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분을 걸었나보다. 드디어 식당에 도착했다. 간단히 국수나 이런걸 먹어도 상관은 없을듯 했다. 첫날 일정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술한잔 하면서 말이다. 도착한 식당에는 고기 중심에 메뉴가 보였고 국수, 비빔밥 메뉴도 있었지만 그 밑엔 커다랗게 이렇게 글씨가 쓰여 있었다.
"점심 메뉴"
한적한 시골마을의 식당, 점심때 식사를 하기 위해서 찿아오는 주변 공사장 인부들을 위한 메뉴를 준비한듯 했다.
다시한번 메뉴를 살펴 보았다. 고기 메뉴를 보니 오겹살에 흑돼지 이런것들이 있었는데 내가 안좋아하는 삼겹살 비슷한 메뉴를 빼니 돼지 갈비가 있었다. 간단히 돼지 갈비를 먹고 얼른 들어가기로 결정을 했다. 온만큼 다시 또 걸어가야 하니 말이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가 없으니 이런 변수가 있구나.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인데?'
하지만 나의 다리는 아직 체력이 남아 있었다. 얼른 주문을 했다.
"사장님 여기 돼지갈비 1인분하고 소주 한병 주세요."
"1인분은 안되는데.."
혼자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지 어언 2년 정도. 한 번도 혼자 간 식당에선 1인분이 안되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25키로 이상을 걷고 다시 20여분만에 도착한 식당엔 1인분이 안된다고 했다.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남기던지 천천히 먹던지 하기로 하고는 2인분을 시켰다. 그렇게 먹다 보니 시간도 지체되고 간단히 먹자고 했던 계획과는 달리 나도 모르게 어느새 고기를 더 굽고 있었다.
아무래도 많이 걸었으니 그만큼 많은 양의 칼로리가 필요하기도 했다. 고기를 먹고나니 찌개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찌개를 시켰는데
'윽.. 이게 뭔맛이야? 찌개에서 아무 맛도 안나네.. '
배고파서 어쩔수 없이 먹었지만 맛이라기 보단 그냥 있으니까 먹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굉음과 함께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뭐지? 비가 오는건가? 첫날부터?'
벌써 시련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이 비를 맞고 20여분을 걷고나면 분명 옷은 물론 신발까지 다 젖을텐데...
옷은 버릴만한 옷들로 챙겨오긴 했지만 신발은 젖은 상태라면 물집이 생길수도 있고 무게감도 훨씬 무거워 더 많은 피로감과 시간이 지체될 것이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어쩌지 어쩌지..
그러는 동안 잠깐 문을 열고 밖을 쳐다보니 생각보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도저히 이 비를 맞고는 갈수가 없다. 무모한 짓이다. 핸드폰을 열었다. 그리고는 바로 택시를 불렀다.
그렇게 호기롭게 걷기로 했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난 첫날 부터 택시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 복귀할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9시 정도 공동 주방이 11시 까지라고 했으니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 기사님께 부탁을 드리고는 편의점을 들려 캔맥주 두개를 구입해 숙소로 복귀를 했다.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 제주도의 첫날을 잠으로만 채울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했을때와는 달리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만남으로 인해서 나의 제주도 첫날밤은 또 다른 추억이 함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