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숨을 몰아쉬고 다시 숨을 깊게 들여 마셨다.
잠깐의 일 분이 지금까지 살아 온 생애보다 더 긴 것 같았다. 더 위로 올라갈 수도 없었다. 흐르는 땀 보다 더 빨리 앉아 하늘을 담았다. 그 옆에 구름도 폭신 폭신 말랑해 보인다. 그 위를 지나는 바람도 잠깐 쉬어가는가 보다. 덕분에 한 줄기 땀도 어느 새 식어가고. 내 마음 처럼 둔탁한 돌 위에 다정히 앉아 있는 노부부가 보인다. 주름살 처럼 선한 미소도 예쁘게 닮아 있다. 따라 웃고 싶을 정도로.
자세히 보니, 손도 함께 포개져 있다. 따뜻하겠다.
가방 속에 있던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돌아보니, 아까 그 돌 위에는 노부부 대신 다람쥐가 놀고 있다. 내 시선이 불편 했는지, 돌아보기도 전에 재빨리 몸을 날린다. 바지를 탁탁 털고, 이번엔 내가 그 돌 위로 가서 앉았다. 따스한 온기가 아직 느껴진다. 숨가쁘던 호흡도 느껴지고, 코 앞에 다가 온 하늘과 구름의 냄새도 촉촉하다.
땅 위에 새겨지는 크고 작은 발자국들이 도장 처럼 찍히고 지워지고, 또 새겨지고. 그렇게 아무 일 아닌듯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누군가 떠나보내고, 또 누군가를 가만히 기다려준다.
자리에 일어나, 어느 누가 다녀 간 그 길 위에 내 발자국 살포시 포개본다. 그 곳이 그녀가 서 있던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살며시 드는 생각이 욕심으로 바뀔 때쯤, 앞으로 걸었다. 또 걸었다.
이렇게 걷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이렇게 기다리면 좋아지겠지.
이렇게 새겨지면 없어지겠지.
그렇게 가만히, 가만히 살아가겠지.
그렇겠지, 그럴테지.
하아...
세상의 깨끗한 공기를 다 마셔버릴 것처럼
크게 아주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긴 시간 동안.
그리고 아주 크게 숨을 내쉬었다. 긴 사랑 처럼.
저 밑 세상에선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던 숨소리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호흡기가 필요했던 내 숨소리가, 거칠었던 내 숨소리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시금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