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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Aug 08. 2021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릴적 부터 유난히 걷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처럼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많이도 걸어 다녔다. 심지어 고등학교때는 비오는 날 비를 맞으며 걷기도 했다. 작년에도 체중 감량후 비를 맞으며 걸었다. 물론 작년엔 유독 긴 장마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계속 걷기를 하고 있었는데 비가 오니 걷기가 불편해서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고 비오는날도 걷는 방법을 찾기 위해 출장중에 사온 우비를 꺼내고 아쿠아 슈즈를 구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쿠아 슈즈는 두개나 샀다.

이렇게 비오는 날이 나의 삶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비가 오면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고 싶어 한 다고도 하던데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워낙 사람들 만나는걸 좋아하다 보니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만나는데 너무 큰 지장을 주어서 만나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비가오는 것은 상관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오랫만에 다시 배달일을 하려다 보니 비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날씨에 무덤덤 했던 내가 날씨를 무척 신경쓰기 시작했다. 비가 올꺼면 차라리 평일에 오라고 간절히 기도를 하기도 했다. 같이 배달 하는 분들은 우비를 입기 정말 싫어 한다. 지금은 괜찮은 편이지만 이제 날씨가 더 더워지면 더 불편하고 찝찝할 것이다. 게다가 장화를 신고 다니면 걷기가 너무나도 불편하다. 게다가 6층 이라도 걸리면 정말 이건 불편의 끝 판왕이다. 게다가 떨어지는 물 줄기는 어떻게 감당 할 것인가. 피자 박스가 흥건히 적기도 하는데 

나는 다른건 다 견딜수 있다. 박스가 적든 신발이 적든 지갑이 적든. 심지어 핸드폰에 물이 들어가든. 다 견딜수 있다. 가장 힘든건 바로 이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다는것. 

비가 새차게 내리기 시작하면 처음엔 헬멧을 내려 쓴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빗물로 앞을 가리기 시작하고 밤이라도 될라 치면 온갖 라이트에 빗물이 반사되어 마치 잠자리 눈이 된 것처럼 온 갓 불빛들이 동그란 원을 만들어 낸다. 정말 잠자리가 이런 기분일줄은 몰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안 보이기 시작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헬멧앞의 커버를 올린다.  그러면 빗물은 내 안경을 때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안경엔 빗물이 묻기 시작하고 비슷하게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 물 사이 틈을 이용해서 앞을 보고 오토바이를 운전해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난 내가 불편하다는 것 보단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이렇게 잠깐 이나마 안 보여도 불편한데 시작 장애인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그래 난 그래도 행복한 놈이다' 

하는 생각 말이다. 불편하긴 해도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들 생각이 더 드는 하루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비가 오고 있고 난 앞으로 4시간 뒤에 다시 출근을 한다. 오늘의 비예보는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하루종일 비가 올것 같다. 


운전자 여러분게 당부 드린다. 평소에도 빨리 가려고 하는 라이더 들이 많지만 제발 비오는 날 만큼은 라이더들에게 양보를 해 주시기를...

신호 대기중에 내리는 빗 줄기를 맞고 있으면 정신이 없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차량 운전자 분들은 안에서 계시니 비는 피할수 있으니 말이다. 


- 이글은 올해 배달은 하던 중 5월에 작성한 블로그에서 인용해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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