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면 잊을수록 잊혀지지 않아.
세상에서 잊혀지다.
슬프다는 느낌이 먹먹한 가슴에 생각보다
오래 머물고 있다. 함께 했던 그녀의 향기도
사라진지 오래다. 그저 나 혼자 덩그러니 그렇게.
돌아가는 방법이 있었던 것 같은데,
머릿속은 도저히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다.
아님 일부러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남겨진 흔적들만
눈 속에 비춰진다. 이내 모른 척 하는데도 굳이
나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끈질기게.
손가락에서 유난히 빛나던 반지는
이제 빛을 잃은 그냥 그저 그런 쇠덩이.
손가락에 걸쳐 있는 것에 불과해지고
숨 조차 쉬지 않은 채 하염 없이 날 바라본다.
외면하고 싶지만, 그녀가 생각나는 만큼
손가락이 굳어가는 것 같다. 점점...
함께 여행 가기로 한 티켓도,
함께 해보기로 한 약속도,
함께 가보기로 한 유명 카페도, 식당도
순식간에 다 사라졌다.
그렇게 잊혀지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더 많이 지나면
기억이라도 날런지, 먼지처럼 훅 하고 흩날려
버리진 않을런지, 조심스럽게 어느 새 사라져 버리진 않을런지. 그녀에게 조차. 나에게 조차.
그렇게 또박 또박 내 마음이 잊히고 있다.
조금만 소홀해도 원래 없던 것 처럼.
아직은 안되겠다. 작은 숨이라도 쉬어야겠다.
알아주진 않더라도, 사라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