에 자리를 잡고 우선 체코의 대표 맥주이면서 이 고장의 맥주인 버드와이져 부드바를 시켰다. 그렇게 기분 나쁠 수 있는 그 두 분의 분위기는 현지 인들을 보면서갑자기 분위기가 업 되었다. 그러면서 호기심이 있을 수 있는 40 대 중반의 그 두 분은 현지 인들을 스캔 하기 시작했다. 


“오~~저 사람봐 이야 잘 생겼다. 아이고 저 사람봐 저 사람은 털이 진짜 많네. 살면서 불편하지 않을까?’

등등의 재잘 재잘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언제 방이 구석이라서 따졌냐는 듯이 말이다.이미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으니 이제 나도 슬쩍 맘을 놓으며 두 분이 대화하는 사이로 살짝 끼여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뭐 하나 시킬까요?”

“아니 가이드님 우리 저녁 먹은지 얼마 안 되었지만 맥주나 좀 마시고 들어가요. 언니 내려오길 잘했다. 사람 구경하고 재미있네.”

“그래요 가이드님 맥주 적당히 마시고 즐기다가 가죠 뭐”

“네 그래도 두 분이 좋아하시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맥주만 드실 수 있어요?”

“네 맥주하고 뭐 마른 안주 그런거 없나?”


한국 분들이 가장 쉽게 착각하는 부분이다. 간단한 뭔가가 있을 것 같은 하지만 유럽엔 정확히 나누어 져 있는 식당과 바와의 차이. 하지만 오늘 우리가 앉은 자리는 식당이다. 그러므로 뭔가를 시켜야 하는데 누가 봐도 동양인들이 뻔한 우리 다 보니 현지 웨이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간단히 하나만 시키기로 했다. 흔히 한국 분들이 마른 안주 같은 부류가 없다 보면 가장 많이 시키는 음식이 감자 튀김인데 그래도 여긴 500년 전통의 호텔 아닌가? 그렇게 간단한 안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다음날 단체 식사에도 있지만 일반 식으로 시키면 더욱 맛있는 스비치코바를 주문하기로 했다. 물론 다음날 나오는 단체식과는 비교를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다.      

                                            

<체코의 전통음식 스비치코바>


“좀 어떠세요?”

“음 이거 참 부드럽네요. 우리나라 장조림 같고 빵은 또 왜이리 부드러워요? 맛있네요 정말.”

“두분 조금 전만해도 저녁 드셨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아 그랬나요? ㅎ ㅎ 그건 저녁이고 이건 안주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은 계속 되었고 진상 같은 정말 운 없는 손님을 만나 밤새 괴로울 뻔 했던 나의 밤은 그렇게 맥주를 좋아하는 손님과 함께 별탈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싼 체코의 물가는 맥주 10잔 정도와 안주 하나를 먹었는데도 한국 돈 2만원 정도 밖에 안 나온 것 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과도 같았다. 20만원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을 뻔 했던 것에 비하면 말이다.


여행쟁이의 팁 : 여행업 20년 가이드 18년 그래도 아직 유럽을 모른다. 호텔은 더더욱 그렇다. 지금도 배우면서 다니는게 인솔자의 일이다. 처음 경험하는 류의 호텔이 아직도 너무나도 많다. 내가 잘 했다는 것이 아니라 ‘유럽은 이런 곳이 많아요. 문화라고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인솔자들도 많다. 그러니 유럽을 여행하기 전이라면 별의 별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는 것이 좋다.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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