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쟁이 위창균 Aug 09. 2021

<아 뜨거워 진짜 왜이리 안여는 거야?>

점심엔 어느 배달 업체나 마찬 가지 일 것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배달이 몰리기 마련이다. 그럴때면 우리 매장도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한다. 같은 방향이면 두곳을 엮어서 가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예약으로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도 잘 감안을 하여 배달을 간다. ‘ 시간 엄수’

 라는 코멘트가 달려 있는 곳도 예외 없이 말이다. 


순서를 잘 정해서 정리를 한 후 핫 백에 순서대로 피자를 넣었다. (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두군데를 엮어서 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이 핫 백의 위력이 대단하다. 괜히 핫 백이 아니다. 초반에  일 할 때는 아무리 핫 백에 있어도 금방 식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두 번째 배달을 갔을 때 손님들이 피자를 받으면서 ‘ 앗 뜨거 ‘ 라고 하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


첫 번째 집에 도착을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7분의 시간이 남았는데 유럽 인솔의 후유증인가? 그 정도면 이해할 것 같았지만 이 놈의 습관은 빨리 온 것도 이해를 하지 못하다.일찍 왔다고 욕 먹은 적이 있다보니 나만의 병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도착 했으니 우선 벨을 눌렀다. 여기는 유럽이 아니니까

음악이 생각보다 길게 울린다. 사람이 없나 보다. 

‘이래서 시간 엄수라고 한 것인가?’


얼른 두번째 집으로 향했다. 지체없이 문을 열어 주는 두번째 집.

‘그래 여기 먼저 오길 잘했다.’ 가끔 나 자신을 칭찬해 줄때가 있었는데 이럴 때였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역사 멘트를 끝내주게 하고나선 아님 현지 가이드의 통역을 나름 멋지게 하고 나선 뿌듯함을 느끼곤 했는데..이젠 순간의 선택에 관해서 칭찬을 해 주고 있는 나를 가끔 발견 하곤 하다. 참 세상은 살아봐야 그 맛을 아는 것 같다.


얼른 다시 첫 번째 그 집으로 가서 벨을 누르니 이번엔 대답을 한다.

“누구세요?”

“피자 왔습니다.”

사실 ‘피자 배달 왔습니다.’

가 맞는데 요즘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니 그리 틀린 것 같지도 않다. 자장면도 그럴 것 이고 치킨도 그럴 것 이고 족발도 그럴것이다. 


현관의 1차문이 열리고 이젠 엘베를 타고 해당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시 벨을 누른다.

“띵동~~~”

“누구세요?”

‘누구세요?’ 라니 방금 문을 열어주시지 않았나? 그새 사람이 바뀌었나? 아니면 내가 집을 잘못 찾아 온건가?’

정말 가끔 집을 잘 못 찾아가는 경우가 있긴 하다. 심지어는 통로를 잘못 찾는 경우도 있다.(아래 현관문 잠금이 없는 집의 경우들..)

하지만 주소를 확인 해보니 맞게 찾아 왔다. 보통 이런경우면 바로 열어 주기 마련인데.. ‘누구세요?’라니…


밑에서 한 번 문을 열어 주었기 때문에 핫 백에서 미리 피자를 꺼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구세요?’ 라는 말에 순간 짜증이 났다. 손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조금 더 크게 말을 했다.

“ooo 피자 입니다.”

“아 네 잠시만요..”


금방 열릴 것 같은 문은 그래도 열리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 내 손에는 열기가 흐른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흐르니 손바닥이 점점 뜨거워 지기 시작한다. 참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벨을 누른다. 


“띵동”

“네 나가요~~”

‘뭐지? 네 나가요? 아니 벨을 누른지가 언제 인데 아직도 나가요 라니? 아 도저히 못 참겠다. 손이 너무 뜨겁다.’


잠깐 피자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런데 문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도대체 뭐하는데 문을 안 여는 거야? 아 배달 계속 밀려 있는데 미치겠네 정말.’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벨을 누르려고 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내 배달 스타일은 아무리 혼자 짜증이 나 있어도 손님 얼굴을 보면 아무말도 안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문이 열리길래 얼른 피자를 주고 나와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문을 당기면서 피자를 문 안 쪽으로 해서 드리려고 하는데…

이………………………..런………………..


한 여자분이 휠체어에 앉아서 그 문을 열기 위해서 사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발장의 턱이 있어서 휠체어가 쉽게 내려오질 않아..문은 열지 못하고 계속 대답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름 휠체어를 이동을 시켜 손이 문에 닿을수 있을 만큼 해서 문을 열고야 만 것이다. 얼마나 힘들게 열었을까?


그래서 그런지 시간보다 일찍 왔을때도 일찍 대답을 할 수 없어 나의 벨 소리에 답을 할 수가 없었고 대답이 없던걸 들은 난 바로 다른 집으로 이동을 한 것이었다.


피자를 드리고 나오면서 계속 생각을 했다. 

‘그래 눈에는 보이진 않지만 그 안에선 그 문을 열기 위해 혼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본인 스스로도 얼마나 답답해 하고 있었을까?’

조금을 참지 못하고 서두르려고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지는 순간 이었다. 그 이후 난 대답이 없이 늦게 나와도 기다리는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물론 멀쩡한데 늦게 나오면 피자를 드리고 나서 혼자 욕하는 버릇도 함께 말이다. 


-라이더의 생각: 느린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