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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일 Mar 05. 2019

인간과 원자의 공통점 찾기

갑자기 분위기 도넛?

♪ Foster The People ‘Sit Next to Me’



“이거 공통점 찾기 앱이라는 건데, 지금처럼 뭔가 대화 주제가 없을 때 해보면 좋은 앱이래. 단어 몇 개가 무작위로 나오면 그걸 가지고 대화하는 거야. 한 번 해볼래?”


“그래 해보지 뭐.”


“단어가 여러 개 나올수록 공통점 찾기가 어려울 테니까 일단 두 개부터 시작해보자.”


“알았어. 그런데 예전에도 해봤어?”


“아니, 너랑 하는 게 처음이야.”


“뭐야 그게.”


“잠깐만. 앱 실행 중이야. 나름 여러 분야의 단어가 조합될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최근에 더 추가했대.”


“엉뚱한 게 나와서 맘에 안 들면 다른 단어로 다시 섞을 수 있어?”


“나오는 대로 그냥 해보자. 도망칠 생각 하지 말고.”


“도망이라니.”


“나왔다. 원자, 인간. 이렇게 나왔어.”


“뭐? 원자, 인간?”


“공통점을 찾아볼… 까?”



“진짜 상상도 못 한 단어네. 이런 식이면 정말 없는 뭔가라도 생각해내야 하잖아?”


“음…. 일단은 인간도 쪼개면 결국 분자이고, 그 분자는 결국 원자이니까. 연결고리가 있는 셈 아니냐?”


“뭔가 생물학자나 물리학자가 친구로 있었으면 말문이 터졌을 법한 단어인데…. 문돌이 두 명이 이러고 있으니.”


“이미 시작했으니 뭐라도 말해 보자고.”


“음. 예전에 읽었던 기사 중에서 생각났는데, 어떤 외형적인 접근으로 간다면…. 사람들은 보통 원자의 구조를 어떤 ‘구’ 형태로 생각하잖아?”


“그렇지. 뭔가 입자 같은 모양?”


“그리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외형을 단순화하면 몇 가지 형태로 설명할 수 있대.”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이 뭐 입자 같은 모양이라고 말하려는 거야?”


“조금 다르긴 한데, 예를 들면 인간의 신체를 설명하는 기본 형태는 ‘도넛’이라고 하더라. 그런 얘기 들어봤어?”


“도넛?”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나도 그냥 지나가면서 읽은 거라서. 사람의 몸이 큰 덩어리라고 치면, 입과 소화기관 항문까지 연결된 통로가 일종의 도넛의 구멍이 되는 셈인 거지. 한쪽 구멍은 입, 반대쪽은 끝. 도넛처럼 말이야. 관통하는 소화기관 말고 나머지 눈, 코, 귀 같은 기관들은 그저 표면에서 조금 들쑥날쑥한 구조들인 거지. 이런 식으로 지구 상 대부분의 것들을 단순화시키면 몇 가지 형태가 된다는 거야. 사람은 도넛과 닮은 거고.”


“헐. 그럴듯하긴 한데 좀 엉뚱하다.”


위상수학이라는 학문이래. 내 지식이 부족해서 이게 어디서, 왜 나온 견해인지는 모르지만, 과학적으로 수학적으로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학자들이 만든 개념인 거겠지. 그런데 거꾸로 예술가에게 늘어나는 도넛이 있다면, 그걸 다듬어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그 과학자나 너나 어지간히 대단한 발상이다. 참. 그럼 그냥 바위 같은 건 단순한 구 형태다 뭐 그런 얘긴가?”


“그렇지. 일단 소화기관이 있는 동물들은 도넛 형태이고, 몇 가지 모델이 있었는데 다른 건 기억이 잘 안 난다. 사람 몸이 도넛 같다는 얘기는 재밌어서 기억하고 있었나 봐.”


“그런데 왜, 원자와 인간의 공통점을 찾다가 갑자기 도넛까지 나왔지?”


“아! 어디서 읽었는데, 사람들이 동그란 입자라고 생각하는 개념적인 원자의 모습과 실제의 그것은 전혀 다른 구조라고 하더라고.”


“그것도 도넛이야?”


“그런 건 아니야. 나도 잘 모르지만, 원자의 특성이 여러 가지가 있어서 어떤 건 외부와 내부의 구분이 의미가 없대. 에너지가 안팎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아무튼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하고 차분한 동그라미가 아니라는 얘기였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까 도식화해버린 거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 인간, 원자. 두 가지가 닮은 게 아니잖아?”


“그런가?”


“갑자기 생각나서 굳이 억지를 부리자면….”


“?”


“인간은 각자 여러 가지 개성 있는 외모와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비슷한 것끼리 묶다 보면 인종이나 성격 등의 공통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점을 원자에서 살펴보면, 원자 역시 각각 특이점이 있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비슷한 종류별로 공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점이 닮았다? 뭐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으려나?”


“뭐야. 갑자기 진지 모드?”


“진지는 무슨”


“네가 자연의 법칙 얘기하니까 말인데, 원자들은 서로 뭉쳐야 어떤 형태가 되는 거잖아? 그렇지 않으면 불안정한 거고. 그런 규칙으로 안정된 상태를 찾고 머물기를 좋아한다면, 사람도 그렇지 않나 싶다?”


“그건 또 무슨 얘기야?”


“왜, 그렇잖아? 사람도 정해놓은 자기만의 생활 습관이나 규칙 같은 것을 방해받거나, 갑자기 자신만의 세계가 무너지면 불안하고 짜증 나잖아. 본능적으로 그게 싫은 거지. 원자들이 서로 꼭 붙들고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려고 하는데, 그걸 방해하면 폭발 같은 게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느낌이 서로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막 드네?”


“그래? 근데 우리 지금 무슨 얘기하고 있는 거지? 정답 없이 이런저런 얘기하라고 만든 앱이겠지만 쓸데없이 몰입해버린 것 같다.”


“하하. 이 앱 진짜 웃긴다. 바보 같은데 뭔가 평소 안 해보던 얘기라서 그런지 재밌어.”



(창작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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