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 심장에 파고 들었다.
숨을 쉬지도 뱉지도 뛰지도 못하겠다.
이상하게도 떼면 뗄수록 아프기만 했다.
피는 나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날카롭게
심장의 중심을 정통으로 베인 듯 하다.
주인 허락도 없이. 제 멋대로. 그렇게.
분명 사랑인데, 왜 사랑이 아닌걸까. 사랑 맞는데.
다시 눈을 씻고 쳐다봐도 진짜 사랑인데.
솜사탕 처럼 사르르 녹아 내리는,
초콜릿 처럼 달콤함이 휘리릭 감싸는,
첫 키스 처럼 설레고 두근 거리는,
아이스크림 처럼 부드러움이 가득해지는,
하트보다 더 빨간 하트가 여기 저기 가득한,
소중한 나의 첫 사랑인데.
보내야만 하나보다.
그녀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환한 그 미소도 뚝. 따뜻한 목소리도 뚝.
장난스런 손길도 뚝. 나에게 오던 발걸음도 뚝.
'뚜뚜뚜.'
전화기 너머로 연결이 끊긴 소리도 이제 뚝.
한 걸음 용기내어 다가간 걸음은, 이제 셀 수도 없는 걸음으로 밀려나 버리고, 떠나간다.
사랑이 떠나간다.
시작도 못했는데, 시작도 한 적 없는데
사랑은 이별로 찾아왔다. 심장의 허락도 없이.
그녀의 심장도 나와 다르게 아프겠지.
하지만 나보단 덜 아플거란 생각에 다행이다.
그녀도 날 보면 아플까, 날 보면 힘들까
그냥 심장이 아물때까지
그냥 심장이 아무렇지 않을 때 까지
그냥 심장의 기억이 잊은 척 할 때 까지
그 때 까지만, 아주 천천히 잘 걸어다닐까봐.