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마음

by 가화캘리그라피


그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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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에 내 눈이 보인다. 그녀의 눈동자가 새까만 밤 하늘 같다. 지금 처럼. 잠시 창문너머로 눈길을 돌렸다가 다시 그녀를 본다. 울고 있는 그녀를 본다. 눈에는 그칠 것 같지 않은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눈물이, 브라운 체크무늬 손수건에 얼룩을 남긴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손수건이 한참 동안 그녀의 얼굴과 함께 숨죽여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그녀가 편안하게 울 수 있게.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밤이 더 깊은 듯 별 들도 사라지고,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든다. 화장과 눈물로 얼룩 진 손수건은 깨끗히 빤 다음 돌려주겠다며, 빨간 가방에 넣는다. 다시 그녀를 만날 땐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겠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했다. 궁금하지 않냐고. 내 눈물이.

궁금했지만, 난 괜찮다고 말해버렸다. 그냥 괜찮아 보여야만 할 거 같아서. 내려오지도 않는 안경을 한 번 쓱 올리고는 조심스레 '그런데'라는 말을 더 붙였다. 그 뒤에 말은 생각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그녀가 본다.

내 눈에 보이는 그녀가 나를 보고 있다.

하지만 따뜻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지도 않다. 어느 새 익숙해진듯, 어색하지 않은 일상인 듯 당연하다 느껴진다.

하루 종일 달아오른 뜨거운 아스팔트 처럼

회색빛 차갑고 삭막한 도시 처럼

키재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건물들처럼

거대하던 마음은 애초부터 없던 것 처럼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녀도 나도 어느 새 그렇게 천천히 물들고 있다.

회색빛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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