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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일 Apr 29. 2019

큰 착각

조용히 지내는 삶이 주는 오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한 지 몇 년이 지났다. 주로 혼자서 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몇 년이 흘렀다. 그렇게 내 나름의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조용히 몇 년을 보내면서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내 나름대로 너그럽고 온화한 성격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교회와 예배에 더 자주 참석할 수 있게 되었고, 나에게 주어지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깨달음이 모이면서 조금씩 성숙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가끔 사람들을 만나 안부를 묻다 보면, 요즘의 내 삶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경제적으로는 회사 다닐 때만큼은 못 할지언정,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건 큰 착각이었다.


나는 내 화를 돋우는 스트레스 가득한 상황과 인간관계들에서 잠시 멀어졌기 때문에 조용하게 살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그런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과연 초연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성장하고 있는 손톱이나 머리카락처럼, 나의 내면은 아주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그것을 성숙한 인격체로 만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외부 자극 때문에 내 성격이 거칠었던 것처럼 표현했지만,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부터의 상처와 폭발은 결국 내 속의 단단함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인 것이다. 그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조용히 지내면서 최근, 정신 분석과 관련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썼던 글들을 돌아보면 결국 나를 포함한 인간의 마음과 정신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있어왔던 것 같다. 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남긴 연구 결과라는 것이, 각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료들을 읽어보면서 여러 가지 관점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종교적인 성숙과 함께 내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하여 초연해지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복합적인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작은 회사의 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낯선이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설득하며 감정의 소모를 심하게 해왔다. 그것이 나의 1차적인 훈련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무언가 다음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그저, 내가 스스로를 성숙했다고 잠시 착각했다는 사실을 기록해두면서 어떤 출발점을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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