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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Dec 29. 2021

<이런 싸가지>

[이글은 2000년 8월 어느날 중국집 배달 알바를 하면서 경험했던 글입니다.]


8시반에 출근을 하면 단무지를 포장하기 시작한다. 가끔 자장에 들어가는 양념도 흔히 중국집에서 쓰는 큰 칼을 가지고 아주 가늘게 조각내기도 하는데 주로 아침에 하는 일은 단무지 포장이 주 일과 였다. 그리고 나선 9시가 되면 다같이 모여 아침을 먹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중국집에선 모든 끼니를 배달음식 으로 해결할거라 생각하지만 점심을 제외하고 모든 식사는 그냥 집에서 먹는 것처럼 찌개를 끓여 먹거나 국과 함께 식사를 한다. 


그러고 나면 이제 어제 늦게 주문이 들어와 찾지 못한 그릇을 찾으러 가기 시작한다. 보통 1시간 정도가 소요 되는데 아마도 저녁 늦게 중국집 배달을 시켜 본 분이 계신다면 아침 일찍 아직 찾아가지 않는 그릇이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을 것이다. 왜 냐면 대부분의 중국집은 9시에 마감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24시간 배달하는 곳이 생겨서 그런 곳은 예외 겠지만...


그렇게 그릇을 찾아 와서는 이젠 본격적인 배달 준비를 한다. 가끔 들어오는 소주도 배달 갈때는 번거로우니 10병 정도 냉장고에 채우고(보통 5병만 팔고 나머지 5병은 우리가 다 마셨다. 공교롭게도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사장님께서 담배도 한 갑씩 챙겨준다. 그리곤 여분의 담배도 사다 놓는다. 담배를 시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테니스 장이나 오락장에서 담배를 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금연을 했지만 당시는 담배를 피던중이 었고. 지나가다가 친해진 다방 누나들과 가끔 벤치에서 담배를 핀적도 있었다. 사장님이 가끔 커피를 시키셔서 알게된 누님들..


요즘은 정말 대단한것 같다. 별의 별 물건들을 다 배달을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나 본인도 배달을 했지만 정말 놀랐던건 편의점에서도 배달을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당시는 중국집에서 별의 별것을 배달을 다 해 준적이 있다. 물론 나의 말 더듬는 친구가 배달을 가면서 엄청 짜증이 났다고 나에게 말을 했지만(나랑 같이 할때가 아니었고 겨울에 배달을 할때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날씨가 추우니까 오면서 아파트 상가 슈퍼에서 1,000미리 우유 한팩하고 그 앞에 떡볶이 할머니한테 가서 순대 2000원 어치를 사달라고 했다고 한다. 참 어처구니 없게.. 그치만 다 배달을 해줘야 했다. 당시 중국집은 그랬다.)엄청 짜증이 났는지 나한테 말 할때는 더 더듬거리면서 말을 했다.


"마마말도마마마..우우우우유 처처처천미리에다가...바바 바밖에서파파파파는 수수순대 2천원까까까까까지....씨씨씨씨팔ㄹㄹㄹㄹ" 짜증이 정말 많이 났던지 이날은 욕을 할때도 더듬었다.


어느덧 장사는 시작되고 자장면 하나에 담배 한갑을 누군가가 주문을 했다. 그런데 이 당시 가정집에서 담배를 시키는 경우는 여자 분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요즘과 달리 당시는 여자들의 흡연이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의 시선도 그렇고..그래서 철가방을 들고 그 집으로 향해서 문을 두드렸더니 


'헉 이런 싸가지'


누가봐도 중학생 정도 밖에 안 되보이는 놈의 시키가 자장면과 담배를 시킨 것이다. 내가 봤을 때는 담배를 시키려고 자장면을 시킨것으로 보였다. 

"얼마에요?"

"자장면 2,200원 디스 1,100원 3,300원이네"

"여기요."

"담배 많이 피지마라. 뼈 삭는다"

"아빠거에요"


아무리 둘러봐도 아빠는 없었다. 그렇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그놈의 시키는 자장면을 시켰다. 담배를 피기 위해서

그리곤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얼마나 열정을 다해서 담배를 치는지 알수 있을 만큼의 소리가 밖으로 세어 나오기 시작했다.


'탁탁탁 탁탁탁탁 탁탁탁'


라이더의 생각 : 여러분 금연 합시다. 정말 금연하니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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