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미팅>

우리 미팅은 9시인데 왜 8시부터 오셔서 소리를 지르세요?>

1601904605609.jpg?type=s1







4.jpg

해외여행. 코로나로 지금 거의 1년 가까이 하늘길이 막히다 보니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던 사람들은 아마도 몸이 근질 근질 할 것이다. 작년 계속 글을 쓰면서 나도 정말 이런 날이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 해 지는 것 같다. 심지어는 매번 갈 때마다 끄집어 내어 말하던 세계사의 어느 부분이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걸 가지고 우리들끼리 얘기할 때 ‘감 떨어졌다’고 하는데...



하지만 아직도 공항 미팅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 벌렁 거리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손님들이 공항에 오는 경우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아니면 설레임에 잠을 설쳐서, 그렇지 않으면 차 시간이 이거 밖에 안되서 여러가지 이유로 공항에 빨리 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미팅 시간 보다 기본 2시간 더 전에 가는 적이 많다. 13시반 미팅인데 8시에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손님 중에 나의 안내를 주의 깊게 듣지 않고 적반 하장 격으로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럼 여행을 하기도 전부터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 하면 되는데 왜 그걸 참지 못하고 평소에 하던 대로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




터키 항공으로 이스탄불 경유하여 알바니아 티라나로 들어가는 발칸 5국 상품 이었다. 이번엔 알바니아 입국이 처음이라서 긴장을 하고 공항에 가게 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안내 문자를 보낸 미팅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아니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이유는 공항 안내 카운터는 일반적으로 일반석 개인손님을 안내를 해주게 되어 있고(나를 포함한 우리 팀이 모두 일반석이긴 했으나 단체가 수속을 하는 카운터 위치는 따로 배정되게 되어있다. 그래서 간혹 다시 안내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했는데..)








4-1.jpg




<인솔자들은 첫날 공항 미팅부터 긴장을 하면서 손님들 미팅을 진행한다.>


일찍 간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팅 3시간 전에 도착을 했으니 말이다.얼른 문자를 보내야 했다. 이틀 전에 보낸 문자를 토대로 다시 안내 문자를 보냈다. 게다가 나는 이미 도착해 있으니 도착 하신 분은 미팅 장소로 오시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미팅 시간이 아직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걸 싫어 하는 우리의 특성상 얼른 얼굴 보고 여행 관련 서류 나누어 드리고 계약서 사인받고 수신기(투어시 가이드의 안내를 듣기 위한 장비) 나누어 드리면 할 일이 많고 정말 신경이 쓰이는 날이 미팅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덧 대부분의 손님들이 오시게 되었고 여권을 걷어서 다행히 수속을 시작한 단체 수속 카운터에 수속을 맏기게 되었는데(이날은 자리를 크게 신경 쓸게 없었다. 내가 이미 이틀 전에 자리를 인터넷 상으로 배정을 끝냈기 때문에 수속하고 짐만 보내고 난후 면세 구역으로 들어가 자유시간을 드리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날의 할 일은 거의 끝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수속을 하다보니 두 분이 아직 오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아직 미팅 시간이 남아 있어서 미팅 시간에 맞추어 오시려나 보다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다른 분들의 수속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는데…



전체적인 안내를 하기 위해 다시 일행들을 모두 모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일행들끼리 인사도 하고 전반적인 주의 사항을 안내하기 위함 이었다. 알바니아 티라나는 처음 이지만 다녀온 분께 정보를 듣고 보니 공항이 작고 이동 거리가 길지 않아서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통해 전반적인 안내를 하긴 무리가 있어서 미리 안내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두 분이 오지 않으셨기 때문에 잠깐의 기다림을 이해해 달라고 일행들께 양해를 구한 상태였다. 그렇게 미팅 시간이 다 되었고 아직 오지 않으신 분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하게 되었는데….



“안녕하세요 000 선생님 이시죠? 지금 미팅 시간이 다 되어서 전화 드렸는데요. 혹시 어디에 계세요?”


“가이드라고? 아 안 그래도 지금 연락도 없고 사람이 안와서 그러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어?”


“혹시 제가 한 시간 전 쯤에 문자 보내드렸는데 바쁘셨나봐요?”


“뭐라고? 내가 지금 말이야 1시간 전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어디서 뭐라고 전화를 하는거야?”



시종일관 반말 이었다. 게다가 소리까지 지른다. 나는 2014년 중국에서 손님 사망 사고를 겪었는데 그 때 손님이 뇌출혈로 쓰러지기 직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한 행동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고 그 손님은 매일 하는 일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는 손님을 만나면 그때 기억이 떠오르고 그래서 순간 제어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대한 자제를 하고 대응을 하고 있었다. 제일 싫어하는 부류….앞뒤 안 가리고 그냥 반말부터 하는 손님이 아직까지도 가장 싫은 손님 중 하나인데..게다가 이번엔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 손님이라니 왜 하필..



할 얘기가 끝나지 않았는지 여전히 반말을 덧 붙여서 한 마디 하신다.


“8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전화를 하느냐고 전화를?”


명단을 보니 60대 중반의 부부인데 그중 남자 선생님이 이렇게 한결 같이 반말을 하면서 쏘아 붙인다.


“제가 이틀 전에 전화 드릴 때도 그렇고 혹시 공항 사정으로 공항 미팅 장소가 변경 될 수 있으니 공항에서 미팅 하기 전에 문자 한 번 확인 부탁드린다고 말씀 드렸는데 깜빡 하셨나봐요. 여기 지금 다른 분들은 다 와 계시거든요. 미팅 장소가 변경이 되어서요.”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오냐고?”


나도 이제 사람이다 보니 슬슬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릴께요. 이쪽으로 변경이 되었으니 변경 된 곳으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속도 이쪽이고 또 여기 계신 분들이 그쪽으로 갈 수 없으니까요. 전화 끊으시고 문자 확인 부탁 드리구요. 혹시 그래도 모르시겠으면 전화 부탁 드려요.”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 분과 부인께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오셨다. 거기서 그렇게 안내를 받고 끝났으면 문제가 없었는데 그 분은 뭔가가 안 풀리셨는지 또 한마디를 시작하고 계셨다.


“아니 그러니까 아침부터 일찍 와서 이렇게 기다리게 만드냐고 8시부터 왜? 어?”


이 분 참 8시에 오신게 그렇게 억울하셨나 보다. 자꾸 말씀을 하시면서 8시를 강조하고 계시는데 이제 다른 분들도 있으니 나도 슬슬 거슬리기 시작한다. 이거 시작인데 이렇게 미팅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만 계속 얘기하다 보면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를 수도 있고 이렇게 놔두면 이분은 일정 내내 불만을 터뜨릴게 분명 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남은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이번에 오신 모든 분들을 위해 말이다.



“자 여러분 모여 주세요. 지금 이 분이 할 말씀이 있으신거 같은데 얼른 모여주세요. 자, 선생님 얼른 이리로 오셔서 얼른 하고 싶은 말씀 해 보세요. 얼른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 지기 시작했고 그 분의 부인은 허리춤을 잡으면서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 하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갑자기 그 분이 말이 없어 지시길래 다시 한 번 나는 그 분을 향해 무언의 압력을 넣었다.


“자 지금 이분들은 거의 수속 마치고 간단한 주의 사항 안내 드렸고 이제 들어가서 면세점 자유시간 가지고 탑승 시간 되면 탑승 하시고 첫번 째 목적지인 이스탄불로 이동 하시는 것 만 남아 있는데 선생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아서 지금 기다리고 계신 겁니다. 그러니까 아까 전화통화로 아니 지금 하시려고 하셨던 말씀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그랬다. 가끔 첫날 공항에서부터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는 분이 있다. 물론 내가 잘못을 했거나 아니면 공항 직원이 아니면 항공사 직원이 기분을 나쁘게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면 참다 참다 화가나서 폭발 할 수도 있다. 나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은 평소에 이런 모습이 습관이 되신 분 일수도 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우리 인솔자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딱 보면 모르냐’는 것이다. 안봐도 비디오란 말?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딱 보면 모른다. 진짜 모르겠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살아온 세월이 쓰여 있는 분들이 가끔 있다. ‘나 이렇게 살아 왔으니 건들지마’ 하는식의 얼굴 말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해를 못하 실 수도 있지만 사람을 자주 많나다 보니 그런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떤 동료들은 이런 말도 한다. ‘저 봐봐 공무원이잖아. 선생님이 잖아’ 그러는데 솔직히 나는 직업은 모르겠다. ㅎㅎ)



이 분도 본인이 내가 안내를 다시 한 번 한 부분의 대한 것을 놓치고 나서 불편한 걸 맘에 안드는걸 나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도 이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정도로 내공이 쌓이고 말았다. 잘난척 하는걸 정말이지 싫어하는 나는 그래도 노하우 하나 만큼은 쌓였다고 자부 할 수 있다. 이번 방법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말이다. 망신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나도 나름대로 상생의 방법을 찾으면서…


그랬더니 그 분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제서야 그분의 부인께서


“얼른 진행 해주세요. 우리도 설명 듣고 수속 할게요. 아유 참 당신은 좀 가만히좀 있어요 가만히좀”



결국 보다 못한 그 분의 부인께서 한 마디 하셨다. 그래도 모르니 다시 한 번 그 분께 여쭈었다.


“선생님 진행해도 될까요?”그랬더니 겸언쩍어 하시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이신다.


사모님은 얼마나 같이 살아온 세월이 힘드 셨을까? 여행 첫날부터 이렇게 소리를 지르니 이제는 질렸다는 그분의 표정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수속은 끝이 났고 우리는 면세점 자유시간을 끝내고 이스탄불로 출발 무사히 도착을 하였으며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알바니아 티라나로 향했다. 그곳 에서도 무사히 수속을 끝내고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을 하였다.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티라나로 오는 오랜 시간 동안 그분에게 했던 행동이 점차 죄송 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사과의 제스처를 취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호텔에서 키를 받아 손님들에게 하나씩 전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의 미안한 마음을 그 분이 눈치 채지 못하게 넌지시 행동으로 보여 드렸다. 키를 나누어 주면서 가장 먼저 그분에게 키를 나누어 준 것이다. 그 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모르는 상태로 말이다.



그러면서 그분의 방은 바로 나의 옆방으로 배정을 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두 분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함께 같은 층으로 올라갔다. 이 호텔은 방키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도와드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방에 도착을 하고 한 번 문을 열어 보시라 말씀을 드리고는 직접 열어 볼 수 있게 한 번 시도를 해보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역시나 어려워 하셨다. 이 분이 어려워 하신 이유는 우리와 방키 여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가고 싶은 부분은 우리의 호텔은 대부분이 이제 카드 키로 바뀌어 있고 동남아나 중국 미국등도 카드키가 많지만 유럽에는 아직도 열쇠키가 많기 때문에 열기가 쉽지 않은 곳이 있다. )그래서 방법을 알려 드리고는 다시 한 번 키를 열수 있게 도와 드렸다. 그랬더니 조금은 이해하시고 잘 여시는 듯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말씀을 드리게 되었는데..



“호텔이 후지고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시면 크게 나오실 일이 없으시겠지만 혹시나 나오셨다가 들어가실 때 문제가 생기시면 언제든지 제 방문을 두들겨 주세요.”


“아니 가이드님은 방이 어디신데요?”


사모님이 물으셨다. “


“이렇게 제 방 키를 보시다 시피 제 방은 바로 옆이에요. 그러니까 어려워 마시고 분명히 첫날이라 시차 때문에 일찍 깨실거에요. 혹시나 그럴 일은 없으시겠지만 괜히 나가신다고 나오셨다가 방문을 못 여는 경우가 많이 생기니 혹시나 그런 경우가 있다면 언제든지요. 그리고 아버님, 공항에서는 기분 나쁘셨을 텐데요 그 기분 이제 한국을 떠나셨으니 버리시구요. 저한테 많이 의지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여행이 즐거워 질테니까요.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려요. 피곤할텐데 얼른 주무시구요. 멋진 여행 만들어 드릴께요”


어색한 사과가 끝난후 그 분과 나는 어색한 포옹을 하고 그렇게 우리의 어려웠던 첫 만남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고 알바니아의 첫날 밤을 시작으로 우리의 투어는 시작 되었다. 하지만 정말 고집센 진상의 경우는 사과해도 안 받아주는 경우가 있다. 그럼 여행 내내 불편해 지는 것이다.










4-2.jpg







<우리가 첫날 공항에서 숙박했던 알바니아 티라나의 호텔>


여행쟁이의 팁 : 공항미팅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올 수는 없다. 그리고 공항 위치는 현지 사정에 의해서 바뀌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에는 인솔자들이 알아서 대체를 해 주니까 걱정 말고 인솔자의 지시를 먼저 따르는 것이 좋다. 이번 경우에도 문자만 잘 확인 하셨으면 크게 문제가 없었 을텐데 급한 나머지 문자를 확인하는 것을 놓치신게 분명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하루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