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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쟁이 위창균 Jan 02. 2022

<여여여기서..뭐뭐뭐하냐???...>

[이글은 2000년 8월 어느 여름날 중국집 배달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입니다.]


한차례 바쁜 시간이 지나갔다. 너무 바쁠때는 가게에 들어가기도 전에 계단에 다른 철가방이 놓여 있기도 했다. 그렇게 바쁜 시간이 지나고는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침은 보통 9시에 먹고 점심 바쁜 시간이 지나고 식사를 했으니 우리의 점심 시간은 항상 2시 이후가 되었다. 그리고 이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먹고 싶은 메뉴를 어느 것이 든지 말할수 있는 시간이었으니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볶음밥은 가장 흔한 메뉴 중의 하나였고 잡채밥 까지도 흔하게 먹을수 있었다. 물론 다른 곳은 그렇지 않았지만 내가 일하는 중국집은 사장님이 배달원 출신이라 먹고 싶다고 하면 어느것이든지 먹을수 있게 해주시는 분이었다. 

짜장밥미 땡기는 날이었다. 그래서 주방에 들어가서는 밥을 한 움큼 푸고는 짜장을 듬뿍 올렸다. 게다가 단무지까지 왕창 ㅎ ㅎ 언제든지 맛있게 먹을수 있는 그런 조건이었다. 


그렇게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이제 그릇을 찾으러 갈 시간이다. 아직 초보인 나에게는 복잡한 주소의 가게를 주시지는 않고 아파트 단지 위주로 그릇을 찾아오게 사모님은 항상 배려를 해주셨다.

전단지 종이 뒤에다가 아파트 동과 호수 그리고는 그릇 개수를 적어 주셨다.


101-205...............3

103-304...............2

104-705...............2

210-301...............2

202-1002.............2




103-904...............2


이런식으로 적혀있었다. 

그리고 사모님은 한 마디를 하셨다. 

"위군아 마지막껀 나중에 가야해.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하고는 그릇을 찾으러 가기 시작했다. 하면상 조금만 적었고 보통은 20군데가 넘게 적혀있었다. 

그렇게 그릇을 찾기 시작했고 두번째 그릇을 찾고는 다시 한 번 주소를 쭈욱 보게되었다. 그런데 보니 103동이 밑에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 같은동이 여기에도 있네. 근데 이걸 왜 밑에다 적어놓으셨지? 이것도 찾아 가면 되겠다.'

사모님이 마지막에 한 말을 까먹고는 바로 그 집으로 가서는 그릇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릇이 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까먹고 그릇을 내놓지 않는 것인지 나는 얼른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네 그릇 찾으러 왔습니다. "

"네? 그릇이라구요?"

"네 혹시 중국집에 배달 시켜 드시디 않으셨어요?"

그때 문이 열리더니 한 학생이 나와선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어보게 되었는데..


"아까 시켜드신 중국집 그릇 찾으러 왔는데요?"

"네? 저희 지금 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네? 기다리시고 계신다구요?"

"네 아직 배달도 안 왔는데.."


'이런..'

이제 사모님의 말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아 그래서..

늦게 가라고 하신거구나.그래서 그러신 거구나..


그때 였다.타이밍도 기가 막히지..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나의 친구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나에게 한 마디 하는 것이었다.

"여여여기서.. 뭐뭐뭐하냐???"

말을 더듬는 나의 친구는 여기서도 말을 더듬으며 한 마디를 하는 것이었다. 


그랬다. 나는 음식 배달도 오지 않은 집에 그릇을 찾으러 간 것이었다.


라이더의 생각 :  잔머리 굴리지 말고 열심히 하던대로 일하자. 경험이 괜히 쌓이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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