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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Aug 10. 2021

<디지털 시대의 이면>


배달을 처음 시작했던 90년대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모든 주문을 전화로만 받을수 있었던 그 시대에는 콜 센터도 인터넷 주문도 없었다. 하지만 요즘엔 주문 전화가 거의 전화로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문은 콜 센터로 들어가서 배당 하는 식으로 우리 매장에 배정이 된다. 아니면 손님이 직접 배달앱을 통해서 인터넷 주문으로 배달을 시키면 된다. 결제까지 진행이 되니 이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그런데 그 편리함이 갑자기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요즘 배달 앱에는 기존의 주문했던 요구사항이 저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안전하게 와 주세요' ' 문 앞에 놓고 벨 눌러 주세요' 등등이다. 하지만 이런것들은 애교에 불과하다. 배달앱을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보니 가끔은 다른 곳에서 시켰던 주소가 저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피자는 배달 범위가 넓다보니 아파트나 빌라 이름이 아니고선 주소만 적혀 있는 곳은 카카오맵이나 네이버지도로 확인을 하고 간다. 그런데...


'어 모텔이네. 이름을 왜 표시 안했지?'


이런 곳은 모텔이름 까지 표시를 해주면 좋은데 표시를 안 한 것이다. 모텔이긴 하지만 복합 적으로도 쓰이는 건물들도 있기 때문에 다시 확인을 하고 배달을 갔다. 그런데 모텔 말고는 다른 용도는 없는 듯 했다. 모텔로 들어가고는 카운터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이번 모텔 직원분은 인사를 받는다. 모텔 직원들 대부분 인사를 안 받거나 본체 만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인사는 무조건 한다. 


"혹시 503호 투숙객 있죠?"


"네? 503호여? 잠시만요. 어 거기 아무도 없는데"


"네 아무도 없다구요? 혹시 그럼 이 번지가 맞나요?"


"네 맞는데 아무도 없어요. 전화 해보셔야 할것 같아요."


"네 그래야 겠네요?"


'이런 다른집 하나더 가야 하는데 얼른 전화해야 겠다.'



전화를 걸었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보세요? 여기 주소보고 왔는데 여기 사람이 없다는데요? 어디계세요?"


가끔 모텔 주소를 잘 못말하는 경우가 있어서 확인이 필요했다.


"아 ~~~"


갑자기 깊은 한숨이 나온다. 


"거기 아니구요. 주소 불러 드릴게요. OOO로 20 번지 OOO빌  OOO호여"


"일반 주택 인가요?"


"네 여기로 오시면 되요"


"근데 선생님(가이드 할때 호칭이 나도 모르게 계속 나온다.) 제가 바쁜 시간대라서 한 집 더 가야해서 그 집갔다가 갈께요. 지금 동선 파악이 안 되어서 바로 선생님댁으로 갈수가 없거든요. 괜찮으시겠어요?"


"아 네 그래주세요."


아마도 전에 이 모텔에 투숙(?) 했을 당시에 시켰던 모양이다. 그런데 주문시 그걸 깜빡하고 변경을 못하고 그대로 주문을 하다보니 집에서 먹으려고 했던 피자가 이전에 묵었던 모텔로 간 것이다. 



당황을 하신지 그 분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고 다른 집으로 이동하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편리하다고 다 좋은게 아니야. 우리의 모든 동선이 파악이 되고 있어.'



심지어 배달 가는 나도 매일 번호가 달린 GPS 를 달고 돌아다니니 말이다.



갑자기 이탈리아 투어중 가이드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이탈리아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차량내에 블랙박스 설치가 불법입니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는 차량 유리 선팅을 하는 것 또한 불법입니다. "


차량내에 누가 있는지 밖에서 확인을 할 수 있어야 한 다는 것이다. 



라이더의 생각:


편리함과 사생활 어느것이 좋은 것일까? 세상엔 항상 편함과 불편함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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