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가입을 저보고 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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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점점 비대면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언제 좋아 질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공항 수속 카운터에도 사람이 점점 줄어 들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항공사에선 인터넷으로 자리를 잡는 시스템을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 출발 전부터 잡음이 너무나도 많이 생긴다. 잘 안된다는 이유로 인솔자들을 닥달 하는 경우인 것이다. 그러나 인솔자는 힘이 없다. 이유는 인터넷 체크인 주관은 항공사 이기 때문이다. 하다가 안 되는 경우 아니면 자리가 거의 없는 경우는 항공사 관할이라고 애기 하면 이해하는 분 들이 많아 졌지만 그걸 이해 못하고 막무가내로 우리보고 하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정말 어렵거나 그러면 도와 드릴 수도 있지만 요즘은 개인 정보 보호법 이라는 것이 생겨서 나중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까봐 대부분의 인솔자들이 꺼리고 있고 심지어는 손님들이 먼저 나서서 개인정보 얘기를 하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막무 가내 한 분이 있었다. 무조건 하라는 것이다. 왜 그런걸 나한테 시키느냐며…

도대체 여행사에 맡겼으면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 주면 될 것을 왜 나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느냐는 것이다. 아주 대단한 여자 분이셨다. 일명 드라마에서 말하는 못된 시어머니의 전형적인 말투를 가지고 계시는 분. 얼굴은 아직 대면을 하지 못해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상황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고 ‘해당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회원 가입을 하시고 진행을 하시면 됩니다.’라고 설명을 드렸다. 그랬더니 다시 한 번 언성이 높아 진다.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그걸 나보고 하라는 거에요? 아까도 얘기 했지만 여행사 에서는 뭘 하는거 냐고? 예약을 넣어서 맡겼으면 여행사에서 해야지 왜 그걸 나한테 자꾸 하라는 거에요. 난 지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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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항공사의 인터넷 예약상황 확인좌석 선택 화면>


거짓말이다. 이분이 말한 못 알아 듣겠다는 말은 정말 거짓말 이다. 웬만한 한국 사람들은 알아 들을 수 있게 설명을 드렸다. 물론 그건 나의 기준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아 들을 수 있게 설명을 충분히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이분은 그냥 들을 생각이 없으신 분이다. 그냥 시키려고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침착하게 말씀을 드리면서 항공사 회원가입에 대해서 얘기를 드렸다. 그랬더니 더 황당한 말이 날아왔다.


“그럼 그걸 여행사에서 하시고 알아서 다 하면 되겠네 그걸 나한테 시키지 말고”

“아니 선생님 회원 가입을 저보고 하라구요? 회원 가입은 본인의 주민 번호와 인적사항 등을 넣어야 하는데 그걸 저보고 하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그랬더니 이제 조금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걸 느끼 셨는지 갑자기 조용해 지더니 이 분이 말투가 차분해 지기 시작한다. 옆에 누군가에게 물어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 그래 그건 내가 하는거야?”

“그럼요 회원가입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거죠.”

누군지 몰라도 참 고마운 분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질문이 훅 들어 왔다.

“알았고 그럼 회원 가입을 하고 그 다음은?”

참 말투 정(?)겹다.


“그 다음은 이렇게 저렇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하시다가 어려움이 있으실 것 같으면 혹시 자제분 있으시죠? 그럼 그 분께서 저한테 전화 한 통화 주시라고 해주세요. 그럼 제가 다시 한 번 자세히 설명을 드릴께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요즘엔 개인 정보 보호 법 때문에 예약은 물론 여행사에 하셨지만 자체 적으로 할 수 있는게 적어 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번거롭게 해 드려서 송구스럽 다는 말씀 드리구요. 자제 분들께 전화 부탁 드린다고 전해 주세요. 선생님께서 직접 하시기 힘드 시다면요.”


“아 정말 되게 귀찮게 하네. 도대체 여행사에선 뭘 하는 거야? 아무튼 알겠어요.”

이젠 조금 알아 들으 신 듯 했지만 목소린 여전히 쌀쌀 맞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인터넷 체크인 하루 전인데 갑자기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저장은 안 했지만 느낌이 그 분이다.


“네 여보세요?”

“아 네 3일 뒤에 여행 가는 사람인데요?”

“네 선생님 어떻게 자제분들 이랑은 얘기좀 해 보셨어요?”

“아니 우리 아들도 모르겠다는데 이걸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으잉?’ 해결이 거의 된 줄 알았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건 분명 아들도 귀찮아 하는 것이다. 보통의 젊은 사람들은 알아서 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한 번 해본 사람들은 인터넷 체크인이 편하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항공사 문제로 자리가 엉망인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 하곤 말이다.


‘아 산 넘어 산 이다. 아들까지 이런 상황 이라니 최후의 방법을 써야겠다.

“선생님 그럼 출발 당일날 혹시 조금 일찍 오실 수 있나요? 일찍 오셔서 자리를 잡으면 가능성이 높아 집니다. 그러니 한 두시간이라도 일찍 오셔서 수속을 진행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도 그 시간에 가서 도와 드릴께요”

“아니 우선은 모르겠으니 해보고 안 되면 일찍 갈께요. 근데 진짜 가기 전부터 짜증난다. 여행사에서는 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예약을 했으면 알아서 해 줘야지 아유. 짜증나”


통화를 할 때마다 제일 많이 하시는 얘기 였다. 짜증 난다는..왜 가기 전부터 저렇게 짜증을 부리는 걸까? 그리고 남편이랑 떨어 질까봐 전전 긍긍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붙어 있으면 좋아 하지 않는 부부들도 많이 봤다. 몇 년전 공항에서 그 분처럼.


“가이드님 자리좀 제발 우리 남편하고 떨어져서 가게 해주세요. 맨날 붙어 있는데 비행기는 좀 떨어져 가고 싶어요.”

이 때는 우리가 단체로 수속을 할 때여서 가능 할 때였는데..


그렇게 출발 당일이 되었고 그 분은 남편과 함께 공항에 약속대로 일찍 오셨다. 예상치 못하게 또 소리를 지를 수 있기 때문에 잔뜩 긴장을 하고 갔지만 예상외로 그 분은 크게 별 얘기가 없으셨고 나는 안내를 마치고는 다른 분들의 수속을 도와주고는 출발 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 분은 본인이 공무원이라 돈 쓰는걸 무척 조심 했고 공무원들이 다 그렇진 않지만 오랜 생활을 하면서 모든걸 아랫 사람들에게 시키다 보니 출발 전 그런 성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일정 동안에도 그 놈의 공무원, 공무원, 소리를 얼마나 하는지 조심해야 한다며 조심은 하지 않는 그분의 모습에서 공익근무요원 당시 보았던 질 안좋은 공무원 들의 작태(?)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는 그런 분 이었다.(물론 모든 공무원들이 다 그렇다고 하는 것은 아님을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밝힌다.)


여행쟁이의 팁 : 점점 서비스 항목이 줄어 들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이 발달 하게 되면서 모든 수속이 각자 해야 하는 경우로 많이 바뀌고 있다. 해외 여행을 좀 다녔다고 하면 이젠 스스로도 할 줄 아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 할 때이다. 정말 어느 순간에 공항을 갔는데 공항에 직원들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지하철역에 서있던 직원이 보이지도 않는 지하철을 보면 이젠 당연히 사람이 없어도 크게 지장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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